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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베스트셀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신랑님이 요 책을 구매해놓고 방구석에 뒹굴어 다니게 놔두길래~
왠지 호감이 가서 한번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독서동호회 회원 분 중 하나가 요 책을 추천도 하고..
모 이래저래 읽어보게 되었는데...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움.. 은근 재밌다.
특히 알란 칼손이라는 주인공 할아버지의 성격이 참 마음에 들기도 하고..
황당한 세계 여행 스토리도 나름 재미있고...
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쬐끔 역사공부도 될 것 같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화로도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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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보세는 자신의 대꾸에 대해 베니가 한 대꾸에 내놓을 대꾸가 벌써 준비되어 있는 듯,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알란이 두 형제의 말을 끊으면서 말하기를, 자기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지구 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분쟁은 대개 <네가 멍청해! --아냐, 멍청한 건 너야! -- 아냐, 멍청한 건 너라고!> 라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둘이서 보드카 한 병을 함께 비우고 나서 앞일을 생각하는 거란다. 문제는 베니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알란은 물론 그의 몫까지 마셔 줄 수 있지만, 이 경우 효력은 장담할 수 없단다.
"그렇다면 영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을 보드카 한 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거요? 이 분쟁은 구약 성경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골 깊은 이야기인데?" 보세가 물었다.
"그 분쟁을 해결하려면 술병 개수를 좀 늘려야겠지. 하지만 원리는 같아." 알란이 대답했다.
"그럼 술 대신 다른 걸 마셔도 되나요?" 자신의 금욕 생활이 왠지 세계 평화를 깨뜨리고 있다는 불편한 느낌에 사로잡힌 베니가 물었따.
알란은 기분이 좋아졌따. 형제간에 팽팽하던 기운이 한결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점을 지적한 뒤, 그러니 술을 분쟁 해결 이외의 다른 용도로 써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보세는, 이제 음식이 준비되었으니 술은 나중에 천천히 하자고 말했따. 메뉴는 오븐에서 막 꺼낸 통닭과 감자튀김,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맥주와 아직 어린 동생 베니를 위한 석류 주스란다.
256-257p
알란 칼손은 인생에서 많은 걸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누워 잘 수 있는 침대와 세끼 밥과 할 일, 그리고 이따금 목을 축일 수 있는 술 한 잔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것들만 갖춰진다면 그 무엇이라도 견뎌 낼 수 있었따. 블라디보스토크의 굴라그에서는 술을 제외한 이 모든 것들이 제공되었다.
302p
보세는 반장에게 다시 샴페인을 가득 부어 주었다. 단숨에 그것을 들이킨 반장은 코를 한 번 문지르고는 베니가 재빨리 가져온 차 뒷좌석에 쓰러지듯 앉았따.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반장은 시 한 구절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아, 만일 우리에게 좋은 벗들과
향긋한 헝가리 포도주가 있다면...
"칼 미카엘 벨만의 시군요." 거의 문학학사나 다름없는 베니가 말했다.
413p
윤리의식이 강한 유리는 지난 21년 동안 끔찍한 회한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죄 없는 핵 전문가를 본의 아니게 모스크바로 끌어들여 결국 블라디보스토크의 강제 수용소에 처넣었다는 죄책감이었다. 그는 알란이 거기에서 -- 만일 그 전에 죽지 않는다면 --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그 대화재 중에 타 죽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따. 그는 이 스웨덴 사내와 그의 못 말리는 낙천적 기질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 떄문에 더욱 괴로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까?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 앞에,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가슴을 따스하게 녹여 준 공연을 감상하고 나오니... 세상에!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따. 알란 엠마누엘 칼손이 살아있다니! 그렇다.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자신을 마주 보며 꼿꼿이 서 있었다. 모스크바 시내 한 가운데서, 러시아어로 말을 건네면서!
456p
번역가의 작업은 그렇게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 보라. 수천, 수만 개의 깨알 같은 문장들은 일일이 우리말로 옮겨 내야 하는 그 말도 못할 고역을, 게다가 그 문장들이 난해하기라도 하면 작업은 더욱 괴로워진다. 몇 달 만에 한 권이라도 마치려면 하루에 적어도 몇 페이지씩이라도 진도가 나가야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어떤 한 단락, 아니 어떤 한 문장에 발목이 걸려 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면... 하지만 이것도 최악은 아니다. 최악은 재미없는 작품이다. 번역으로 생계를 잇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만을 번역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내 취향이 아닌 작품, 아니 워낙에 재미가 없는 작품을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 책의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번역하고 있노라면 나무 호미로 드넓은 돌밭을 일구는 콩쥐가 된 심정이다.
물론 번역이 늘 이런 고역인 것은 아니다. 번역 작업이 너무도 즐거운 작품들도 있다. 책장을 넘기며 혼자서 키득거리게 만드는 작품,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작품, 이야기에 빠져 정신없이 번역하다 보면 어떻게 페이지들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되는 작품, 마지막 페이지가 가까워질수록 기쁘기는커녕 점점 줄어드는 케이크 조각을 보듯이 아쉬움이 커지는 작품... 독서의 즐거움과 번역가로서의 보람을 동시에 안겨 주는 대박과도 같은 작품... 번역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책들을 가끔은 만난다.
이 작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바로 그런 행복한 책이었다.
504-5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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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저/임호경 역 | 열린책들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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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88/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