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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1년동안 숲의 변화를 세밀화로 그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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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내 마음을 따라가며 바라보는 숲은 연구 대상이나 교육 대상의 숲이 아니라 교감의 대상으로 만나는 숲이었기에 숲이 큰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내 마음도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꽃처럼 활짝 피었습니다.
6p
3월 25일
이른 봄, 적막한 숲에 핀 노란 불빛 같은 꽃이 참 좋다.
28p
4월 17일
숲 속 선밀나물의 새순을 꺽지 않는 것은 선밀나물은 줄기 하나로 1년을 버티는 풀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무심한 손에 줄기가 툭 꺾인 선밀나물의 아픔은 나뭇가지 몇 개를 잃어버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다. 광합성을 못하게 된 풀은 그해 봄이 삶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꺾인 선밀나물을 볼 때면 마음이 몹시 씁쓸해진다.
53p
5월 4일
내가 그간 열심히 살펴보던 선밀나물을 안타깝게도 누군가가 꺾어 가 버렸다. 이 길에서 가장 멋진 선밀나물이었는데... 선밀나물은 꽃을 줄기 맨 아래에 달린 첫 번째 잎 겨드랑이에서부터 피워 내니 그 부분은 좀 남겨 두어도 좋으련만 참 야박스럽게도 밑동까지도 확 꺾어 놓았다.
65p
5월 25일
물봉선 새싹도 봉숭아 새싹만큼 귀엽다. 꽃밭에 옹기종기 돋아난 봉숭아 새싹이나 개울가에서 옹기종기 돋아난 물봉선 새싹을 보면 어린이집에서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조잘대는 귀염둥이들 같다.
84p
6월 1일
발을 저는 새끼는 열 번도 넘게 벼랑에서 미끄러진다. 어미 오리는 저 새끼를 두고 가 버릴 것처럼 다리 하나를 들고 먼 산을 보고 있다. 다리 난간에 선 사람들 입에서 안타까워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모르는 척하던 어미 오리가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다친 아기 오리를 기다린다. 고마리 덤블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아기 오리들도 모두 어미 곁에 모여 섰다. 발을 저는 아기 오리는 다시 한 번 궁둥이에 힘을 꼭 주고 작은 날개를 활짝 펼쳐 보인다. 눈은 어미 오리만 바라보고 있다. '여길 꼭 올라가 엄마하고 같이 헤엄쳐 나갈 거야!' 아기 오리의 눈빛은 많은 실패에도 낙심한 기색 없이 까맣게 반짝인다. 다시 한 번 더!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이 다 똑같았으리라. 모두 숨을 죽이고 침을 꼴깍 삼켰을 때, 아기 오리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멘트 벼랑을 사뿐히 올라섰다! 누군가는 감격에 겨워 손뼉을 친다.
96-97p
9월 4일
'개암'은 모른다 해도 '헤즐넛(Hazelnut)'은 누구나 다 아는 세상에 살고 있어 헤즐넛의 향기를 이용한 먹을거리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개암기름으로 신혼방에 불을 켜던 것에 견줄 만큼의 최고급 낭만은 아직 등장하지 못한 듯하다.)
175-176p
다람쥐를 위하여 - 정현종
내 일터 얼마 안 되는 도토리나무숲에 도토리가 떨어지면,
어디서 왔는지 아줌마 아저씨들이
비닐봉지나 무슨 헝겊주머니 같은 걸 갖고 와
도토리를 주워 담는다. 떨어진 걸 다만 주워 담는 게 아니라
돌로 나무기둥을 치거나 장대로 가지를 쳐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 보이는 것만을 줍는 게 아니라 가랑잎을 파헤쳐
그 속에 있는 것까지 깡그리 주워 간다. 싹쓸이다.
숲에 다람쥐가 꽤 많았으나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들어졌다.
나는 산보를 하다가 한심하고 딱해서 아줌마 아저씨들을
야단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먹을 게 많지 않느냐,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있지 않느냐, 다람쥐는 먹을 게 도토리밖에
없지 않느냐, 그러나 소용이 없다. (도토리묵 장사들이 도토리 한 말에 얼마씩 주는지 모르겠으나) 돈이 되면 뭐든지 싹쓸이다.
싹쓸이하는 손에 비하면, 도토리 하나 쥐고 오물오물오물오물 먹는 다람쥐의 두 손은 너무 이쁘다.
188-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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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숲 관찰일기 : 가까운 작은 숲을 천천히 그리다
강은희 글, 그림 | 현암사 | 2012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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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471/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