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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작년 마흔을 앞두고 읽은 책.
마침 독서토론에서 주제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이 분의 사상은 마음에 들긴 한데, 약간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이 풍겨서
약간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이제 보니, 메모한 내용은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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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서문
내가 가지 않은 길들을 기웃거렸다. 서른여덟 살에 출판사를 접었다. 그 뒤 몇 해 있다가 서울 살림을 접고 시골로 이사를 했다. 호수와 버드나무 군락이 내려다보이고 고라니와 족제비가 수시로 출몰하는 산자락 아래 고추밭을 밀고 그 자리에 '수졸재'라는 당호를 가진 집을 짓고 삽살개를 키우며 살고 있다. 텃밭에는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와 앵두나무를 심고, 뜰에는 모란과 작약과 영산홍을 심었다. 해마다 대나무를 구해다 심고, 연못을 파고 물고기를 기르며 수련을 키웠다. 어느덧 열세 번의 봄을 보내고 열세 번의 가을을 맞았다. 마음공부 삼아 노자와 장자를 부지런히 읽었다. 아침에도 읽고 저녁에도 읽었다. 물을 바라보며 시를 쓰고, 오솔길들을 걸으며 명상을 했다. 생계를 위해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오는 원고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썼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늦지 않았다, 초조해하지 마라
꿈을 잃으면 아무리 젊어도 노인이고, 꿈이 있다면 백발이어도 청년이다. 마흔은 젊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나이이다. 문제는 꿈이다. 꿈을 품은 마흔은 젊지만 꿈을 잃은 마흔은 이미 늙은 것이다. 모네가 수련을 그리기 시작한 나이가 76세 때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78세에 이중 초점 렌즈를 발명했다. 이들에 견주자면 당신의 마흔은 아직 새파란 청춘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흔에 이미 늙은 청춘들도 꽤 있다. 들에겐 삶을 힘차게 이끌어갈 꿈의 추동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생의 즐거움들을 누리는 대신에 인생에 따르는 온갖 책임과 의무들에 매여 살 따름이다.
16-17p
빈 것은 청빈과 통한다. 비움 중에 마음을 비우는 일이 어렵기로는 으뜸이다. 마음을 비운 이들은 우선 그 태도에서 초연하다. 초연함은 본질적으로 탈속이다. 초연한 것에는 맑은 기운이 깃든다. 대숲은 겨울에 볼 만한 풍경 중의 하나이다. 대숲에는 차고 맑은 운이 있고 고요가 깊어 고즈넉하다. 눈을 밟을 때마다 발밑에서 울리는 소리가 난다. 잎잎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활처럼 흰 대나무들이 어느 결에 눈을 털고 척추를 곧추세운다. 나는 대나무를 사랑한다.
35p
비움을 모르는 자들은 융통성이 없고 베풀 줄 모른다. 제 이익을 먼저 구하는 탓에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저에겐 너그럽고 남에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마음을 비우면 사람이 너그럽고 맑아진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편안하고 화평하다.
36p
자신의 내면을 굽어보라
침묵은 종종 꽤 쓸모가 있는 화두를 낳는다. 어느 날 밥 먹고 걷고 있는데, 나는 왜 공작새가 아니고 '나'일까라는 화두가 찾아왔다. 인생의 화두들은 대개는 침묵을 타고, 아니 침묵의 형태로 우리 안에 깃든다. 나이 마흔이 넘어 침묵의 가치에 대해 깊이 인식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74p
나는 시골로 내려와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 "우리가 그것을 위해 태어난 바로 그 삶"을 누릴 수 이었다. 덕분에 내 심지는 더 굳건해지고, 삶은 더 활기찰 수 있었다.
77p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간다.
118p
이 가을 아침에 가슴이 뛰는 것은 내가 책 속에서 사는 까닭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읽은 모든 책들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123p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도쿄제국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3년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온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점점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읽어치우지 못하게 되었다. (중략) 읽고 싶은데 읽지는 못하는 책들이 책장 가득히 꽂혀 있는 것을 매일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은 심한 고통이었다." 그러니까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지 못하는 환경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 것이다.
127p
'더 읽고 싶은 책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바로 그 사실 자체가 지적인 인간에게는 살아 있음의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일 그 욕망이 사라진다면 그 사람은 이미 지적으로 죽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지적인 인간은 영원히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숙명에 처한 탄탈로스 같은 존재입니다. 읽어도 읽어도 만족스러울 만큼 충분히 읽는다는 게 불가능한 것이죠. 그러한 욕망과 욕구의 무한함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내가 보기에 그건 옳지 않은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런 욕구의 무한함 속에서 생명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한정 없이 '더 알고 싶다' 는 욕구의 충동질에 의해 여기까지 진보해온 것입니다.'
-다치나바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128p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즉물적인 삶을 산다. 그들은 먹고 사는 것이나 돈되는 것의 밖에 있는 일들에 무관심하다. 모란과 작약은 왜 봄마다 꽃을 피우는 것인지, 파도는 왜 왔다가 돌아가는지, 달은 왜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지, 지구의 자전축은 왜 항상 태양계의 공전 궤도면에 대해 23.5도의 각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하다. 그들은 오로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즉 주식, 부동산, 음식, 쾌라겡 함몰되어 있다. 왜 그럴까. 미래가 중요하지 않기 떄문이 아니라 미래를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지나치게 버겁거나 영혼에 음악이 없을 때 우리는 미래를 회피한다.
175p
순간의 페이지를 펼쳐라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간간이 밖에 나와 물도 들여다보고 풀도 뽑고 꽃도 본다.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러니 오늘을 붙잡아라!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손에 들고 읽고 있는 이 순간, 밥을 먹고 있는 이 순간, 모란 작약 앞에서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이 순간, 당신과 맑은 차를 마시며 보내는 오후의 이순간, 비가 내리는 풍경에 무심한 눈길을 주고 있는 이 순간, 그 순간들이 바로 삶이라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이다. 189p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의 키 큰 삼나무 아래에서 몽상을 했다. 몽상이 자라나서 지혜의 숲을 이루었다. 그게 바로 <예언자>이다.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응ㄹ 주되, 어느 한 편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면서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 줄처럼.
칼릴 지브란, <결혼에 대하여, 예언자>
212-213p
물가에 누옥을 지어 세끼 밥을 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벌써 내년 봄에 만날 그 꽃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댄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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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 삶을 쉬어가게 하는 책읽기
장석주 저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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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470/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