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쓴이 :
앤셜리 ≪
최근에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 중 하나...
유신진화론에 눈을 뜨다.
-------------------------------------------------------------------
memo
나는 '정교한 조율'이 하나님에 대한 기독교적 믿음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모습 , 곧 다른 근거들을 토대로 참이라 믿는 하나님의 모습과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 중요한 점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적 공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교한 조율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오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C.S.루이스의 빛나는 표현처럼, 그것은 "우주의 의미를 해명해 줄 실마리"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은 자연계에는 우리에게 이상해 보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연계가 분명 정교하게 조율된 것으로 보이는 것도 그 예다. 미국 철학자 찰스 퍼스(Charles Peirce, 1839-1914)는 그가 '놀라운 사실들' 이라고 부른 것이 바로 인간의 생각을 발전시킨 아주 중요한 자극제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쩌면 퍼스는 어떤 사실들이 놀라운 이유가 오직 어떤 한 방향에서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유산으로 불려받거나 우리가 획득한 가설들, 그리고 우리가 관찰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마음 지도(mental map)를 가지고 자연을 관찰한 결과에 다가간다. 이 책의 중심 논지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어떤 사실들은 정말 '놀랍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들이 놀랍지 않아 보이고 심지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관점을 얼마든 상상할 수 있다.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은 그 나름대로 명확한 증거에 바탕을 둔 근거와 고유한 합리성을 갖고있다. 이 시각은 우리에게 자연계를 볼 수 있는 관점과, 다른 사람들은 수수께끼나 이상한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어떤 것-가령 정교한 조율 같은 것-들을 그리스도인이 제시하는 더 큰 그림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관점을 제공한다.
16-18p
셰익스피어가 쓴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와 분명하게 평행을 이루는 지점이 있다. <뜻대로 하세요>를 보면 선한 시니어 공이 아르덴 숲으로 쫓겨난다. 시니어 공은 거기서 로빈 후드처럼 자연을 벗 삼아 자기를 따르는 신실한 추종자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거기서 그는 자신이 쫓겨난 썩어빠진 궁궐보다 오히려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또 이 우리의 삶은, 바글거리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숲에서 말을 발견하고, 흐르는 시냇물에서 책을 발견하며,
돌들에서 설교를 발견하니, 만사가 좋기만 하구나."
여기에서는 자연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자연은 어떻게 그가 전하려는 의미를 드러낼 수 있을까? 자연이 전하려는 의미를 풀 수 있는 실마리들이 자연을 이루는 조직 속에 박혀 있을까? 그러나 이런 질문들은 다른 말로 바꿔야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자연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자연은 '말하지' 않는다.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의미를 구추하는 것은 인간 정신이 행하는 창조 활동이다. 인간 정신이 관찰한 것을 그 정신이 서찰하는 일이 의미 구축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벼론할 혀도, 감정을 느낄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자연이 하는 역할은 한정되었다. 자연은 "그저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럴지라도 자연은 표지와 상징을 통해 그가 말하려는 의미를 지혜 있는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이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은 관찰자가 해야 할 일이다. 관찰자는 그가 관찰한 것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도식이나 마음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
28-29p
이런 생각은 17세기 과학 혁명에 아주 중대한 기여를 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아이작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이 남긴 의미심장한 말 속에도 들었다. 뉴턴은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여러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덕분에 그는 자연을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이해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뉴턴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자연 속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들을 알려 주는 표지라고 보았으며,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자연 속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들을 귀뜸해 준다고 보았다. 그는 삶을 마칠 즈음 이런 글을 썼다.
"내 생각에 나는 그저 바닷가에서 놀다가 가끔씩 보통 것보다 더 보드라운 조약돌을 발견하거나 더 예쁜 조개를 발견하면 즐거워하는 소년에 불과했고, 진리라는 거대한 바다는 온통 미답인 채 내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텍스트와 심상이 친숙하다고 그것이 표현하는 근본 개념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과학 작업은 종종 경함할 숭 ㅣㅆ는 현상, 겉으로 나타난 현상에 초점을 맞추다가 더 깊은 곳에 자리한 구조와 세계의 의미를 지나쳐 버린다. 우리는 저 건너편에 고요한 심연이 있는 것도 모른 채 혹은 그런 심연이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요감하게 뛰어들어 보려는 마음은 접어 두고 바닷가에서 노닥거린다. 조약돌과 조개는 아주 작은 이미지들이요, 문지방에 서 이씀을 아는 지식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애태우며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더 거대한 실재가 있음을 알려 주는 표지다.
이것은 자연신학의 오랜 관심사였다. 여기서 자연신학은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 세계와 초월의 영역-기독교 신앙 같은 경우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 (벧전 1:3)과 함께 있는 영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기독교 신앙과 인류 문화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통 지반을 발견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자연신학은 "지식과 믿음을 한데 엮어 짠 것"을 대표한다. 21세기에는 생각의 두 습관 축인 지식과 믿음을 종종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보곤 하지만, 사실 이 둘은 아직도 창조적 수렴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자연과학과 기독교 신학 사이의 대화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자연신학이 실재를 풍성하게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자극하고 그렇게 상상할 만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개념적인 만남의 공간임을 분명하게 일러 준다. 그러나 자연신학은 그동안 희한하게도 이런 논의들에서 소외당했고, 그 잠재력 역시 실망스럽게도 여전히 미개발 상태로 남았다.
28-31p
과거에는 자연신학이 개념적으로 투과서 있는 경계를 가진 영역을 마련하였고, 그 영역에서 기독교 신학과 예술과 문학, 그리고 특히 자연과학이 서로 대화하고 서로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여러 가지 흠도 있었지만, 찰스 킹슬리, 존 러스킨, 제라드 맨리 홉킨스가 쓴 작품들이 보여 주듯, 탁월한 창조성을 발휘한 자연신학의 논의들을 생산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런 대화는 거의 없다. 부분적인 이유는 신학이 '자연적'인 것이라는 개념과 진지하게 접촉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과 접촉하는 것이 신학을 메마르게 한다는 믿음이 지식을 상당히 풍요롭게 해줄 잠재력을 가로막았다.
32p
"내가 해가 떴다고 믿는 것은 해가 뜨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뜬 해 덕분에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기독교를 믿는 것도 그와 같다. C.S.루이스가 한 이 말은 기독교 신앙이 지닌 한 쌍의 지적 미덕을 언급한다. 기독교 신앙 자체가 기독교 신앙을 설명해 준다는 확신이 그 한 측면이고, 기독교 신앙이 다른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는 확신이 또 한 측면이다. 루이스는 기독교 신앙이 지적 태양과 같으며, 이 지적태양이 우리 관념 속에 있는 자연계의 풍요로운 장고나을 밝게 비추고 보여 줌으로써, 관찰자가 인간의 실존과 사상이라는 태피스트리의 복잡한 무늬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고 보았다. 보는 기술을 계발하는 것이 세계의 의미를 여는 열쇠다.
61p
기포드 경이 요구한 것은 "가장 넓은 의미의 자연신학 연구-다시 말해 하나님을 아는 지식-를 장려하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새로 거듭난 기독교 자연신하깅 어떻게 해서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지, 동시에 이 신학이 어떻게 해서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지적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자연을 보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공해,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을 방법들을 통해 자연의 진가를 인식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해주는지 실증하고 탐구해야 한다.
자연을 보는 것(seeing nature). 우리는 이 또렷한 문구를 잠시 붙잡고 생각해 봐야 한다. 자연신학의 본질은 우리로 하여금 사물들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영국의 위대한 예술 비평가 존 러스킨(1819-1900)은 그의 책 <근대 화가들(Modern Painters) 3권에서 "인간이 이 세상에서 행하는 가장 위대한일은 무언가를 보는 것이요. 그가 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 분명하게 보는 것이 시요, 예언이요, 종교다. 그 하나에 모든 것이 들었다." 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러스킨은 그의 시대 많은 신학자들이 못 보고 지나친 것, 곧 그리스도인의 정신은 자연에서 받은 인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관찰 과정에는 그것이 과학적이든 종교적이든 우리가 관찰한 것을 우리가 믿는 것과 결합하려고 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양자가 서로 들어맞게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포함된다.
77-78p
페일리의 자연신학
빅토리아 시대를 지배한 자연신학 개념은 윌리엄 페일리(1745-1805)에게서 나왔다. 그가 쓴 <자연신학>(1802)은 자연을 관찰한 결과에 근거해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페일리에게는 하나님이 자연계의 수수계끼들에 대한 합리적 해답이었다. 그분은 인체의 눈처럼 복잡한 신비들을 사색하는 이들에게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답을 제공하는 분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접근법을 상찬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페일리의 접근법이 기독교 신앙의 근본테마들을 위태롭게 하고 뒤집어 버리며 파괴한다고 보았다. 오래전에 찰스 다윈(1809-1882)은 <종의 기원>에서 생물학 세계가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다르게 설명했고, 신학적 근거를 내세워 하나님을 거룩한 시계공으로 본 페일리의 기계적 하나님관을 멀리했다.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페일리의 핵심 주장이 지적측면에서 완전무결한가다. 자연에 존재하는 '설계'를 관찰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자연을 관찰하긴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설계는 추론해 낼 뿐이다. 설계는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며, 우리가 관찰한 것을 해석한 결과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이것을 가장 설득력 있게 강조하고 알기 쉽게 제시한 사람은 아마도 존 헨리 뉴먼이 아닐까 싶다. 그는이렇게 말했다. "나는 설계를 보기 때문에 하나님으르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기 떄문에 설계를 믿는다." 뉴먼은 설계라는 개념이 자연 영역 속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실재를 바라보는 기독교의 시각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해석함으로써 얻어진다는 것을 올바로 간파했다.
다른 사람들은 페일리의 기계적 자연관과 그 자연관에서 이끌어낸 하나님의 이미지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생전에가장 인기 있는 과학 저술가였던 휴 밀러(1802-1856)는 페일리의 주장에 미학적 결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계는 추할 수 있다. 혹자는 머릿속으로 위대한 기계의 우아함을 떠올리며 그 우아함을 찬미할 수도 있지만, 기계의 원리들은 무시무시한 비율과 소름 끼치는 겉모습을 가진 피조물로 표현될 수도 있다.페일리가 생각하는 하나님 개념은 아름다움이 결핍돼 있었다.
뉴먼은 이런 비파에서 훨씬 더 나아가 페일리의 접근법이 드러내는 빈곤한 상상력에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한다. 뉴먼은 합리주의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이런 자연신학 개념에는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 낳은 결과를 십자 퍼즐고 푸는 것과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할 위험성이 분명 존재한다고 보앗다. 하나님을 세계를 만든 장인신으로 묘사한 페일리의 하나님 이미지는 하나님을 이 세계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초월이나 신비, 영광이라는 감각은 어디에 있을까? 페일리의 접근법은 인간 이성에 호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상상은 어찌 되는가? 뉴먼은 자연과의 가장 강력한 접촉은 이성의 차원이 아니라 상상의 차원에서 일어난다고 보았다. "마음은 보통 직접 받은 인상들을 통해, 사실과 사건들에 관한 증언을 통해, 묘사를 통해, 이성이 아니라 상상을 거쳐 도달한다."
러스킨은 '보는 것'이 가지는 문화적,영적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런 강조는 자연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본디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선함을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자연신학은 계몽주의가 실재의 본질과 관련해 제시한 빈약하고 불충분한 설명들을 토대로 자연에 대한 '진리'를 성찰하는 일에만 그 자신을 묶어둘 수 없다. 자연신학은 인간이 자연과 나누는 상호작용 전체를 아우르는 데까지, 다시 말해 자연계를 깊이 생각하고 (혹은 알고), 자연계를 상대로 애정이 담긴 반응을 보이며, 자연게와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나누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79-82p
자연신학의 지적 목적
우리가 지금까지 줄곧 강조해 왔듯이, 자연신학을 인간 이성을 포함한 자연계로부터 하나님이 존재하심을 연역해 내는 증거들을 펼쳐 보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럼 자연신학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무관하다면, 자연신학은 어떤 지적 목적이 있는가? 자연신학이 가진 미덕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가장 훌륭한 설명에 이르는 추론'이라는 말로 그 틀을 짜보는 것이 제일 좋다. '가장 훌륭한 설명에 이르는 추론'은 독특한 종류의 귀납적 추론으로서 점점 더 많은지지를 얻고 있는데, 그것은 이 추론이 한편으로는 과학이 실제로 하는 일들을 정당하게 평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에 합리적 정당성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들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133p
이신론, 유신론, 삼위일체론
이신론은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하셨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신론은 하나님이세계를 창조하시고, 계속해서 당신의 섭리를 통해 이 세계르 ㄹ이끌어 가신다고 주장한다. 삼위일체론은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하시고, 계속해서 당신의 섭리를 통해 이 세계를 이끌어 가시며, 성령의 조명을 통해 자연과 성경이라는 두 책을 해석하는 자들을 인도해 주신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이런 삼위일체론을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고싱 칼 바르트의 삼위일체 신학이 아닐까 싶다. 바르트의 삼위일체 신학에서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을 올바로 해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166p
인간과 하나님의 형상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는 이런 접근법을 가장 잘 대변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타나시우스는 그가 쓴 <성육신에 관하여>에서 인간에 관한 그의 합리적인 이해를 이렇게 제시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이성이 없는 이 땅의 동물들 같이 창조하시지 않고 당신 자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셨으며, 인간에게 자신의 말씀이 지닌 능력을 나눠 주심으로써, 말 그대로 당신의 말씀을 성찰하게 하시고 합리적이 되게 하셨다. 인간이 영원히 복 안에 머물수 있게 하시고 낙원에 있는 성도들이 소유한 참된 삶을 살 수 있게 하셨다."
174p
아타나시우스는 인간의 본성이 죄로 말미암아 더렵혀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자연과 은혜의 변증법을 이렇게 이해함으로써 인간이 여전히 피조 세계 안에서 그 창조주를 알아낼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신 능력을 유지한다고 본다.
...과학이 진보하면서 자연계의 많은 부분을 그 근본부터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혹 이런 설명이 가능성이 신비라는 관념을 제거해 버린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설명 가능성이 훨씬 더 심오한 문제- 대체 왜 우리들은 사물들을 설명할 수 있는가?-를 불러일으킨다는것을 올바로 지적한 이들이 있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36년에 지적했듯이, "세계가 가진 영원한 신비는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6-177p
18세기에는 그 설명이야 어찌되었든, 지구 표면이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변해 왔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질학은 지구의 역사라는 것을 제시했지만, 이 지구의 역사는 예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읽어 온 성경의 내용과 조화하려면 상당히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존 러스킨은 지질학자들이 휘두르는 해머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가졌던 복음 신앙을 산산이 부숴 버린 것을 발견했는데,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질학자들이 나를 홀로 놔두었다면, 나는 아주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무시무시한 해머를 휘드르고 말았다! 나는 성경구절이 끝날 때마다 그 해머들이 내는 쾅쾅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다윈주의의 등자잉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우리가 현재 관찰하는 자연-과 하나님이 처음에 창조하셨던 세계가 같다고 전재했던 전통적 '설계 논증'의 설득력을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윌리엄 페이리가 쓴 <자연신학>은 이 점에서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페일리는 자연계가 창조 때부터 큰 변화 없이 계속해서 그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181p
자연을 올바로 보려면, 자연을 기독교 전통이 말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증언하는 증인으로서, 혹은 이런 하나님을 전해 주는 통로로서 활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연도 다른 어떤 텍스트와 마찬가지고 다양하게 번역하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는 간과할 수도 없고구석으로 밀쳐놓을 수도 없는 문제다. 하지만 예전의 자연신학 접근법들은 그런 문제를 간과하거나 밀쳐놓으려 했다.
182p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에 매여 있지 않는 한, 자연을 관찰하는 사람은 오직 아름다움과 추함, 기쁨과 아픔, 선오가 악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관찰할 것이다. 이를 마르틴 루터가 내걸었던 신학 명제를 가져와 표현하면, 자연은 선하면서 동시에 악하다. (루터가 우리를 가리켜 의이이면서 동시에 죄인이라고 표현한 것을 응용한 말-역주)
184p
기독교 신학은 하나를 다른 하나에 흡수시키지 않고 창조와 타락과 성육신과 구속과 완성이라는 신학 맥락 속에 선과 악을 함께 배치할 수 있게 해준다.
존 러스킨의 <근대 화가들>(1860) 마지막 권에서 한 대목을 살펴봄으로써 이런 접근법이 가진 잠재력을 알아 보자. 이 책에서 러스킨은 스코틀랜드 하일랜즈의 풍광을 곱씹어 본다. 러스킨은 하나님이 우리가 자연의 '밝은 쪽'만 보는 것을 원하시지 ㅇ낳는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연의 '양면'을 주셨으며, 우리가 이 양면 모두를 보기 원하신다. 자연의 좋은 쪽만 보는 사람들은 자연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이들이다. 러스킨은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 이름을 밝히지 않고 "열심이 넘치는" 스코틀랜드의 한 성직자를 지목한다. 그 성직자는 자연 풍광을 '하나님의 선하심'을 증언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었다. 때문에 자연을 묘사하면서 "오로지 밝은 햇빛, 신선한 바람과 음매 소리르 ㄹ내며 울어 대는 양들과 깨끗한 스코틀랜드의 격자무늬, 그리고 온갖 종류의 기쁨만" 이야기한다.
러스킨은 이런 태도를 적절치 않다고 내친다. 열심이 넘치는 그 성직자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보지 않는 쪽을 택했다. 러스킨은 시와 예언과 종교의 중심에는 '분명하게 보는 것'이 자리한다고 보았다.
...
"부드러운 뗏장이 있는 조그만 계곡이다. 툭 튀어나온 바위들과 고개 숙인 양치식물들이 좁은 타원을 이루며 계고긍ㄹ 감싸 안고 있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바람과 구불구불한 길과 담갈색 물줄기가 흘러가다가 타원 모양 들판의 끝자락에 이르자 속도가 더 빨라진 작은 여울 속으로 떨어진다. 그런 다음, 처음에는 호박색 물두멍이 있고 자주색과 흰색을 띤 바위에 들르더니, 마가목과 오리나무 아래 숨어 거품을 토해 내는 좁은 폭포로 돌진한다. 가을의 태양은 낮지만 청명하게 여기저기 떨어져 자리한 자줏빛 애쉬베리와 황금빛 자작나무 잎을 밝게 비춘다. 바람이 그들을 붙잡지 않자 자줏빛 바위 틈새에서 조용히 쉼을 갖는다."
여기까지는 스코틀랜드의 그 목사처럼 다소 한쪽으로 치우친 정서를 대변한다. 그러나 곧바로 이제 음지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을 묘사하면서 러스킨의 글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바위 옆 덤불숲 아래 구멍 속에는 지난 홍수 때 익사한 암양의 시체가 거의 뼈만 남은 채 자리해 있다. 하얀 갈비뼈는 피부를 뚫고 나왔고, 사체는 까마귀가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 암양이 물줄기에 휩쓸려 내려갈 때 처음 머물렀던 나뭇가지에서는 지금도 그 암양의 털 부스러기가 너풀거린다... 그 여울이 꺾어지는 곳에서 나는 한 남자가 소년과 개 한 마리와 함께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만일 그들이 거기서 종일 굶은 채 있지만 않았더라면, 충분히 한 폭의 멋진 그림 같았을 이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안다. 또 죽은 암양의 갈비뼈와 거의 흡사한 그 개의 갈비뼈도 안다. 그리고 낡은 격자무늬 재킷을 예리하게 뚫고 나온 그 아이의 쇠약한 어깨도 안다.
...
자연에는 음지가 있다. 이는 가장 열렬하고 낭만적인 상상으로도 부인할 수 없고 희석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자연신학이 다루어야 하는 '자연'이다. 이것은 책상 앞에 앉은 신학자가 꾸며낸 픽션이 아니라 우리가 엄연히 경험하는 혹독한 현실이다. 자연은 삼위일체 시각에서 관찰하고 해석해야 한다. 이 시각은 우리가 자연계를 부패했지만 양면성을 지닌 것으로 - 도덕적,심미적 측면에서 볼 때 그 선함과 아름다움이 종종 분명하지 않고 감춰져 있지만 그럴지라도 변화의 소망을 발산하는 얼룩덜룩한 실재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접근법은 신학적으로 불편한 점들을 걸러 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 불편한 점들을 자연계의 역사를 통틀어 조망하는 시각 속에 담아 보려고 시도한다.
184-187p
정교한 조율
사람들은 우주가 그 탄생 시점부터 우주 역사 속의 이 시점에 지구 위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 곧 그 존재가 함축한 의미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특질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을 표현할 때 묵직한 의미를 지닌 '정교한 조율'이라는 단어를 널리 사용한다. 자연의 기본 상수들은 확실히 생명친화성을 지닌 값들을 지니도록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 위에 탄소를 기초로 삼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물리학과 우주론에서 말하는 여러 힘과 변수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양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조금이라도 변하는 일이 일어났다면, 이런 균형이 무너지고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이 중요한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주는 왜 다시 붕괴함과 무한히 팽창함을 갈라놓는 경계선에 이토록 가까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있는 상태에 가까우려면, 처음부터 계속되어온 팽창속도가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했어야 한다. 만일 빅뱅 뒤 1초가 지났을 때의 팽창 속도가 100억 분의 1만큼이라도 더 작았다면, 우주는 수백만 년 뒤에 붕괴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또 팽창 속도가 100억 분의 1만큼이라도 더 컸다면, 우주는 수백 만 년 뒤 본질상 텅 빈 곳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우주는 생명체가 충분히 발전해 갈 만큼 오래 존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가 왜 지금과 같이 존재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면, 인간중심 원리에 호소하든지 아니면 물리학을 동원해 어떤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호킹은 수학을 동원한 설명을 잘 알지 못하는 신학자와 철학자들을 생각해서 우주의 첫 팽창속도가 100억 분의 1만큼만 달라져도 생명체의 등장을 저지하는 데 충분했으리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우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우주가 가진 기본 특성과 최초 상태가 어떠했느냐가 특히 민감한 문제였음을 강조했다. 영국 왕립천문대 대장이자 왕립협회 총재인 마틴 리스 경은 백뱅의 결과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등장한 일은 여섯 개의 단ㄷ순한 숫자들이 좌우한 일이었으며, 이 숫자들 하나하나가 지극히 정확하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아주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우주와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저 펜로즈도 생명이 존재하려면 "비범한 정도의 정확성(도는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2-194p
씨앗 원리
아우구스티누스의 창조 설명 가운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는 것이 그가 말하는 '씨앗 같은 원리들'이라는 관념이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조가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그의 생각을 다듬어 제시하면서, 어떤 질서 원리들이 피조 세계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피조물들이 더 뒤 단계로 갈수록 적절한 형태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관념을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강력한 은였는데, 씨앗같은 원리들이라는 은유는 십중팔구 스토아학파 저술가들에게 빌려 온게 틀림없다. 이 원리들은 우주가 시작할 때부터 존재해 온 것으로서, 각각의 원리 안에는 나주엥 특정한 종류의 생명체로 발전해 갈 잠재력이 들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세기 1:12을 해석하면서 이 관념을 활용한다. 그는 땅이 스스로 사물들을 생산해 내는 힘 혹은 능력을 받았다는 것이 창세기 1:12의 이미라고 주장한다.
...
"실제로 씨앗들 속에는 내가 지금 묘사하는 것과 같은 어떤 모양이 존재한다. 미래에 이루어질 발전들이 그 씨앗들 안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씨앗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아우구스티누스는 만물이 동시에 창조되었다는 그의 강조점을 견지하면서도, 하나님이 당신의 섭리를 통해 그렇게 창조된 잠재적 실재들이 이후에 현실 속에서 실제로 나타날 수 있게 인도하실 수 있다는 주장을 덧붙여 제시할 수 있었다. 이를 우연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자들은 이를 섭리로 여긴다. 그러나 우아구스티누스는 이 씨앗의 원리들의 '씨앗'이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의미의 '씨앗'이 아님을 강조했다. 씨앗이라는 관념은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는 것으로서,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현실로 드러내주는 자연 속의 힘을 가리키는 어려운 신학 개념을 눈으로 보듯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부정확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수단을 제공한다.
... 창조를 하나님이 말그대로 이미 존재하는 세계 속에 미리 마들어 두신 새로운 종류의 식물들과 도물들을 집어넣으신 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생각이 성경 전체의 증언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한다. 오히려 하나님은 맨 처음 순간에 인간을 포함해 나중에 세상에 등장하게 될 모든 생물들을 함축한 잠재적 실재들을 창조하신 분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를 설명할 때 사람이 나무 창조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방식을 취한다.
"그 때 씨앗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가 되면 나무로 자라 갈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러므로 울가 그 세계(즉 하나님이 지으신 첫 세계-역주)를 그려 볼 대는 하나님이 만물을 함께 만드셨을 때 만들어진 만물이 그 씨앗 안에 그 씨앗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아울러 (이 씨앗 속에는) 아직 시간이 경과하지 않아 등장하지 않았지만 땅이 인과율을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 들었다.
226-230p
그렇다고 이것이 하나님이 세계를 완성되지 않은 모습으로 혹은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창조하셨다는 말은 아니다. "하나님은 처음에 당신이 원인들 속에 세워놓으신 것들을 이후에 결과들 속에서 다 이루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현실로 나타난 실재들로부터 잠재적 실재들까지 미치며, 이 모든 것으느 다 첫 창조 행위 때 주어지는 것들이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발전 과정을 만물의 창조주의 의지를 반영하는 기본다고 선언한다. "하나님은 존재하는 것들의 종류와 특질을 만들어 내고 이것들을 감춰짐으로부터 끄집어내어 완전히 드러낼 과정을 지배하는 고정 법칙들을 세우
230-231p
아우구스티누스는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이 특정한 성경 해석 패턴에 사로잡히거나 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흐릿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우리가 성경에서 발견하는 문제들에서도, 우리가 받은 믿음에 따른 편견이 없는 경우에도 가끔은 서로 다른 해석들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에 우리는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을 더 밟아 가면 한쪽에 치우친 입장은 필경 무너지고 말 것이며, 우리도 이와 더불어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마음으르 품고 무조건 맹렬하게 돌진해 한쪽에 치우친 입장을 취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툼이 일어난다면 성경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가르침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가르침이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길 바란다면, 성경의 가르침이 우리의 가르침과 일치하기도 바랄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증거가 몇 가지 해석 가능성을 계속 열어 놓는데도 해석자가 고정된 몇몇 성경 해석 패턴에 갇혀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명하게 우려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성경 해석에 집착하는 것이 미래에 그 성경 해석을 바로잦ㅂ는 것을 가로막는 선입견이 되지 않도록 주해에 제약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32-233p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가 주장한 견해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진 것은 성경 해설이 자연과학을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도 한 이유였다는 주장이 가끔씩 나온다. 그러나 그 논쟁이 일어난 것은 바로 이전 세대의 신학자와 철학자들이 일시성을 지닌(영원성을 갖지 않은) 과학의 자연설명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더 합당한 해석이다. 그런 신학자와 철학자들은 과학의 진보에 발맞춰 그들의 생각을 발전시켜 가지 않았다. 중세의 많은 저술가들은 아리스토텔레스식 성경 읽기(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본 청둥설을 말한다-역주)에 갇혀,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는 것을 결코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거룩한 전통의 일부처럼 여겼다. 과학의 진보는 때때로 이전 세대 성경 주해가들이 일시성을 지닌 과학 이론들을 성경 해석 속에 통합시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이론들에 종교적 도그마의 지위를 부여했다는 것을 잔인하게 폭로한다.
233-234p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씨앗 같은 원리들이라는 개념은 그가 창세기의 창조 내러티브를 다룰 때 등장한 일련의 골치 아픈 문제들에 신학적으로 생산적인 대답을 제공한다. 그 두 내러티브를 서로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었을까? 또 그 두 내러티브와 성경이 하는 다른 말들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아우구스티누스는 그가 취한 접근법 덕분에 창세기의 첫 번째 창조 내러티브를 이미 그 안에 장차 더 발전해 갈 원인인 자원들을 함유한 첫 물질들을 즉시 동시에 존재하게 한 일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어 두 번째 내러티브는 이렇게 인과율을 따라 실현될 가능성을 갖고 있었던 것들이 이후 역사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실재로 땅에 등장하게 된 일을 제시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씨앗 가은 원리들이라는 관념을 사용한 덕분에 하나님이 만물을 동시에 지으셨다고 선언하면서도, 그와 함께 아양한 종 혹은 종류의 생물들이 특정할 수 없는 시간(아마도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이 흘러가는 동안 점차 등장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235p
아우구스티누스가 계속해 일관되게 강조했듯, 성경해석이 당대 과학의 견해를 좇아 이랬다저랬다 한다면, 오늘 잠시 과학계가 공감하는 견해가 내일 바뀔 경우 결국 성경 해석 결과도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다윈주의 논쟁이 일어난 거슨 이처럼 겨솔하게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을 기독교 성경 해석에 통합시켜, 과학이 아리스토텔레스에 도전한 것을 성경에 도전한 것으로 사람들이 오해하게 만든 것도 한 원인이었다. 다윈이 말한 종의 진화 관념이 도전한 대상은 성경 자체가 아니라 성경을 들여다보고 읽어 내는 렌즈였다.
239p
일부 사람들은 겨계를 장벽으로 보지만, 나는 그 경계를 대화하고 탐구할 수 있는 장소로 본다.
240p
아우구스티누스가 5세기에 내놓은 해석 틀은 우리가 이어서 살펴볼 정교한 조율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증거들을 더 곱씹어 볼 수 있는 유익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241p
이제 과학자들은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생겨났으며, 그 뒤로 계속해서 팽창해 식고 있다고 믿는다.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증거는 우주 극초단파 배경복사와 빅뱅 직후에 결합한 빛의 핵들(수소, 중수소, 그리고 헬륨 같은 것들)이 상당히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우주의 기원이 어떤 유일무이한 사건이라는 것-결코 되풀이할 수 없고,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과학적 방법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정확한 실험 분석이 불가능한 독특한 사건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시켜준다.
251-252p
사색에 근거한 이런 탐구는 1986년에 존 배로(John Barrow)와 프랭크 티플러(Frank Tipler)가 이정표라 할 만한 저서 <인간중심인 우주 원리>를 출간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이 책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학술지에서나 볼 수 있던 '인간중심 원리' 라는말을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이 책은 이를 통해 변증에서 인간중심 원리가 가지는 가치를 포함해 많은 신학 문제들을 제기했다. 배로와 티플러는 자연에 존재하는 상수들이 행하는 기본 역할, 그리고 이 상수들의 크기에 외관상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이 변화가 놀라울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빠짐없이 그러면서도 상당히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인간중심인 우주 원리>는 특이하면서도 우연처럼 보이는 우연의 일치들로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제시했다. 배로와 티플러는 계속해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세계가 분명 정교하게 조율되었음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세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약한' 형태의 인간중심 원리, 강한' 형태의 인간중심 원리, '최종'형태의 인간중심 원리. 물론 과학계에서는 이 모델들 하나하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배로와 티플러는 훨씬 더 폭 넓은 독자들이 이 모델들을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쉽게 제시했다.
256-257p
배로와 티플러는 설계에 관한 논의를 그에 합당한 지적 틀 안에서 제시함으로써 대중 사이에 널리 퍼진 세속 신화, 곧 이 세계가 '설계'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근래에 나온 발명품으로서 윌리엄 페일리 같은 지적 야심가들과 연결된 개념이라고 말하는 풍조에 도전장을 던졌다.
258p
배로가 말하는 두 번째 접근법은 '좋은 법칙들'을 그 기초로 삼고 있다. 이 자연법칙들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만일 우주가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장차 이루어질 우주의 발전을 지배할 법칙들을 이미 가진 채 존재하게 되었다면, 이런 법칙들의 기원과 성격을 묻는 문제는 변증에서 큰 중요성을 갖는다. 배로가 올바로 지적하듯이, 두 번째 형태의 설계 논증은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결국 자연법칙들은 선택이 쌓이고 쌓이는 점진적 과정을 거쳐 나타난 게 아님이 분명하다. 빅뱅에서 등장한 우주는 만물을 인간중심 원리에 비추어 읽어 낼 경우, 탄소에 기초한 생명체들이 쉽게 등장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조율된 법칙들이 이미 지배하고 있었다. 외관상 명백해 보이는우주의 정교한 조율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고찰한 저작들이 많다.
259p
다중우주 가설이 매력은 있지만 지금은 다분히 사변적인 수학작업의 결과 정도로 남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여러 우주 가설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정교한 조율이 가질 수 있는 신학적 의미를 열심히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무신론자들이 채택했지만, 어쩌면 이는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이처럼 스티븐 와인버그와 레너드 서스킨드처럼 무신론을 따르는 물리학자들이 다중우주 가설에 매력을 느낀 것은 이 가설이 설계나 신하나님)을 전혀 추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러나 사실 내용을 놓고 보면 단일우주론은 물론 다중 우주론의 경우에도 똑같은 논증을 활용해 하나님이 존재하심을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중우주 가설도 지식을 동원해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지적 격파자의 입장이 아니라 유신론의 하나님 이해와 일치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다중우주론은 이 책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미숙하고 사변에 의지하는 과학 이론으로 남아 있으며, 이론 자체가 몇 가지 난점들을 야기한다.
272-273p
단지 지구 위에 있는 생명체뿐 아니라 우주 전체가 역사를 가졌음을 인식하는 것은 생물의 등장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지만, 생물학 문헌들은 종종 이런 점을 무시한다.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가 생물의 진화를 설명해 놓은 것을 보면, 새명에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화학물질들이 우주 안에 현존하며 이 물질들이 생명체의 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물리적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 전혀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어쩌면 아예 관심조차 둘 필요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273-274p
정교한 조율이라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우주론에 관한 논의에 국한되지 않는다. 1990년 무렵부터 사람들은 점점 다른 과학 분과들도 이와 비슷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사람들은 생물학의 기본 원리들과 천체 물리학의 기본 원리들 사이에 상관관계들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초기 우주는 고작 수소와 헬륨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러나 생화학은 원소 주기율표 상반부에 있는 원소들로서 화학 작용이 활발하고 상당히 풍부한 원소들을 거의 모두 필요로 하고 거의 모두 사용한다. 풍부한 생물학적 요소들과 지구같은 행성들을 가진 별들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은하들과 별들의 군집이 만들어지고 진화하는 시간이 결정하며, 최소 수십 억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제 사람들은 생명이 탄새하려면 살아 있는 유기체들을 지탱해 줄 수 있는 화학 성분들과 표면 온도를 가진 조그만 덩어리 같은 행성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널리 믿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 성운으로부터 성장해 결국 지구를 규정하는 일련의 특징들-가령 지구의 화학 구성, 대기, 태양과 지구사이의 거리 같은 것들-로서 생명이 살아가는데 적합한 특징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믿는다.
275-276p
렌더슨의 주장은 지금도 많은 점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특정 원소들의 기본 특징이 생명이 존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조율된다는 (정교한 조율을 과거가 아니라 현재형으로 말하는 것이 시제를 무시한 것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된다면 현재형으로 이야기하겠다) 그의 주장은 지금도 과학은 물론 철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진화는 주위 정황에 맞춰 가는 과정을오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에 의존한다. 헨더슨은 다윈주의가 말하는 진화가 일어나기 오래전부터 생명에 꼭 있어야 할 화학적 선결조건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증 흐름은 분명 더 탐구해 볼 가치가 있지만, 더 근래에 이루어진 발전에 비추어 수정할 필요도 있다.
279-280p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을 가진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들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화학 구조물로 이루어졌으며, 이 구조물들은 주로 아미노산과 지방산과 당들과 질소 염기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중요한 생화학 화합물들을 이루는 핵심 원자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다. 그렇다면 이 원자들은 어디서 나왔는가? 또 이 원자들이 활동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것은 결코 쓸데없는 질문이 아니다. 만일 우주 기본 상수들이 달라졌다면, 이 원자들도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 원자들은 오직 별의 핵 안에서만 생겨나기 때문이다.
288p
생화학의 관점에서 볼 때, 탄소와 질소 그리고 산소 같은 필수 워나들은 우주 역사 초기에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만들어질 수도 없었다. 그것들이 존재하게 된 것은 물질들이 '뭉치거나' '합체해' 별을 이룬 결과다ㅏ. 이렇게 별들이 만들어지고 난 뒤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었다. 중력의 속박력 대 정지질량 에너지의 비율은 물질들이 점차 '뭉쳐' 더 큰 덩어리 - 별-가 되게 했다. 별은 엷은 성간매질 안에 있는 거대한 물질 구름들이 어지럽게 뒤섞임으로써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우주에 있는 더 무거운 원자들, 곧 탄소보다 위에 있는 원자들이 모두 별 안에서 일어난 핵융합의 산물이지, 원시 불덩이에서 직접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 존재했을 것이며, 리튬과 베릴륨 같은 다른 원자들은 미미한 비율로만 존재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탄소와 질소와 산소의 핵합성을 생명체의 등장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
289p
호일은 나중에 이를 되돌아보며 이 주목할 만한 관찰 결과가 함축한 신학적 의미를 이렇게 곱씹었다.
"윌리(일리엄) 파울러와 나는 1953년부터 줄곧 (12)C의 핵 속에 있는 7.65 MeV 에너지 준위와 (16)O안에 있는 7.12 MeV 에너지 준위의 독특한 관계에 흥미를 가졌다. 만일 여러분이 별의 핵합성으로 탄소와 산소를 대략 같은 양만큼 만들어 내기 원한다면, 이 두 에너지 준위에 맞춰 지금 우리가 실제로 발견하는 이 에너지 준위들과 딱 들어맞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미리 짜인 각본에 따른 일이 아니었을까? 위와 같은 논증을 따르자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들을 상식으로 해석한 결과는 어떤 초지성이 화학과 생물학은 물론이요 물리학도 가지고 놀았으며, 자연 속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힘들 중 아무 목적이 없는 힘은 없다는 것으르 알려 준다.
290p
어쩌면 생화학의 관점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생물학 문헌들이 충분히 강조하지 않은 점이 있다. 그것은 곧 진화 과정 전체가 탄소의 특이한 화학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탄소는 자신을 다른 원자들은 물론 탄소 자신과 결합시켜 지상의 온도가 아무리 높아도 이를 이겨 내고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유전 정보(특히 DNA)를 전달할 수 있는 아주 복잡한 분자들을 만들어 낸다.
301p
탄소의 독특한 화학 성질은 자연이 그 자신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준 궁극의 기초다.
따라서 탄소의 화학 특성이 가지는 이런 엄청난 중요성은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303p
생명의 기원은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중심이다. 생명의 기원은 자연의 기본 상수 값들에 의존하는데, 이 상수 값들은 우주가 원자 수소의형성에서 더 발전할 수 있게 하고 생물학상 중요한 원소들의 핵삽성이 루어질 수 있게 해주는 값을 지닌다. 이 상수 값들이 달라졌다면, 이런 과정들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직 수소나 헬륨이나 리튬만을 기초로 삼는 생명체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수소와 헬륨과 리튬은 가장 가벼운 원자들로서, 이들은 모두 태초의 빅뱅 때 만들어졌다. 빅뱅 자체는 본질상 탄소나 질소나 산소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별의 형성은 중력 상수 값에 의존하는데, 학자들은 이 상수 값을 정교하나 조율을 보여ㅜ 주는 사례로 줄기차게 인용한다. 마찬가지로 0.007이라는 값을 지닌 강한 핵력은 원자핵들이 얼마나 단단하게 결합해야 하는가를 규정해 줌으로써 별이 수소를 더 무거운 원소들의 원자들로 바꿀 수 있는정도를 규정한다. 핵합성이 별의 내부에서 일어나려면, 이 강한 핵력의 값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강한 핵력의 값이 0.006이나 0.008이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이 우주 기본 상수들에 의존한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다.
308-309p
사람들은 이제 실험실의 조건들 아래에서는 조그만 단백질들이 다른 어떤단백질의 도움 없이도 접힐 수 있으며, 이는 접힘 과정에 필요한 정보가 단백질 배열 자체에 들어 있음을 알려 준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한다. 이런 정보가 어떻게 암호로 만들어져 입력되는가라는 문제는 이 시대 구조 생물학의 난제 가운데 하나이자 가장 흥미로운 문제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물이 결합 파트너들 사이의 상호작용들을 중개하고 접힌 단백질 구조를 엔탈피 상태나 엔트로피 상태로 안정시키는 데 기여함으로써 아주 특수한 방법으로 분자 인식에 적극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물은 생물 고분자들의 구조와 안정성과 역학과 기능에 중요하다.
...물이 단백질 접음에서, 특별히 단백질 가운데 소수성을 지난 부위들을 속에 묻어버리는 일을 촉진하는 것과 관련해 더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제시한다.
323-324p
사람들은 생명 시스템에 두 가지 기본 구성 요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그것은 생명체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신진대사 시스템과 생물학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전 시스테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 두과정에 필요한 화학 쪽의 기본 요소들에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만일 지구의 화학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형태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근래 몇년 사이에 사람들은 화학이 진화 과정에 가하는 제약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진화에 따른 발전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완전히 인정하면서도,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화학이 진화에 자원을 제공하고, 인도하며, 제약하면서 수많은 필연적 결과들을 낳았다고 강조한다. 이런 논증은 진화생물학 내부의 더 넓은 패러다임의 전환, 곧 더 과학적이고 법칙의 규율을 받는 생명체의 등장이 전통적 신다윈주의가 주창하는 무작위성을 대신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일부로 봐야 한다. 이처럼 열역학과 화학 조립의 기본 원리들은 진화에 강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진화를 순전히 제멋대로 이루어진 과정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진화는 화학적 제약 요인들이 예견 가능한 진행 경로를 따라 단세포 유기체에서 식물과 동물로 옮겨 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34p
초기 지구 대기의 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논쟁이 있다. 지구의 초기 역사 중 상당 기간-약15억년-은 대기가 대부분 인산화탄소, 메탄, 이산화황, 질소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소는 대기 가운데 아주 적은 부분만을 차지했다. 산소는 다른 원자들, 그 가운데서도 주로 수소 및 탄소와 크게 반응하는 바람에 당시 존재하던 대다수 생명체에게는 독이었따. 지구의 생명체는 주로 혐기성 박테리아-다시 말해 어떤 산소도 필요 없이 신진대사를 할 수 있는 박테리아-의 형태로 존재했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두 가지 큰 발전이 일어났다. 이 발전은 지구 위 생명체의 본질을 철저히 바꿔 놓아 새로운 생명체 형태들이 발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이 광합성의 진보와 '대산화 사건'이다.
337-338p
광합성은 대기 중 산소를 증가시켰는데, 이것은 일련의 단계를 거치며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두 번째 큰 발전 단계, 곧 지구 위에 늘어난 산소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의 등장을 살펴봐야 한다.
이 발전은 약 22억 년 전인 원생대 초기에 일어났다. 이때 산소 광합성이 시아노박테리아로 알려진 한 남조류 형태 안에서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과 이산화탄소와 물을 탄수화물로 바꿀 수 있었으며, 부산물로 활성 산소를 만들어 냈다. 이 기본 자원 세 가지는 모두 풍서했으며, 시아노박테리아의 숫자도 늘어났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산소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341-342p
일부 사람들은 이런 산소 증가가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을 일으킨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때때로 캄브리아기를 '진화의 빅뱅' 이라고 묘사한다. 이 시기 동물의 왕국이 5억 6000만 년전을 전후한 어느 시점에 우리가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느 ㄴ이유로 인해 폭발 같은 성장을 겪었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지속 기간은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대댜수 사람들이 그 기간을 3000만년(5억 6000만~5억 3000만 년)으로 추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동물 문(phyla)은 급격하고도 중대하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이런 급격한 발전은 '점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진화 이론들에 여러 가지 난관을 안겨 준다. 유기체가 서로 다른 종인가를 계통발생의 다양성에 비추어 판단하든 형태상 차이에 비추어 판단하든, 사람들은 대체로 이 무렵에 절지동물을 포함해 가장 광범위한 후생동물 그룹이 처음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것을 화석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이전에는 존재하는 모든 도물이 연체동물이었으며, 벌레들과 다를 게 없었다. 캄브리아기 동안 대다수 동물 그룹들은 몸에서 단단한 부분들을 발전시켰고, 덕분에 그들의 화석도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장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화학적 변화들과 이런 변화가 생물 세계에 미친 영향이다. 이런 변화 가운데 특히 두 가지가 흥미롭다. 첫째, 화학상 환원하는 과정에서 환경에서 산화하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이런 변화가 이제는 생명체에는 없어서는 안 될 특정 원소들의 활용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 둘째, 산소가 풍부한 대기가 펼쳐짐에 따라 생명체도 유산소 신진대사 형태들을 발전시킴으로써 적응해 갔다. 더 복잡한 생명체들이 등장하면서 산소를 운반해 줄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었따. 그 결과 이 두 메커니즘이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메커니즘은 특정한 전이 금속들이 지닌 기본 화학 특성에 의존했다.
344-347p
이 모든 것은 생물 세계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의 현저히 정교한 조율을 - 다 설명해 주지는 못해도 - 강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진화가 자신을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다고 주장해도 앞에서 말한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화학 세계의 현실은 진화를 제약한다. 이런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것은 오직 양자역학 변수들이 사전에 결정해 놓은 특정 금속들의 화학이 그렇게 해주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일이 없었다면, 진화는 광합성이나 질소 고정이나 산소 운반 같은 해결책들에 이르는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진화가 자신을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전에 결정된 화학 원소들의 특성 때문이다. 그 특성이 크게 달라졌다면, 자연 안에서 이런 정교한 조율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350-351p
이를 보면 우리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 책 10장에서 탄소와 질소와 산소의 핵합성이 분명 별의 생성을 용이하게 해준 자연의 중요한 기본 상수 값들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따. 별들이 없었다면, 생물학에서 매우 중요한 이 원자들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은 전이 금속들과 같이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원자들에겐 훨씬 더 비중 있게 적용된다. 이 전이 금속들에서 핵합성이 일어나려면 유달리 밀도가 높은 환경이 필요하다. 철을 포함하는 원자들은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철보다 무거운 원자들의 합성은 보토 초신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성자 포착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지구의 환경에서 생물학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리의 경우에는, 이 금속 원자의 기원을 주로 거대한 별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 아니면 1a 유형의 초신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특정 상수 값들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의 사실과 다른 상황들을 얼마든지 상상해 볼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별이 형성되지 못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될 어떤 원자들이 형성될 수 있는 경위르 알아낼 수가 없다. 별들이 없었다면 생명체도 없었을 것이다.
351-352p
영국 신학자 찰스 킹슬리(1819-1875)가 그의 기념비 같은 강연인 1871년의 "미래의 자연신학"에서 주장했듯이, 페일리의 자연신학을 비롯해 그 이전의 자연신학들은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삼고 있었던 반면, 현대의 자연신학은 하나님이라는 분을 "만물이 스스로 그들 자신을 만들어 내게" 하신 분이라는 이유로 "바로 그 만물보다 훨씬 더 지혜로운" 분이라고 지적했다. 킹슬리가 내세운 새로운 스타일의 자연 신학은 페일리로부터 어쩌면 거의 비판 없이 물려받았을지도 모를 창조에 관한 정적 설명을 피하고, 대신 신의 섭리와 인과율이라는 관념을 도입했다. 이 관념은 하나님이 천천히 진화해 가는 자연계 안에 계속 존재하시고 활동하신다는 것을 긍정했다. 그러므로 킹슬리의 접근법에서 이 피조 세계는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아 혹은 '고유하게 부여받아' 갖고 있으며, 이 피조 세계 안에서 새 구조들이 합당하게 '등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354-355p
경험론 차원에서 실재를 설명한 것이라고 제시한 것이 경험론 차원과 무관한 가설들에 오염되어 은근히 형이상학을 내세우는 도그마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점을 더 탐구해 보려면,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한 말을 살펴보면 될 것 같다. 여기서 도킨스는 '유전자의 눈'으로 진화를 바라보는 견해를 제시하는데, 이런 견해가 당시 생물학계에서는 대세였다.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장대하고 다루기 힘든 로봇들 안에 안전하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떼로 모여 거주하면서, 구불구불하고 에두른 길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원격 조종으로 그 세계를 조종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그것들이 우리를, 몸과 마음을 만들었다.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도킨스는 여기서 경험칙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말-"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을 여러 서술문으로 에워싸서 제시하는데, 보통 독자들은 이 말이 형이상학의 색깔을 짙게 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냥 관찰 결과를 있는 그대로 말한 것으로 해석할지 모른다.
이렇게 경험칙과 무관한 접근법이 침투해 들어온 정도는 이 분장과 이 뭊아이 말하는 것을 달리 표현한, 옥스포드 대학의 뛰어난 생리학자요 시스템 생물학자인 데니스 노블의 문장과 비교해 보면 판단할 수 있다.노블은 경험치에 입각한 사실로 판명된 말 -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은 그대로 남겨 두었지만 서술문들은 다시 서술해 유전자의 역할을 완전히 다르게 설명했다.
"(유전자들은) 거대한 영토 안에 붙잡혀 있고, 대단히 지증이 높은 존재들안에 갇혀 있으며, 외부 세계의 손으로 만들어지면서,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한다. 이 복잡한 과정들을 통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기능이 등장한다. 유전자들은 여러분과 내 안에 있다. 우리는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은 유전자들의 암호가 해독되게 해준다. 유전자들이 보존되느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시 만들어 낼 때 체험하는 기쁨에 온전히 달렸다. 우리가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궁극의 이유다."
경험론의 차원에서 보면 이 두말은 동일하다. 둘 다 똑같이 관찰 결과와 실험을 통해 얻은 증거에 적절히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유전자의 역할과 관련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피력하낟.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옳은가? 누구의 말이 더 과학적인가? 우리는 과학적 근거들에 비춰 누구의 말을 더 선호해야 할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으까? 노블이 올바로 말하듯이, "경험론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밝혀 줄 실험을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357-359p
이 문제의 답은 오스트리아 브륀(현재는 체코 브르노)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소속 성 토머스 수도원에 몸담고 있던 수도사 그레고르 멘델(1822-1884)이 상세한 관찰 결과들을 내놓으면서 등장한다. 멘델은 빈 대학교에서 자신을 가르친 은사들과 수도원장의 격려를 받아 관심을 가져왔던 식물들의 교잡을 탐구했다. 그는 1856년부터 1863년까지 약 2만 8000개의 완두콩들을 포함한 일련의 실험을 실시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어떻게 특징들이 전달되는지를 관찰했다.
...
멘델은 '입자유전' 이론을 제안했다. 이 유전에서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전해지는 각각의 유전 단위들이 특성을 결정했다. 적응변이들은 한 종을 통해 천천히 퍼질 수 있으며, 그 시대 일부 유전 이론들이 주장하던 것처럼 '섞여 없어지는"일이 절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것이 진화에 시사하는 의미는 상당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조그마한 돌연변이들을 근거로 삼았는데, 이 자연선택설이 갑자기 훨씬 더 큰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 맨델의 유전학은 진화에 따른 변화의 기초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서, 그진화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으로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 과정과 연결되었다.
364-367p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이 개념은 다윈이 진화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하려고 도입한 개념이지만, 사실은 적응이 유지되는 것을 설명해 준다. 이 '역동적 안정화' (자연선택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할 때 쓰는 말)는 종들이나 적응의 확산을 설명할 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종의 기원이나 적응의 기원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윈의 이론이 사용하는 핵심 개념들이 발전한 내력을 이렇게 간단히 서술한 것은 단지 DNA가 유전자의 복제자로서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371p
생명은 본디 물리화학 현상이며, 그 자체가 물리학과 화하긔 기본 법칙들에 의존함은 물론, 생물학상 필요한 어떤 결과들을 얻는데 필요한 기본 재료들의 활용 가능성에도 의존한다. 우리가 앞서 강조했듯이, 진화가 화학과 물리학의 차원에서 제약을 받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논거가 있다.
물리학과 화학이 생명체에게 어떤 카드를 내밀어도, 생명체는 이 카드에 적응했으리라는 가정이 은연중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검증되지 않은, 애초부터 의심스러온 것이다.
380-381p
우리는 이 책 10장에서 생명의 기원에 관한 몇 가지 문제를 탐구하면서, 특별히 다윈주의가 말하는 진화 패러다임이 그 원시 단계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했다. 다윈주의 표준 패러다임은 창조보다 발전을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하다. 어떤 지점에서 진화에 필요한 매커니즘이 등장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이 등장하게 된 방법은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따. 그렇지만 정보를 암호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널리 진화에, 그리고 특히 진화가능성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앞서 보았듯이, 그런 능력은 탄소와 관련된 유기화학에 크게 의존한다. 이 화학 덕분에 길고 안정된 사슬들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원소는 이런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특성이 없으면 RNA와 DNA도 존재할 수 없으며, 이들이 통제하는 복제 과정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정교한 조율에 이르기까지 진화하는 능력 자체가 결국은 화학의 기본 특성들에 의존하며, 그렇기에 이 특성들 자체를 탄탄하고 풍성한 열매를 내놓은 정교한 조율의 근거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381-382p
설명도구로서 신다윈주의는 귀중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신다윈주의도 모든것을 설명하지는 못하며, 어쩌면 우리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대다수 생물학적 변화를 설명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앞서 언급했듯이, 요 근래까지도 대다수 생물학자들은 변이의 기원보다 변이의 결과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이들은 아마도 변이가능성이 생겨나고 유지된 내력은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 생물학자들은 그때까지 신다윈주의가 무시해 왔던 이런 측면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이 이슈들이야말로 더 면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들임을 깨달았다.
이제 사람들은 자연선택이라는 기본 개념이 처음에 생물체와 표현형들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거의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널리 인정한다. 우리는 이미 진화가능성, 유전을 통해 물려줄 수 있는 표현형의 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기체의 능력, 그리고 이런 특성 자체가 자연선택의 목적인가라는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적합성' 이라는 관ㄴ념은 유달리 정의하기가 어려운 관념이다. 이것이 유기체의 특성도 아니고 환경의 특성도 아니어서가 아니라,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 사람들은 신다윈주의가 말하는 과정-자기생성, 후생성 메커니즘, 공생 같은 것-들이 통일체로 여기게 된 진화 과정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변이가 생겨난 과정을 철저히 무작정 이루어진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일련의 수렴하는 압력들이 이미 작동하고 난 뒤에야 모든 유기체가 물리적 형태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384-385p
수렴 진화는 "생물 조직이 특별한 요구에도 동일한 해답에 이르려 하는 반복 성향"으로 이해해야 한다.
콘웨이 모리스의 주장은 괄목할 만큼 수집한 수렴 진화 사례들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수집 결과는 둘혹은 그보다 많은 계통들이 각기 따로 유사한 구조와 기능으로 진화했음을 보여 준다. 그가 모은 사례들은 공중에 떠 있는 나방과 벌새의 공기역학으로부터 거미와 몇몇 곤충들이 먹이를 잡으려고 거미줄 같은 것을 사용하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수렴의 세부 내용은 서로 다른 출발점들이 잘 다져진 다양한 길을 통해 공통된 해답으로 변해 가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는 진화의 변화상을 실제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수렴 진화가 지닌 중요한 의미는 무엇인가? 콘웨이 모리스는 분명하게 말한다. 수렴 진화는 생물 공간에 안정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수렴은 안정된 '섬들'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 진화는 늘 가능한 결과보다 상당히 적은 수의 결과들로 '수렴하는' 것 같다. 유전에는 무한한 숫자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수렴이 널리 퍼져 있다. "진화의 경로는 많지만, 진화가 다다르는 종착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401-402p
'창조' 라는 개념을 반드시 단번에 끝난 한 사건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으며,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 옳은 말이다. 찰스 킹슬리가 1871년에 한 말을 여기서 재차 더 상세히 제시해 본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실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지혜로우신 분임을 오래전부터 알았다. 그러나 유념하라. 하나님은 그보다 훨씬 더 지혜로우셔서 만물이 스스로 그 자신을 만들게 하실 수 있는 분이다.
410p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듯이, 진화가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신인동형식 표현 방식을 따른 이 두 말은 모두 타당한 통찰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
414p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주장한 창조론을 다시 채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창조론을 신학적 시각에서 크게 재평가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아우구스티누스가 기독교 신학과 다윈의 이론이 대화를 나눌 길을 열어 줄 수 있음을 간파한 저술가는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한 예외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경우가 영국의 가톨릭 신자요 생물학자인 조지 마이버트(1827-1900) 다. 마이버트는 신학이 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과 정도를 처음으로 논한 글에서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한 주장, 곧 우리가 이번 장에서 살펴본 대표작에서 제시한 주장을 끌어다 썼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의 유기체 창조를 이해할 때는 단지 이차적(파생적)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즉 하나님이 물질들을 창조하시면서 물질들이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 자신을 진화시켜 갈 수 있는 힘을 물질세계에 부여하셨음을 아주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가 다윈이 말하는 진화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도 예견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도 여느 인간처럼 역사 속에서 자신이 자리한 위치로 인해 선택할 수 이는 지식이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접근법이 특별히 진화 과정은 물론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우주의 발전 전반을 논할 수 이는 신학 틀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접근법은 새로워진 자연신학의 일부로서 더 면밀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418-420p
우리가 생명체를 정의하려 하면서 애초에 메커니즘 차원에서 다룬 생명체의 물리화학적 기초만 염두에 둔다면, 생명체를 부분들의 총합으로 규정하는 인식 때문에 생명체를 올바로 인식하기가 계속 힘들어질 것이다.
이 사례들은 각각 창발(emergence)이라는 현상-생명체의 복잡함이 점점 더 그 정도를 더해 가는 가운데 새롭고 예견할 수 없었던 특성과 행동이 펼쳐지며 나타나는 것-을 잘 보여 준다.
428p
이전의 더 단순한 물리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가 등장하고, 이는 더 낮은 단계의 구조들이 소유하지 않았던 특성을 가진 더 높은 단계의 구조들을 만들어 낸다. ... 창발(혹은 후현, 곧 나중에 등장함)이라는 흥미로운 분류를 제안한 이는 해럴드 모로비츠였다. 그는 우주의 역사 속에 28개의 창발 단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430-431p
킹슬리는 이신론이 단지 "존재하지 않는 신이 다스리지도 않는 죽은 우주라는 오싹한 꿈"만 제공할 뿐이라고 보았다. 반면 다윈주의는 올바로 해석하면, 살아 있는 우주가 그것을 지으신 자비로운 창조주의 지혜로운 인도 아래 계속 발전해 간다는 ㅣ각을 제공해 준다고 보았다.
436p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도 요한복음 5:17을 줄기차게 인용했다. (이 구절은 나사렛 예수가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보고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킹슬리도 하나님이 계속해서 자연계 안에 계시면서 활동하신다고 강조했다.
436p
하나님이 물을 지으셨는가? 우주의 기원에 관한 표준 이론은 우주가 약 150억 년 전에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시작되어 팽창과 냉각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화학상 간단한 화합물인물이 형성되려면 수소와 산소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수소 원자는 우주 생성의 첫 단계에서는 형성이 불가능했으며, '플라즈마 시기'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해 원자핵을 이루지 않고 따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 역주) 동안 비로소 형성되었다. 산소9우주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소)가 만들어진 것은 훨씬 뒤다. 이때 별들이 형성되면서 별의 핵 안에서 더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는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처음에 물은 기체 형태로만 존재했다. 그러다가 이 기체가 압출되어 아주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커다란 액체 상태를 형성했는데, 이 일은 훨씬 뒤 단계에 가서야 이루어졌다.
우주에서 물이 생겨난 내력을 아주 간단히 설명한 이 내용만 봐도 물은 분명 상당히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물이 나타난 것은 우주의 진화를 결정한 물리 과정과 법칙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하나님이 물을 '지으셨다' 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단 이 '지으셨다' 는 것을 물이 즉시(우주 생성과 동시에-역주)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국 물을 등장하게 한 계통발생 과정을 시작하셨다는 의미로 이해할 경우 그렇다는 말이다.
438-439p
우리가 이번 장에서 말한 것에 비춰 볼 때, 창조 개념은 처음에 실제로 이루어진 것뿐 아니라 나중에 등장할 잠재성을 지닌 것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개념은 비록 미숙한 형태였ㄷ지만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도 표현했다. ... 여기에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것이 기독교의 전통적 창조개념을 왜곡하거나 뒤집는 것이 아니라는 것, 도리어 이것을 그 창조 개념의 정당하고도 필요한 확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447p
페일리와 나는 모두 과학과 대화를 나누는 데 열심이지만, 서로 시각이 다르고 세계를 바라보는 과학의 안경 또한 다르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가 아는 세계를 있게 한 자연 속의 여러 힘들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연신학이란 것이 존재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과정들 자체에서, 그리고 그 과정들이 이런 식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준 '우주의 우연들' 안에서 더 많은경이의 원인을 발견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물을 지으실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지혜로우신 분임을 오래전부터 알았다. 그러나 유념하라. 하나님은 그보다 훨씬 더 지혜로우셔서 만물이 스스로 그 자신을 만들게 하실 수 있는 분이다."(찰스 킹슬리). 페일리는 정적 시각으로 자연신학을 바라본다. 때문에 그의 시각은 과학적 수정과 개념의 확장, 그리고 신학 면에서 더 공고히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이 책에서 바로 그런 일을 시도했따.
이 책이 택한 접근법과 이전의 자연신학 형태들 사이에는 도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특성 중 적어도 몇 가지를 자연계에서 연역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는 기독교 세계관과 우리가 실제로 관찰하는 것들이 서로 공명을 이룬다거나 '경험상 적합성'을 가진다는 개념에 기초한, 더 온건하고 현실성 있는 접근법을 지지한다. 기독교 신앙은 결국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근거하기에, 자연계를조명해 주고 해석해 준다. '성경이라는 책'은 '자연이라는 책'을 더 꼼꼼하고 풍성하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연역이 아니라 귀추는 자연과학의 특징이지만 자연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450-451p
자연신학은 신학을 바탕으로 삼아 자연 속에서 진, 선, 미를 찾는 것이다.
452p
세계가 가진 지적, 심미적, 도덕적 모호성은 종종 비슷한 신학적 도전을 제기하면서, 세상의 소음을 어덯게 하면 화음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이 단일하고 통일된 실재관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실재관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계에서 당황스러운 복잡성과 인신록 상 명백한 무정부 상태만 느끼게 할 뿐이다. 진정한 기독교 신학은 우리에게 세계에 관한 우리의 경험 위에 던질 수 있는 개념의 그물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세계의 통일성을 지각하고 세계가 지닌 외관상의 모순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453-454
복음의 설명 능력을 인식하면 훨씬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의미를 전달해 주는 능력이 그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금 기독교 신앙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측면 가운데 하나를 만난다. 경험에서 얻은, 아직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에 의미라는 그물을 던져 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복음이 주로 우주나 인간의 기원을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복음의 본질은 그것이 목적과 가치와 중요성과 작용 같은 관념들로 표현되는 의미를 전달해 준다는 데 있다. 이 책이 제시한 논증들은 믿음이 가진 설명 잠재력을 확인해 주며, 이 믿음은 역시 그와 연관된 것으로서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믿음의 능력을 확신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독교는 에피쿠로스학파처럼 살아 있는 동안에 즐기자는 마레 만족하며 안주할 수 없다. 기독교는 대신 삶의 실존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455p
이 책에서 우리 관심사는 주로 기독교 신앙이 자연과 만났을 때 이 자연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영국의 위대한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1794-1866)은 풍부한 시각 이미지를 활용해 관찰 결과를 설명하고 함께 엮어 줄 수 있는 훌륭한 이론의 능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실들은 알려져 있으나 따로 놀고 서로 이어져 있지 않다. ... 진주들이 있지만, 누군가가 실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 진주들은 하나가 되지 못할 것이다." '진주들'은 관찰 결과들이며, '실'은 데이터를 이어 주고 통일해 주는, 실재를 바라보는 커다란 시각이요 세계관이다. 휴얼은 커다란 이론이 '사실들을 총괄해 묶어 줌'으로써 사실들을 서로 이어 주는 새로운 관계 시스템을 만들고, 자칫하면 서로 무관하고 고립된 관찰 결과로 여길 뻔 했던 것들을 통일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이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자면, 이 책은 진주들을 가려내고 이 진주들을 하나로 묶어 줄 가장 훌륭한 실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주들은 우리가 이 책 2부에서 탐구했던 인간중심 현상들이요, 실은 고전 기독교의 특징인 삼위일체 관점에서 실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실과 진주들은 그 자체가 상당한 흥밋거리다. 그러나 그것들을 '총괄해 묶어 주는' 방법이야말로 어쩌면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한 탐구 결과들이 자연신학의 미래, 삼위일체론이 가진 설명의 차원들, 그리고 인ㄴ간중심 현상들의 의미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길 소망한다. 나는 정교한 조율ㅇ르하나님이 존재하심을 보여 주는 확실한 증거로 못 박는 열렬한 유신론자들의 과도한 주장은 물론, 단지 우리가 대략 살펴본 현상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시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여러 우주들이라는 개념으로 도피하곤 하는 무신론자들의 과도한 주장을 모두 피하려고 애썼다.
이 책은 자연에 존재하는 정교한 조율 사례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것들을 설명이 필요한 '놀라운 사실들' (찰스 퍼스)의 본보기 혹은 '우주의 의미를 해명해 줄 실마리들' (C.S.루이스) 이 될 수 있는 본보기로 활용했다. 이런 사례는 진주들이며, 그 의미를 가장 잘 밝혀줄 방법을 사용해 하나로 꿰내야 할 것들이다. 기독교의 실재관은 이런 관찰 결과들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주면서 사물들을 보게 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어던 사물이 있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예상할 수 있다. 나는 특히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한 창조 신학이 과거 200년 동안 자연과학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전 가운데 두 가지를 탐구할 수 있는 탁월한 신학적 발판을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그 둘 가운데 하나는 우주의 기원, 곧 사람들이 종종 '빅뱅'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이 시대가 갖는 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상 생명체의 발전,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이 지금도 '다윈주의가 말하는' 진화로 부르곤 하는 과정에 대해 우가 갖는 이해다.
454-457p
-------------------------------------------------------------------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알리스터 맥그래스 저 | IVP | 2014년 12월 20일 | 원서 : A Fine-Tuned Universe
|
|
number: 453/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