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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재 - 김윤관
≫ 글쓴이 : 앤셜리 ≪

아무튼 시리즈의 두번째 책. 제목이 참 재밌는 시리즈이다.
저자는 목수인데, 목수로서 서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른 아무튼 시리즈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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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수의 서재
책장
책상
의자

청춘의 서재
여성의 서재
공공의 서재
선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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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목수가 연장 옆에 책을 두는 이유
공예는 오랫동안 공부나 이론의 대사이 아니었다. 생활과 함께 숨 쉬는 것 혹은 생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공예는 생활에서 쫓겨났다. 공예가 살아 숨 쉬던 자리에는 디자인과 공산품이 자리 잡았다. 생활에서 밀려난 공예는 정처가 없었다. 현대의 공예가 독자적인 길을 확보하지 못한채 한쪽 발은 예술에 한쪽 발은 디자인에 걸치며 모양사납게 우왕좌왕하는 것은 생활을 떠난 공예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공예가 생활로, 원래 있던 그 자리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론이 필요하다. 생활이 자신의 원래 집이고 고향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예가 없는 생활이란 황폐하고 품격이 없다는 것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공예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 깎는 목수가 연장 옆에 책을 두는 이유가 여기 있다.
12-13p

서재에 술과 텔레비전을 허하라
예전에는 서재에는 '바 캐비닛(bar cabinet)' 혹은 '드링크 캐비닛(drink cabinet)' 이라고 해서 술을 보관하는 캐비닛이 이썼다. 유럽의 가구, 특히 북유럽 가구에서는 몹시 중요한 품목이며, 냉장고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다. 서재의 냉장고는 생활의 주식을 냉장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영화 <위플래쉬>를 본 뒤 뛰는 가슴을 달랠 맥주 한 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실황공연을 즐긴 다음 쓸쓸해진 마음을 달래줄 와인 한 병, 허먼 멜빌의 소설을 읽고 모처럼 진중해진 마음을 유지시켜줄 몰트 위스키 한 병을 보관하는 서재용 바 캐비닛인 것이다.
17p

책장 - 책을 사랑하는 자가 가져야 할 균형
책장은 단지 책을 진열해 두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한가? 식기가 단지 음식을 담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라면 책장 역시 그러할 것이다. 옷이 단지 몸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책장 역시 그러할 것이다. 집이 단지 추위와 외부 시선으로부터의 보호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면, 책장 역시 그러할 것이다. 육체가 단지 정ㅇ신을 담고 정신이 뜻한 바를 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면, 책장 역시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식기는, 옷은, 집은, 육체는 그러한 것인가?
문화란 수단과 목적을 종속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초판본을 구하기 위해 동대문부터 부산 보수동 헌책방까지 헤매는 애서가의 행위는 그가 구한 초판본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한 달에 30만 원씩 책을 구매하는 애서가임을 자랑하면서 MDF에 월넛 필름지를 바른 책장을 쓰는 사람을 문화의 영역에서 진정한 애서가라고 인정하는 것이 나로서는 몹시 어색하다.
책장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책 <서가에 꽂힌 책>의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책꽂이는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집에 책꽂이가 있다는 사실은 집 주인이 문명화되었고, 교육받았고, 세련되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라고 말한다. 내게 한국의 애서가들이 가진 책장의 조악한 수준은 아직 한국의 애서 문화가 문명화되지 못했다는 증거로 읽힌다.
24-25p

책장 - 온전한 나를 대면하기 위한 필수품
이 책을 통해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바를 단 하나만 말하라고 한다면, "어떻게든 당신만의 책상을 가져라!"이다. 당신만의 책, 당신만의 노트, 당신만의 연필, 당신만의 지우개, 당신만의 스탠드 조명을 둘 수 있는 당신만의 책상. 목수로서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을 빌려 말하자면 이렇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인간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책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35p

럭셔리, 구두에서 시작해 의자에서 끝난다
목수로서 사무직에 종사하는 독자들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회사에서 본인이 쓰는 의자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고가의 제품을 고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입사를 하고 자리르 배정받으면 자신이 직접 구매한 필통이나 액자, 마우스패드 등을 정성스럽게 세팅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꼼꼼한 검색을 통해 구입한 의자를 가지고 가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한 의자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30만 원짜리 신발은 흔쾌히 사면서 의자는 4~5만 원짜리를 쓰는 것을 현명한 소비라고 말하기 어렵다.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산다는 덴마크 사람들처럼 첫 월급을 받으면 사무실에서 쓸 자기만의 의자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지인이 개인 사무실이나 작업실 오픈 선물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럿이 돈을 모아 좋은 의자를 선물하면 된다. 허먼 밀러 사의 '에러론 체어(Aeron Chair)' 라면 훌륭한 선택이다. 1994년에 등장한 에어론 체어는 사무실용 고기능성 의자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디자이너 돈 채드윅과 빌 스텀프가 주도하고 정형외가 의사와 혈관한 전문가까지 참여한 초유의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에어론 체어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개나 팔린 사무용 의자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다. 에어론 체어를 선물한다는 것은 척추를 위한 기능적인 목적과 역사적인 디자인을 소유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동시에 충족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100만 원대 중후반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소비라는 것, 값을 지불한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사항이 '기능'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의자와 매트리스를 구입할 때만큼은 '낮은 가격과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디자인사적인 의미까지 더한 의자라면, 기능을 넘어 선물하는 이의 수준까지 상승시키는 절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럭셔리는 구두에서 시작해 가구에서 끝난다." 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럭셔리는 구두 끝에 매달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 럭셔리의 수준이 가구로 진화한다면 그 시작은 마땅히 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53-54p

이지 체어 - 사치와 럭셔리 사이
나는 이지 체어를 구매하라고 자주 권하는 편이다. 실제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길 때 혹은 얇고 달콤한 낮잠을 자고 싶을 때 이지 체어만큼 적당한 의자도 없다. 흔히들 별도로 데이베드(daybed)를 구매하고는 하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이지 체어가 더 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지 체어 중 추천하고 싶은 제품응ㄴ '임스 라운지 체어'와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덜 유명하지만, 노르웨이의 디자이너인 잉마르 안톤 렐링이 디자인한 하이백 이지 체어인 '시에스타(SIESTA)'이다.
시에스타 체어는 목수 출신 디자이너인 렐링이 그의 아들 크누트 렐링과 함께 1965년에 디자인한 의자로, 너도밤나무를 벤딩해 프레임을 제작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기 중에 백안관을 통해 열여섯 개를 구매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시에스타 체어는 약간의 탄성이 주는 편안함과 미니멀한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 세련됨이 어우러진 명작이다.
찰스 & 레이 임스 부분의 임스 라운지 체어는 국내에서도 워낙 유명한 제품이라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임스 라운지 체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호와 의자 논란'이 일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민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가 강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1000만 원에 가까운 임스 라운지 체어를 쓰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이다.
목수인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스 라운지 체어 사용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성실히 산 남자가 명품 의자를 쓰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치라고 보기 어렵다. 호화 의자 논란이 일 때 SNS를 통해 퍼진 사진은 그가 임스 라운지 체어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유력한 정치인이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독서하고, 사색하고, 휴식하는 의자에 조금 돈을 들였다는 것은 사치라기보다 기능과 효율성을 고려한 럭셔리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1000만원 짜리 의자를 쓰면서 7000원짜리 이발소에 다닌다고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난도 있었따. 나는 1000만원 짜리 의자를 쓰고 7000원짜리 이발소에 다니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 믿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가 '1000만원 짜리 의자, 7000원짜리 이발소' 라는 글을 보고 호감을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58-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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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재
김윤관 저 | 제철소 | 2017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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