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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결혼한 여자가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예전에도 비슷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땐 동양화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그 때도 결혼한 여자의 넋두리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하다.
그림은 좋은데...결혼해서 나를 잃어버린 듯한 여자의 이야기..
답답한 감이 좀 있다.
책 제목은 참 좋은데...책을 읽고 나서 유쾌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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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결혼이라는 이름의, 발이 아픈 신발
결혼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각자의 기대는 어긋날 수밖에 없으며, 애당초 그 기대란 것은 현실 밖 수많은 우연의 결과가 낳은 환상으로부터 온 것이다. 결혼은 오히려 발에 맞지 않는 신발 같은 것이리라. 고통 속에서도 쉽사리 벗어던질 수도 구겨버릴 수도 없는 그런 것 말이다. 배우자는 생각보다 깐깐하고 방탕하거나 게으르고 의외로 도덕적이지 못하고 냉정하고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사람이기 쉽다. 남편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쉽게 헤어질 수도 없다는 친구의 체념처럼 길을 가다가 발이 아파 울 수 있는 것은 어린아이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잠깐 서서 통증을 달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한다.
60-61p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여자들은 희생하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진다. 양손에 글러브를 끼고 누가 던지는 공이건 일단 받고 보는 것이다. 쏟아지는 공을 반복해서 받다 보면 점점 내가 왜 공을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자신을 향해 수없이 날아드는 공의 포화 속에 있는 순간 바로 글러브를 벗어야 한다. 그리고 글러브를 벗고 힘을 그러모아 멋지게 한 방 되던질 것인지, 이대로 마운드를 떠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93p
엄마의 속사정
아직 모든 것이 신기한 아이에게 세상은 재미난 것들로 가득한 흥미로운 곳이다. 아빠와 함께 장을 보러 가는 길, 뿌예진 차창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엄마를 불렀다.
"엄마, 이것 좀 봐."
"어. 그래, 괴물을 그렸구나. 무섭게 잘 그렸네."
"엄마, 아니야. 이거 엄마야."
아이의 해맑은 대답에 나는 그만 흐뭇한 미소를 짓고 만다. 버스 정류장에서 선 누군가가 그때 나를 보았다면, 아마 엄마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123p
나비의 외출
요요마가 마하는 아이들의 세계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이 마냥 흥미롭고 그저 궁금한 세계 말이다. 세속적 성공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아이들은 길가에 고인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텀벙거리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자기만의 세계를 충분히 가꾸고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엄마들은 너무 일찍 아이를 세상에 맞서도록 준비시키느라 진정 가꾸어야 할 것들이 싹틀 수 있는 흙냄새 풋풋한 마음의 텃밭은 슬며시 뒤로 물려둔다.
128p
어느덧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자매처럼 엄마를 닮아가는 내게 늘그막에 허무해서 견딜 수 없다는 엄마의 심정을 채워줄 수 없는 것 역시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혼자서 채워왔다고 생각한 지난 시간은 실은 엄마의 희생으로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한마디 거들어 보지만, 요사이 점점 행동이 둔해지는 엄마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어렴풋이 따뜻한 얼굴을 할 뿐이다.
231-232p
위렌 장, <귀가> 2006년
화가의 아내가 이른 새벽 시골 마을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막 들어선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잠시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던 그녀는 가족들이 잠든 사이 이렇게나마 자신만의 순간을 누렸던 모양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늦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이 많다. 딱히 할 일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엄마들의 마음을 나 역시 잘 안다.
막 집에 들어섰지만 그녀를 기다린 누군가 켜놓은 등불과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쿠션이 이 집에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업주부의 삶은 의미를 찾기 어려운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하지만 미련하게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해가 지면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240p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
영화에서 울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할머니가 해준 "남자는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그냥내버려두어야 한다" 는 말처럼, 부부 사이도 때로 댐에 가둔 물처럼 옆에 두고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244-245p
먼 북소리
많은 엄마들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살아간다. 개미가 먹이를 나르고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듯 그녀들은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엄마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라. '아니요.' 라고 대답할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대부분 그들도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와 집을 오가는 뻔하고 진짜로 끓어오를 줄은 모르는 일상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들의 바람은 사실 열망이나 애원에 가깝다. 가족을 생각할 때면, 그것의 직접적인 의미인 책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면, 그것의 직접적인 의미인 책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면 떠난다는 것은 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더욱 그러하다.
아이가 아직 제대로 기어다니지 못할 무렵 엄마가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서 가장 먼지 했던 일은 내 손에 들려 있던 걸레를 빼앗아 바닥에 던지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에게 엄마는 전에 본 적 없는 결연한 얼굴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니, 내가 이래 살라고 공부시키고 키운 줄 아나?"
"아니, 엄마. 애가 저렇게 어린데 뭘 어떻게 하겠어? 주부가 아이도 돌보고 집도 건사해야지."
엄마는 이번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못할 말을 할 것처럼 온 얼굴에 힘을 주었다가 이내 한숨을 푹 쉬고 돌아섰다.
"니, 엄마처럼 살고 싶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처럼 산다는 것이 어던 것인지 알았다기보다는 평소 내가 엄마에 관해 가지고 있던생각이 불현듯 어두운 그림자처럼 무겁고 쓰쓸하게 어깨에 툭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249-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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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진희 저 | 이봄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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