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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피터팬을 집필한 J.M. 배리가 머물렀다는 고택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소설.
생각보다 재밌었다.
주인공 할머니들 중, 애그니스라는 분.
실제로 내 주위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는 애그니스 같은 멘토가 필요하다.
어쨌든 간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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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올해는 영국 여행 준비 때문에 연말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조이는 자기만의 연례행사는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센트럴 파크에서의 오래 달리기였다.
상쾌하고 맑은 아침이 밝았고 조이는 커피를 마시자마자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집에서 몇 블록 떨어져 있는 센트럴 파크 안의 재키 오나시스 저수지로 갈 준비를 했다.이 달리기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마다 이곳은 얼마나 한산한지 조이의 마음에 꼭 들었다. 조이는 온 동네 아이들이 선물을 푸는 동안 이곳을 독차지하다시피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특히 동틀 때 이곳에서 달리기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떠오르는 태양 빛에 반짝이는 뉴욕 스카이라인이 수면에 비치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40-41p
조이는 눈을 들어 애그니스를 바라보았다. 애그니스는 확고한 발걸음으로 언덕을 올라 숲으로 가고 있었다. 애그니스는 귀족 칭호가 있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여왕과도 점심을 먹는 사이였다! 사실이 그러한데, 헐거운 진흙투성이 장화라든지 한겨울에 홀로 수영이라든지, 어떻게 이런 것들과 양립할 수 있을까 조이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애그니스의 얼굴 골격은 분명 귀족다웠으며 발걸음은 절도 있고 품위 있었다. 또한 그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품위 있게 행동한 모습으로 보건대 애그니스는 귀족 칭호를 받아 마땅했다. 만약 애그니스에게 그랬듯 누군가가 조이에게 달려들었다면 조이는 그 미치광이를 냅다 후려쳤을 것 같았다.
104p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닥에서 서까래까지 이어진 서가였다. 새 책, 낡은 책, 문고본, 양장본 등등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책들이 차고 넘쳐났다. 조이는 서재를 한 바퀴 돌며 여러 시대, 여러 장소에서 만들어진 여행 서적들을 살펴보았다. 이집트와 피라미드에 관한 책, 아프리카의 정글과 보르네오의우림에 관한 책, 중국과 중국 너머의 영토들에 관한 역사적 기록도 있었다.
뉴욕을 떠나본 적 없이 살다시피 한 조이는 그렇게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서재에는 문학 서적도 다양했다. 제인 오스틴, 오스카 와일드, 헤밍웨이의 소설, 살인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백과사전, 다양한 언어 사전도 있었다. 책이 너무 많아서 아찔할 정도였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조이는 표지가 가죽으로 된 큰 책을 집어들었다.
"아름답죠?" 애그니스가 두 팔 가득 옷을 안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서재로 들어왔다.
109p
조이는 숨을 멈추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전혀 다른 세계의 모습으로 어른거리고 이썼다. 눈부신 신기루에 가까웠다. 초록과 금빛 갈색으로 에워싸인채 구름 사이로 새어든 햇빛 줄기에 빝나고 있는 넓은 수면은 일부가 아주 얇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얼마나 잠잠한지 마치 자연이 숨을 멈추고 있는 듯 했다. 주변으로는 자작나무와 버드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다.
조이는 모든 게 꿈인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만 더 다가가면 연못은 감쪽같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확신하건대 목소리는 진짜였다. 목소리가 진짜라면 이 눈부신 환영도 진짜여야 했다.
관목과 늘어진 가지들을 헤치며 언덕을 내려가자 곧 연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애그니스도 보였다. 힘찬 동작으로 헤엄을 치면서 애그니스는 동료와 나란히 얼음이 얼지 않은 수면을 우아하게 미끄러져갔다. 이끼로 뒤덮인 오래된 잔교가 동동 떠 있는 연못가 쪽에서는 요정 같은 여자가 자맥질을 즐기고 있었다. 조이는 발검을을 멈추고 미소 지었다. 여자들은 파도 속을 노니는 세 인어 같았다.
136p
"누구 잘못이었어요?" 메그가 노골적으로 물었다.
"모르겠어요." 조이는 대답했다.
"제가 그 사람을 행복하게 못 해줬나 봐요. 충분히 행복하게."
"누구도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해요." 비브의 생각이었다.
"스스로 자기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면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결혼이 실패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 메그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그렇구나, 해답을 찾았네! 책으로 쓰지 그래."
"그래야겠다!" 비브가 쾌활하게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게일라가 말했다.
"결혼한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고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인간도 다른 인간의 근본적인 불행을 치유할 수는 없어."
"외로워서 불행한 거라면?" 애그니스가 물었다.
"그러다가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다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불행을 치유한 게 아닌가?"
"그런 다른 경우야." 게일라가 말했다.
"다르지 않아." 애그니스가 고집했다.
비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말하는 건 자기 안 깊은 곳에 자리한 불행이야. 그건 외로움과 달라."
194-195p
"특별한 저녁 자리에 대해 흔히들 하는 말 있잖아요." 애그니스가 말했다.
"뭐라고 하는데요?"
"다들 잘 모르는 사람이 항상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와일드카드죠. 관계의 역학을 뒤흔들어놓고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게 만들죠."
251p
"그럼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어. 페이지를 넘기고 앞만보고 갔으면 좋겠어."
"헨리랑 가끔 그럴 때가 있지."
"그래?"
"응, 나한테는 새로운 전환점 같은 순간이었지. 금요일 아침이었는데 심하게 싸웠어. 늘 있는 그런 싸움이었어. 그때 생각했지. 주말 내내 남편이 한 말과 내가 한 말, 그리고 남편의 잘못과 내 잘못을 일일이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는 싫다고! 이혼할 것도 아니고! 바보 같은 일 때문에 시작된 멍청한 싸움이었거든.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어쩔 수 없는 사움."
"그래서 어떻게 했어?"
"회사에 있는 헨리한테 전화를 걸어서 말했지. '헨리, 우리가 주말 내내 이렇게 싸워봤자 이기는 사람도 없을 거고 월요일이 되면 우울하고 피곤한 일밖에 더 남겠어? 그러지 말고 우리 둘 다 바보 같고 고집 센 멍청이였다는 걸. 그렇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인정하자. 한 페이지 넘기고 다 잊고 주말을 즐기자. 어때?' 그랬더니 헨리도 대찬성이라며 퇴근할 때 튤립과 와인을 사들고 왔지. 금요일 밤 9시쯤에는 다 없던 일이 되었고 그때 정말 많이 배웠어."
"새로 시작하자." 조이가 말했다.
"그러자." 새라가 대답했다.
367-368p
연못은 비극이 될 뻔한 마지막 사고가 있기 전까지 정말 경이롭고 신비한 장소였으므로 조이는 그곳을 릴리의 사고가 있었던 장소로 기억하기보다 거기서 경험했던 모든 즐거움과 행복의 장소로 기억하고 싶었다. 수영할 때 느꼈던 희열, 취할 때까지 마셨던 게일라의 화이트 핫 러시안 코코아, 메그의 생일 파티 때 느꼈던 사랑스러운 우정, 뜨개질과 차 마시는 시간, 언쟁과 폭소, 이런 것드로 기억하고 싶었다.
돌아가야 했다. 릴리와 함께가 아니라도 돌아가야 했다.
3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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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M. 배리 여성수영클럽
바바라 J. 지트워 저 / 이다희 역 | 북레시피 | 2017년 03월 31일 | 원제 : The J. M. Barrie Ladies' Swimming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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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466/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