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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이 가족처럼,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아이들과 장거리 여행을 가고 싶다.
나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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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흔들흔들 갈대 엄마 분투기 "옆집 엄마를 조심하세요"
학기 초마다 같은 반 엄마들끼리 모임을 한 번씩 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엄마들 모임에 다녀오면 왜 또 그리 심란해는지. 다들 모이면 학원 이야기 뿐이다. 어느 학원이 좋고, 어떻게 효과를 봤는지. 그런 이야기를 한참 듣고 오면 또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17p
심심해도 빈둥대도 좋은 이유, 빈둥거리는 시간이 창의력을 키운다
'빈둥빈둥'에 대한 경험이 또 하나 떠오른다. 몇 년전부터 아이들이 방학 때마다 가는 시골 한옥이 있다. 큰이모 같은 한옥의 안주인과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함께 읽고 싶은 책도 읽고, 마음대로 뛰어놀기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다 온다. 그곳에 보내게 된 것은 '대청마루에서 뒹굴뒹굴' 이라는 말에 끌려서였다. 일정이 꽉 차게 짜여진 여느 캠프와는 달리, 자유롭게 책 읽는 것 말고는 특별히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간 이후로 아이들에게도 한옥에서의 일주일이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되었다. 뒹굴거리다가 심심해지면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마당에서 새로운 놀이거리도 찾아내었다.
23p
차라리 학원을 보내는게 속 편하지
언젠가는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푸는데 남편이 옆에서 손은 앞으로 들고, 엉덩이는 뒤로 빼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스쿼트' 라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풀기 싫어서 몸을 비비 꼬고 있는 아이들을 보다 못해 남편이 이런 제안을 했다.
"너희들이 그 문제를 다 푸는 동안 아빠가 이 운동을 몇 개 할 수 있는지 맞춰볼래?"
아이들은 70개, 80개, 이렇게 개수를 정했고, 남편이 그 운동을 하는 동안 완전히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 개수를 가장 비슷하게 맞춘 사람이 이기는 내기였다. 덕분에 아이들은 몰입해서 문제집을 여러 장 잘 풀었지만 그 힘든 운동을 수백 개 한 남편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지만, 남편은 야근하느라 늦게 돌아와 아이들을 볼 수 없는 날이 많았다. 대신 남편은 스쿼트 하는 장면을 찍은 후 개수까지 넣어서 동영상으로 편집했다.
"참, 아빠 노릇하기 힘들다."
야근하고 돌아와 밤늦게까지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웃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아빠가 없을 때에는 수학 문제를 풀 때 동영상을 틀어서 개수 맞추기를 했다.
"이 방법 효과 괜찮은데! 특허라도 내볼까?"
남편도 내심 뿌듯해했다
스스로 하는 게 쉽지 않은 아이들을 도와 줄 묘안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고, 때로는 격려와 칭찬도 듬뿍, 때로는 훈계도 해야 하는 바쁜 부모가 되어야 한다. 퇴근하고 돌아와 쌓여 있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바람도 잡고, 모르는 것은 같이 머리도 싸매다 보면 저녁에도 쉴 수 없을 때가 많다.
29-30p
어떤 어른으로 살면 행복할까?
어떤 어른으로 자라면 행복할까? 무조건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좀 더 멀리 생각해보았다. 살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공부 잘해서 명문 대학에 간다고 다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었다. '좋은 성적' 보다는 '좋은 습관, 좋은 추억, 좋은 관계" 이 세가지가 있으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33-34p
사교육비를 줄이면 더 멋지게 쓸 수 있어요
친한 친구에게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말을 하니까, 여행비는 어떻게 마련했냐고 물어왔다.
"따로 모으려면 평생 못 간다. 안 쓴 걸로 간다고 생각해야지. 너도 학원비 줄일 것 없나 생각해 봐. 그럼 갑자기 돈이 생길 거야."
얼마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도 아이들 학원 하나씩 줄였다. 애들 아빠가 대신 공부 봐주기로 했어. 안 쓴 돈 모아서 우리도 여행 가려고."
아이에게 꼭 필요한 교육인지, 남들이 하니까 무조건 따라하는 건 아닌지,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보면 사교육비를 줄일 방법이 분명히 떠오를 것이다. 사교육비만 조금 주여도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더 멋지게 쓸 수 있는지!
48p
따라다니는 여행, 함께하는 여행
여행은 한 번 떠나면 총 세 번을 하게 된다고 한다. 여행 떠나기 전에 한 번, 여행을 직접 하면서 또 한 번,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추억을 돌아보며 또 한 번, 아이들과 함께 여행지도 고르고, 가보고 싶은 곳도 찾다보면, 여행 전인데도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두근거린다. 그 설렘이 다시 되살아난다.
57p
나는 학창 시절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한테 알파벳을 처음 배웠고,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시를 위해 영어 고부를 했다. 그러다가 대학 시절 배낭 여행을 하면서 그때까지 지녀왔던 나의 '영어관'을 완전히 뒤엎게 되었다. 영어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 보면 너무 평범한 깨달음인데도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하다가 처음 외국에 발을 들여 놓고 '의사소통'의 벽에 부딪히면서 체감한 이 사실이 나에겐 굉장히 큰 깨달음이었다.
92-93p
델프트는 어떤 심상일까?
밖으로 나가는 길에 작은 정원이 있었다. 따가운 헷살 속에 커다란 나무 그늘이 보였다. 푸른 그늘이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가져갔던 작은 돗자리를 폈다. 아이들은 좁은 돗자리에 엎드려서 일기를 쓰고, 나도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글을 끄적거렸다. 지나가는 이도 없고 방해하는 이도 없는 우리만의 작은 정원. 뜨거운 델프트의 햇볕 속에서 온통 푸르름을 드리워준 고마운 나무 그늘이었다. 여기서 보니 델프트는 푸른 빛의 시각적 심상이 느껴졌다.
96-98p
'내가 낳았으되 소유하지 않고, 내가 키웠으되 지배하지 않는다.'
노자가 한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따끔따끔 마음이 찔린다.
"내 자식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해."
이런 생각 때문에 아이들과 늘 투닥거렸던 것 같다. 오래 여행하느 사람들은 짐이 너무 무거우면 옮겨 다닐 때마다 여행이 너무 힘들어진다. 불필요한 짐을 하나하나 줄이듯, 여행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아이를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엄마의 욕심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101p
부모의 전성기
이렇게 나에게 안길 때, 이렇게 같이 다닐 때가 부모의 최고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 부모로서의 전성기가 지나도 무대를 떠나 은퇴한 배우처럼 슬퍼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을 위한 또 다른 전성시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부모로서 누리는 최고의 전성기에 감사하면서도, 나중에 다가올 나만의 전성기 또한 기다려진다.
아이들이 아직 내 품 안에 있을 때 더 부지런히 같이 다녀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이유다.
111p
호텔보다 좋은 유스호스텔
델프트에서 기차로 2시간 쯤 걸리는 동남쪽의 도시 아른헴으로 옮겨와서 지낸 곳은 유스호스텔이었다. 아른헴 유스호스텔은 후른 숲 속에 있었다. 암스테르담, 델프트, 헤이그, 로테르담, 우리가 거쳐 왔던 도시들과는 또 다른 자연의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무가 많아 공기도 맑았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사람들을 사귀고 어울리기에도 좋았다.
127p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 는 추사 김정희의 말처럼 책과 함께 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빌어보았다.
169p
마음껏 보세요, 우리집
숙소에서 '네덜란드 집' 라는 검색어를 치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집 꾸미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손인사를 건넬 때도 있다고 한다. 길 쪽으로 향한 넓은 거실 창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개방성을 의미하며,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준 칼뱅의 정신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삶'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172p
작다고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룩셈부르크에 대해 처음 들어본 건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벨기에,네덜란드, 룩셈부르크는 면적이 서울의 4배, 제주도의 1.5배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1위라고 한다.
179p
부족해서 더 많이 채울 수 있어요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했다. 처음 찾아오던 날은 버스로 시골 마을을 다 돌다보니 1시간이 걸렸는데, 승용차로는 20분밖에 안 걸렸다. 차가 있었으면 더 쉽고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었겠지만 차가 없었기에 벨기에 청년의 따뜻한 친절을 마음에 안고 떠날 수 있었다.
부족함이 많은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부족함은 더 많은 행복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빈 공간이라는 것을.
252p
여행을 마칠 무렵,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행하면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았어?"
"음, 친구들 만난 거. 암스테르담에서 루카스, 다니엘라랑 놀았던 거, 아른헴에서 베이터랑 친구가 된 거, 리에주에서 하영이네 집에 가서 논 거, 그리고 겐트에서 시몬 누라 만난 게 제일 재미있었어."
여행에서 만나는 멋진 풍경, 말로만 듣던 유명한 관광 명소, 처음 맛보는 음식,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사람과 만나는 따뜻한 경험'이다.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는 일이 제일 즐겁다. 얘들아, 우리는 누구나 혼자보다 친구와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잊지 않도록, 가끔 엄마한테 이야기해주렴. 여행 끝나고도 오래 오래.
283p
중심을 벗어나면 브뤼헤가 더 잘 보인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유명한 것들이 많이 모여 있는 중심부를 먼저 찾아가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숨은 보석들은 오히려 작은 골목에 숨어 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엔 중심부는 너무 크고, 복잡하고, 너무 흔했다. 우리가 터득한 여행의 기술 하나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가보는 것이었다. 브뤼헤에 가면 마르크트 광장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서, 이름 모를 골목들을 다녀보라고 권하고 싶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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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ART 01 스스로 자라는 유기농 아이들
흔들흔들 갈대 엄마 분투기
더디고 못생겨도, 천천히 알차게
심심해도 빈둥대도 좋은 이유
차라리 학원 보내는 게 속 편하지
어떤 어른으로 살면 행복할까?
부모님이 물려준 귀한 여행 추억
PART 02 미리 떠나는 여행
사교육비를 줄이면 더 멋지게 쓸 수 있어요
유럽은 뷔페 음식점이 아니잖아
따라다니는 여행, 함께하는 여행
PART 03 네덜란드Ⅰ풍차 말고도 이야기가 많은 나라
엄마를 쉬게 해주어서 고마워
참 ‘네덜란드’스러운 하루
도서관에서 피아노 쳐도 되나요?
마음만 통하면 친구가 될 수 있어
일흔 살 버지의 독학 영어
델프트는 어떤 심상일까?
내 눈엔 베르메르, 아이들 눈엔 오리
델프트 지붕 위의 소박한 파티
부모의 전성기
나는 서울을 소개할 수 있을까?
제발, 엄마한테 다시 돌아와
호텔보다 좋은 유스호스텔
엄마 냄새, 아가 냄새
만인을 위한 하얀 자전거
베네룩스에서 보기 힘든 것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좋은 건 부엌
세 나라가 한 점에 모인 곳
집안일에서도 훌쩍 떠나는 여행
중세 성당의 아름다운 변신
마음껏 보세요, 우리 집
궁금하면 망설이지 말아요
PART 04 룩셈부르크Ⅰ작다고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작다고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별 게 다 신기해
낮과 밤, 둘 다 볼 수 있다면
명함으로 소개하지 않는 만남
아프다는 건 쉬라는 고마운 신호
엔돌핀 자전거
엄마랑 아들이랑, 낯선 수영장도 걱정 없어
경쟁에서 이겨야만 행복한 건 아니잖아?
거리마다 공연장, 무엇을 골라 볼까?
PART 05 벨기에Ⅰ또 보고 싶은 친구가 되었어
벨기에의 땅 따먹기
너무 ‘깔끔주의자’로 살지 않았나?
고마워요, 스페셜 레일바이크
책의 밤은 깊어 가고, 우리는 이겼다!
부족해서 더 많이 채울 수 있어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광장
잔머리 굴리기 달인, 엄마
3천 권의 한국 책을 만나다
‘프렌치 프라이’의 국적을 찾습니다
스튜디오 글로보에 가볼 수 있나요?
시몬과 누라, 사진하고 똑같이 생겼네
중심을 벗어나면 브뤼헤가 더 잘 보인다
PART 06 여행 끝나고도 오래 오래
다 큰 어른도 더 크게 하는 여행
할 수 있는 말, 하고 싶은 말
집에서도 세계 여행을!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여행이 우리에게 남긴 것: 좋은 습관, 좋은 추억, 좋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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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류한경 저 | 조선북스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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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444/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