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쓴이 :
앤셜리 ≪
대중적인 자기계발서들을 비판하는 책.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무언가 탐탁치 않은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 책 내용을 보니 내가 그동안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어서
참으로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모든 자기계발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에 판치는 대중적인 자기계발서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얘기해주는데 정말 속이 시원하다.
강추하는 책
----------------------------------------------------------------
contents
프롤로그 우리는 대체 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일까
01 우리 시대의 명령 “부자 되세요”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아빠와 부자 되세요│IMF 외환위기와 부자 담론의 적극적 수용│한국 교회와 부자 담론│두 가지 롤모델의 대립│뒤집어 읽은 자본론│다단계와 자기계발│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부자아빠의 진실과 우리 시대의 욕망│허망한 탐욕에서 현실적 노력으로
02 자기계발 본질로서의 자기 리더십
: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우리 사회의 프레임을 주조하는 자기계발의 고전│자기주도성과 셀프 리더십│자기주도학습자와 평생학습자│ 자기주도성과 영향력의 원│자기계발은 자기의 계발이다
03 한국적 자기계발의 시작
: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인문학적 감수성과 부의 약속│욕망의 시대 도래│신자유주의, 전문가, 그리고 혁명│변화, 욕망, 개혁│열정에의 강요│신자유주의적 자기형성의 테크놀로지
04 본격 가동되는 한국적 자기경영의 속내
: 공병호,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공병호의 실용성과 구본형의 감수성│파레토 법칙의 적극적 활...프롤로그 우리는 대체 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일까
01 우리 시대의 명령 “부자 되세요”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아빠와 부자 되세요│IMF 외환위기와 부자 담론의 적극적 수용│한국 교회와 부자 담론│두 가지 롤모델의 대립│뒤집어 읽은 자본론│다단계와 자기계발│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부자아빠의 진실과 우리 시대의 욕망│허망한 탐욕에서 현실적 노력으로
02 자기계발 본질로서의 자기 리더십
: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우리 사회의 프레임을 주조하는 자기계발의 고전│자기주도성과 셀프 리더십│자기주도학습자와 평생학습자│ 자기주도성과 영향력의 원│자기계발은 자기의 계발이다
03 한국적 자기계발의 시작
: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인문학적 감수성과 부의 약속│욕망의 시대 도래│신자유주의, 전문가, 그리고 혁명│변화, 욕망, 개혁│열정에의 강요│신자유주의적 자기형성의 테크놀로지
04 본격 가동되는 한국적 자기경영의 속내
: 공병호,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공병호의 실용성과 구본형의 감수성│파레토 법칙의 적극적 활용│경영학적 담론과 자기계발│지식경영과 파레토 법칙│몸과 마음, 관계의 경영│경영학과 인간학, 그리고 대기업 옹호
05 자기계발의 외피를 쓴 초과 노동의 요구
: 사이쇼 히로시, 《아침형 인간》
기업의 욕망과 아침형 인간│새벽 기도와 친기업형 한국 교회│일본에서의 아침형 인간│성공의 열쇠로서의 아침 생활│성격 유형에 대한 존중과 수면 유형에 대한 무시│시간 관리에서 시간 혁명으로
06 자기계발 시대에서 엘리트가 살아가는 법
: 데이비드 브룩스, 《보보스》
새로운 시대 미국의 엘리트 계층│보보스의 물적 기반│보보스의 소비 방식│보보의 영성 스타일│보보의 현실, 우리의 이상
07 근면에서 공상으로
: 론다 번, 《시크릿》
신비적 자기계발과 《시크릿》│공개된 비전(秘傳)│로또 당첨│시크릿의 천국│욕망 추구와 현실 외면│신사상 운동│불안사회
08 뉴에이지와 자기계발의 만남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뉴에이지의 성격│헌신 대신 구매를 요구하는 종교│퀴블러 로스의 개심│뉴에이지와 기독교의 인생관│《인생 수업》의 복음│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라는 강박│고해(苦海)와 영적 진통제
09 기독교, 자기계발의 영원한 파트너
: 조엘 오스틴, 《긍정의 힘》
한국의 초기 기독교와 신비적 자기계발│무속 신앙과 기독교의 만남│긍정의 기독교│현대 복음주의│긍정의 윤리와 세속의 성공│긍정의 구원
10 심리적 자기계발로의 전환
: 김혜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공황과 우울│서른 살과 심리학│심리학을 빙자한 자기계발의 유혹│서른에 대한 맹신
11 신자유주의와 힐링 산업
: 혜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트위터의 대중성│혜민이 찾은 위안, 혜민이 주는 위안│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쉰다│따스한 공감과 달콤한 위로의 진실│마음으로는 불의에 맞서고, 현실에서는 큰 감사를 느끼고│불법과 나르시시즘│진정한 종교와 사탕발림│멘토와 힐링 산업
12 성공학과 인문 페티시즘의 만남
: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20대 청년들의 자기계발 멘토│이지성의 필력, 이지성의 기획│인문 고전 페티시즘│고전 탐독과 불안사회│고전 탐독의 목적을 되묻자
13 멘토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
: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멘토,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박경철과 청춘콘서트│청년 세대의 특권화│열정 강박│인문 강박이 말하지 않는 것│친절한 멘토의 잔인한 메시지│멘토링의 실제 대상│매트릭스로부터의 자유
에필로그 서로계발하는 사회를 향하여
자기계발서 베스트 & 워스트 5
----------------------------------------------------------------
memo
프롤로그 - 모두가 부르지는 자기계발
자기계발의 원어는 바로 'Self Help' 이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 돕는다는 뜻이며, 이는 사회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정신 개혁을 강조했던 새뮤얼 스마일스의 저서인 <자조론>의 원서 제목이기도 하다. <자조론> 본문의 첫 문장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모두가 다 아는 그 윰여한 격언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이다. 자기계발의 핵심 주장이 그 명확한 의미를 담고 본격적으로 등장한 최초의 텍스트라는 면에서 본다면, <자조론>은 의문의 여지없이 자기계발의 바이블이다.
10p
프롤로그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런데 정말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까? 과연 하늘은 자신의 구원에만 마음 쓰는 이들만을 돌봐주시는 것일까? 우주의 법도는 오로지 자신의 계발에 전념하는 자들을 위해서 작동하는 것인가? 아니다. 적어도 주요 종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기독교와 불교, 유교의 가르침을 살펴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예수는 <마태복음> 22장 37~40절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또한 <마태복음> 25장 31~46절을 보자. 최후의 심판 때 예수가 인류를 평가하는 기준은 이웃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이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며, 또한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무시하는 지금의 교회를 우리는 '개독교'라 부른다.
또한 불교는 어떠한가? 제석천의 무기인 인타라망이라는 보석 그물로 표상되는 인과의 사슬에 대한 가르침을 떠올려보자. 이른바 인연생기, 즉 연기 사상이다. 모든 인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여러 제한과 관계 속에서 잠정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함경> 15권에 나오듯이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 저것도 없다. 곧 세상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을 위한 것은 곧 나를 위한 것이며, 남을 해하는 것은 곧 나를 해하는 것이다. 오직 나를 위한 구원을 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구원의 추구는 나와 더불어 남도 함께 헤아릴 때만 가능한 것이다.
...
유교라고 다르지 않다. 공자가 파이를 얼마나 키울지보다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논어> 15:1에 따르면,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생산량이 적음을 염려하지 말고, 분배가 균등하지 않음을 염려해야 한다." 라고 했다. 공자가 우리 시대에 태어났다면,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한다는 죄목으로 호되게 질책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욕망을 깊이 통찰하고, 오늘날로 치면 사회적 차원에서의 복지에 해당하는 강력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야는 개인의 안녕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향하고 있다.
또한 주희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학문인 <대학>을 통해 수기치인의 학문으로 유학을 제시한다. "나를 수양하고 집안을 정제한 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 즉 나의 수양은 사회 개혁으로 이어져야 하고, 공부는 이렇게 안과 밖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공부의 방향이 사회적으로 확장된다는 것에 주목하자. 혼자 만족하며 사는 것은 결코 유교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다. 외려 모두가 다 잘살게 되는 것이야말로 유교가 지향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12-14p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다단계와 자기계발
민관식의 <점프>와 같은 다단계 마케팅 홍보 서적에서 다음과 같이 기요사키의 주장을 인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부자가 되려면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한 것처럼 시스템을 만들든(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만들어진 시스템을 사든 (맥도날드, 피자헛, 스타벅스 등), 검증된 시스템을 활용(네트워크 마케팅)해야 한다.
검증된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 면에서 효과적이다. 시스템은 지렛대 원리와 같다. 아르키메데스가 말했다. 지렛대만 있다면 지구도 들 수 있다."
이것은 <부자 아빠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로버트 기요사키가 주장한 것과 동일하다. 직장은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자영업과 전문직은 직장인보다 돈은 조금 많지만 시간이 없다. 그러나 사업가와 투자자는 돈도 많고, 시간도 많다. 사업가는 시스템이 돈을 벌어주고, 투자자는 돈이 돈을 벌어준다. 기요사키는 시스템을 소유하고 추천한다. 그는 자신이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의 책과 강연을 소비하는 1차 고객이 바로 다단계 종사자, 곧 네트워크 마케터들이며, 기요사키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국 그가 네트워크 마케팅을 추천하는 것은 자신의 우수 고객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상업적 선택이다. 혹은 그들에게 아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단계 시스템은 나 자신의 노동에 의한 수익 창출보다도 내 밑에 있는 이들, 이른바 다운라인에서의 판매수익을 일정한 비율로 가져가는 것이 핵심이다. 몇 년만 고생해서 다운라인을 일정한 수준으로 키워놓고 나면 끝이다. 이후에는 더 이상 일하지 않고도 혹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관리만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으로 여유 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그 정도로 크게 다운라인을 키우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39-40p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허망한 탐욕에서 현실적 노력으로
사실 부에 대해 긍정적인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가난을 무능 혹은 무지, 나아가 죄악으로 보게 만드는 상황이다. 남의 돈과 노동을 통해 부를 꾀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면하는 반면, 나의 노동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것을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기요사키는 명백하게 전자에 속한 삶을 우위에 놓고, 후자에 속한 삶을 열등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세이노는 "삶의 형태에 우열은 없다"고 명확하게 구별하고 있다. 기요사키가 자신의 친아버지(가난한 아빠)의 철학을 친구의 아버지(부자 아빠)의 교설에 비추어 매번 낮추고 있지만, 세이노는 이에 대해서 "기요사키의 가난한 아버지는 "우리는 그냥 가르치는 것을 좋아할 뿐이야" 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게 좋아 교단 생활을 오래 한 '가난한 아버지'는 부자 아빠에 비해 결코 열등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49p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 자기 계발은 자기의 계발이다
코비는 과거의 자신에 매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자기계발 특유의 자아창조를 이야기한다.
...
주도적 자아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개인적, 실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시달리는 자아라고 말하겠다.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가는 과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모든 것이 자신에 의해서 선택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피로가 만연하게 만든 원인이다. 한병철의 '피로사회' 라는 개념과 미키 맥기가 언급하는 '시달리는 자아' 라는 용어도 바로 이러한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만성적인 피로에 신음하고, 자아는 극심한 짐으로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스티븐 코비로 대표되는 패러다님의 확산이 그러한 피로가 만연해지는 상황을 기꺼이 자원하여 수용하고, 시달리는 자아의 현실을 감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68p
구본형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 신자유주의적 자기형성의 테크놀로지
그의 책을 통해 성공한 이는 얼마나 될까? 변화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변화경영의 전문가 구본형은 우리에게 내면을 돌아보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내맡기도록 독려하지만, 과연 그러한 독려의 결과로 우리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는가? 대량 실업 시대를 넘어 비정규직과 잉여로 가득 찬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자기 혁명에 매달린 결과가 어떠하였는가? 현실은 성공보다 절망에 가깝고, 마음에는 열정보다 피로가 넘치고 있지 않은가? 단지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외려 구조적인 사실에 가깝다. 가장 확실하게 성공한 이는 구본형 자신밖에 없다.
어느 작가가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고 있었다. 책의 제목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책을 써서 돈을 버는 방법'이었다. 자기계발서의 본질을 꿰뚫는 신랄한 농담이다. 구본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변화경영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변화경영연구소라는 단체를 운영하면서도 끝끝내 개인의 변화에만 머물렀을 뿐 사회 구조의 변화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자기계발서 작가로서의 근원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89p
공병호 <자기경영노트> - 몸과 마음, 관계의 경영
그리고 마음의 관리를 가리켜 행복경영이라고 부른다. 행복과 경영의 조합이라니 왠지 형용모순처럼 들리지만 그는 진지하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하루의 시간 가운데서 자신이 행복하게 느끼는 순간을 반드시 챙기는 습관을 갖자. 그리고 가능하면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갖도록 하자. 80/20 법칙처럼 대부분의 행복을 낳는 20%의 핵심에 집중하고, 그 시간을 늘려 가자는 말이다."
행복과 같이 비가시적인 대상에 대해서도 가시적이고 계량적인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그의 일관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행복이라는 대상에 경영의 관점을 들이대는 것은 무리에 가까운 탓인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 등장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크기'에 지배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 그러나 행복은 결국 '마음의 상태' 이다. " 다시 읽어보자. 이것은 모든 문제의 해법을 내면에서 찾는 자기계발의 태도와 연결된다. "왜냐하면 청춘이나 행복은 고정불변의 객관적인 상황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당신의 재량권 안에 있는 마음의 상태일 뿐이니까. 청춘이나 행복은 그런 것이다." 결국 스스로 마음의 상태를 선택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라는 조언 역시 자기계발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비록 그가 현대의 대표적인 영성가인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인용문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초점은 톨레가 생각하는 영성의 함양이 아니라 생산성의 증가, 경건한 종교인이 아니라 성실한 노동자 육성에 있다. 가령 공병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재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지극 정성을 다해 일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을 즐길 수도 있다." 102p
사이쇼 히로시 <아침형 인간> - 시간관리에서 시간혁명으로
시간도 자본이며, 아침형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이 자신을 루저(패배자)로 규정하게 만들고, 강한 열등감을 가지게 만든다.
이렇게 <아침형 인간>(과 여타의 시간 관리 관련 서적)을 통한 시간에 대한 강박은 자기계발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시간에 대한 계측적 접근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다. 최근 유행하는 인문학적 교양에서 이에 대한 해결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노동이 아니라 노예나 농노의 노동 혹은 지대와 금리 수입을 통해 살아가는 유한계급이 그 잉여로움을 견디지 못해 시간의 소비를 위해 선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교양의 축적이다. 노동자의 시간과 교양인의 시간은 전혀 다르다. 혹은 노동의 시간과 한가로움의 시간은 다르다. 애초에 공평할 수 없다. 지금 직장인의 시간은 노동의 시간과 노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나뉜다. 그들에게는 진정한 여유와 한가로움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병철이 <시간의 향기>에서 지적하듯이 노동의 시간에는 향기가 없다. 시간에 향기가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의 혁명이 필요하다. 시간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느리고, 한가하고, 사색하며, 추억하는 시간을 추구해야 한다. 그 안을 채우는 내용물은 "섬세한 것,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 보잘것없는 것, 사소한 것, 떠도는 것, 뒤로 물러서는 것, 폭력적인 손길에서 빠져나가는 모든 것 등" 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병철은 "노동의 민주화"와 "한가로움의 민주화"의 결합을 제안한다. 이는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그리는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모든 이들이 하루에 6시간 동안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한가롭게 보내면 사색에 몰두하는 사회 말이다.
...
<아침형 인간>이 추구하는 시간 관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에 대한 변혁을 우선해야 한다. 시간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의 질을 바꾸기 위한 체계적 노력이 없다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그 비밀은 결코 아침에 있지 않다.
122-123p
데이비드 브룩스 <보보스> - 보보의 현실, 우리의 이상
문제는 보보스가 그렇게 살아가는 현실이 우리에게는 따라가야 할 이상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능력있는 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은 삶의 방향이자, 자아구성의 초점이다. 이것은 곧 지배계급에 대한 모방 심리에 불과하다. 모방은 욕망의 표현이다. 모방 욕망은 지배계급에 대한 위계적 관계의 심리적 재현이다. 그것이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문화 산업적 양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을 죽어라 해보라. 얼마나 성공할 것 같은가. 오히려 좌절감만 깊어질 것이다. 차라리 삶의 기준과 목표를 바꾸고, 새로운 행복을 추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영어 공부하지 말고 좋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시라. 자녀를 학원에 보낼 돈으로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시라. 차를 바꾸고 집의 평수를 늘리는 데에 노력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더 집중하시라.
자계발은 지배계급의 이상에 당신을 맞추게 한다. 하지만 참된 행복을 원한다면 당신의 현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당신의 재능과 흥미의 교집합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의 서사를 당신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출발점을 바르게 잡아야 한다.
137p
론다 번 <시크릿> - 시크릿의 천국
자기계발의 참된 비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계발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유럽의 대형서점에 있는 자기계발 코너에는 책이 별로 없다. <죽음의 계곡>의 저자 유병률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자기계발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팔리는 시장도 바로 미국과 한국이다. 유럽에서 자기계발서가 이처럼 흥행하는 것을 본 적 있나?" 왜 그러한가? <죽음의 계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계발서가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한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이데올로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은 필요에 부응하여 판매되는 상품이다. 현재는 꿈과 욕망(탐욕)에 부응하여 판타지를 제공한다. 그 판타지를 소비하면서 찰나의 위안을, 찰나의 기쁨을, 찰나의 믿음을 가지게 된다. 마치 로또를 구매하고서 발표되는 주말까지 1등 당첨을 꿈꾸며 즐거워하듯이 말이다. 자기계발은 바로 그러한 위안과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상품이다.
147p
론다 번 <시크릿> - 불안사회
마치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파묻으면, 눈앞에 위험이 보이지 않기에 안도하듯이 일단 <시크릿>을 받아들이는 동안에는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환상이 유지된다.
만일 이 사회의 안전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시크릿>이 이렇게 많이 팔릴 이유가 없다. 누구나 취업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고, 자신의 급여만으로 가족의 부양이 가능하고, 주택의 마련이 어렵지 않으며, 자녀의 교육도 감당할 수 있다면 론다 번의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 로또도 꾸준히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단계 영업에 매진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욕망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안한 사회구조이다. 이 심각한 불안사회의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대중은 계속 무언가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불안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의 마음 속에 자리하는 것은 안전과 성공을 향한 욕망이다. 이 욕망을 충족시켜줄 약속이라면 거짓말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153-154p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라는 강박
<인생 수업>의 메시지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라는 명령이다. 대중매체가 우리의 욕망을 획일적으로 조형하는 시대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자신으로 존재하라는 메시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이런 실존주의스러운 메시지를 가장 많이 선언하고 있는 곳이 바로 광고이다.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 행위가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뉴에이지와 자본주의는 친화적이다.
반면 주요 종교들은 오히려 자아를 비우라고 촉구한다. 가령 예수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라고 하였고, 아상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 불교는 말할 것도 없다. 자아 부인은 튼실한 전통의 기초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뉴에이지를 포함한 우리 새디의 문화는 그러한 기초가 부실하다. 현대 문화는 우리에게 모래 위에 화려한 에고의 성을 쌓을 것을 독려하고 있다. 뉴에이지의 자기창조와 자기계발의 자기구성, 현대 광고의 자기표현 모두 동일한 맥락에서 작동한다. 전통 종교가 배척되고, 거대 서사가 해체되고, 사회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에 외려 그 위에서 새롭게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 안달이 난 것이다. 나를 증명하라는 메시지는 사실 하류계급의 메시지이다. 지배계급은 자신의 지위를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지만, 취약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하류계급은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167-168p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 고해와 영적 진통제
지금 이 사회는 바로 액체사회이자 피로사회, 우리가 기댈 공동체와 사회 기반이 사라진 사회이다. 이러한 상황은 '자기계발' 이라는 이름의 진통제를 요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뉴에이지라는 영성 종교는 바로 자기계발의 형태로 소비되며 고통스러운 삶의 진통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영성조차 자기계발의 도구로 차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인생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시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인생은 학교도, 전장도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그림을 그려봐야 할 시간이 되었다.
169-170p
조엘 오스틴 <긍정의 힘> - 긍정의 구원
나 자신의 욕망을 추종하고, 곁에 있는 이웃을 배제하는 종교라면, 그것은 이미 종교의 본령을 떠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기 계발은 주요 종교들의 가르침과 궤를 달리한다. <긍정의 힘>은 긍정과 낙관을 찬양하는 자기계발이 종교의 가면을 쓴 것일뿐이다.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종교의 권위를 빌려서 자기계발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자기만 돕는 자는 결코 돕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185p
김혜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공황과 우울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사회 자체가 현대인으로 하여금 끝없는 노력 속에서 스스로를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미키 맥기는 이를 '시달리는 자아'로 표현했고, 시달리는 자아를 양산하는 현대사회를 한병철은 '피로사회'라고 규정한다. 이것만으로도 심리학과 자기계발이 결합될 토양이 준비되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배경은 바로 자본주의 자체의 종말까지 의심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경제 위기이다. 극도의 불안과 공포가 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했다. 이로 인해 이미 기름이 바닥에 흥건한 상태에서 불씨를 당긴 것처럼, 마침내 위로와 힐링이 자기게발의 대세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적 자기계발의 경제적 배경이다.
190p
김혜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심리학을 빙자한 자기계발의 유혹
인생의 노선을 새롭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특히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김혜남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며, "자신의 깊은 내면이 시키는" 일, 즉 "당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과 자신이 진정 잘할 수 있는 일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
김혜남은 재능에 대한 심리학적 성찰 대신 시크릿에 대한 주술적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그 논거로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한 문단으로 <시크릿>의 논지를 정리한 다음 자신의 상담 경험이 이를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긍정적인 생각이든 부정적인 생각이든 그것을 계속 생각하면 우주에서 그것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와 비슷한 현상을 정신분석 치료 과정에서 자주 경험했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그녀는 다름과 같이 이야기한다. "서른 살의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이 그것을 진심으로 원하고 믿는다면 말이다." 이게 과연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이야기인가?
다른 자기계발서적들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에게 묻다> 또한 여러 한계와 난점은 최대한 도외시하고, 장점과 가능성은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축소하고 확대하는 만큼,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말은 우리 귀에는 캔디처럼 달콤하지만, 현실에서 적용해보면 쓴맛을 보게 할 뿐이다.
195-196p
혜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멘토와 힐링산업
이러한 '힐링 놀음'은 고통의 근원을 파헤치기보다는 고통이 드러나는 장소인 개인의 마음에 관심을 돌린다. 그리하여 고통의 원인이 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고민을 약하게 만든다. 당신이 학교와 회사에서 부딪혀야 하는 경쟁 러시, 당신의 자녀가 평생 마주쳐야 하는 경쟁 레이스를 보라. 우리의 불안한 노후와 자녀들이 처할 비정규직의 현실을 보라. 과연 <시크릿>을 읽는다고 해서 해결이 될까? 힘들 때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고 다시 힘을 내어 경쟁에 뛰어들면 되는 것일까? 득을 보는 것은 혜민과 자기계발 업게 및 기타 힐링 산업 종사자들뿐이다. 우리의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양극화로 고착된 사회구조를 방기한 상태에서 우리의 상처받은 내면을 "토닥토닥"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실이 주는 고통을 외면한 채 힐링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고통을 감내하며 씨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개미지옥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것은 힐링이 아니라 지식이며, 감동이 아니라 탐구이다.
214p
이지성 <리딩으로 리딩하라> - 고전탐독과 고전사회
철학 고전을 자기계발적으로 읽게 만드는 것은 매우 가혹한 것이다.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독자의 왜곡된 분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자기계발서로 쓰인 것이 아닌 인문서를 그렇게 읽는 것은 무리이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교훈을 인문서에서 애써 찾아내려 하지 말고, 차라리 그냥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낫다. 자기계발서가 할 몫을 왜 인문서에 강요하는가.
226p
이지성 <리딩으로 리딩하라> - 고전탐독의 목적을 되묻자
내가 인문 고전 독서를 추천하는 이유는 그와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사회가 말하는 재정적 자유가 아니다. 세속적 성공은 인문 고전 탐독으로 되지도 않는다. 외려 그 자본주의사회의 규칙에 매이지 않기 위해서 인문 고전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자독식의 잘못된 게임의 룰을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하다. 만일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자본의 중력을 돌파하기 원한다면 인문 고전을 읽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처방이다.
여기서 묻고 싶다. 정말 그것을 원하는가? 이지성의 특강에 열광했던 많은 청중과 그의 저작에 환호하는 많은 독자가 원하는 것은 세속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가 아니라 세속의 질서에서의 성공을 향한 욕망일 것이다. 재산을 보호받을 자유가 아니라 재산을 축적하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 고전을 정말 제대로 탐독한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세상 속에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세상의 이면, 즉 매트릭스를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매트릭스를 떠받치는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혹독할 것이다. 이 사회가 내거는 경쟁 질서 속에서 여러분이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그 질서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이기 때문에 달가워할 만한 방식이 아니다. 원하는 것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의 중력과 체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인가? 이지성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인문 고전을 강조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인문 고전의 탐독이 약속하는 세속적 성공 때문인가?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그것부터 고민해야 한다.
230-231p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인문 강박이 말하지 않는 것
실제로 박경철이 인용한 <엔트로피> 라는 책을 보면 0.1%가 창의고, 0.9%가 지원하면 99%가 따라가는 게 창의의 역사라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렇다면 박경철의 조언은 상위 0.1%에 속하는 청년들에 대해서만 해당할 뿐이고, 99.9%의 청년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
박경철은 독서와 배움에 대해서도 수시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청년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IMF 이전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은 지금과 같이 잔인한 시대를 살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창의성을 갖추기도 용이했지만, 동시에 창의성에 대한 강박도 없었다. 인문 독서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사실 놀이문화가 부족했다) 독서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당연히 이것이 대다수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246p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친절한 멘토의 잔인한 메시지
이 책의 대상은 청년에 한정해서 볼 수 없다. 박경철이 청년기를 "기본능력을 배양하는 기간"으로 , 성인기를 "직무나 기술교육"을 받는 기간으로, 노년 교육의 중심을 "인생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문화교육"으로 말하는 것은 결국 인생의 모든 순간을 배움과 성숙의 기회가 열려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박경철이 하는 말들은 우리에게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열정의 복음은 신앙하지만, 정작 열정의 신은 우리를 배신 또는 방기하고 있지 않은가. '열심히 사는데, 지금 내 형편이 왜 이렇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필자는 '시간이 없어서' 라고 변명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곧 나태함이다"라고 하지만 맞벌이를 하며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회구조가 그러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무엇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물리적 조정을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 지금은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고, 시간의 여유는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247p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매트릭스로부터의 자유
박경철의 결론보다는 차라리 <88만원 세대>의 결론에 동의한다. 토익 책을 덮고 짱돌을 들어라. 미국 시민들이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듯이 우리 청년들도 거룩하나 메시아적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 벤야민이 <역사철학테제>에서 말하듯이 우리 시대의 시계탑을 멈추게 해야 한다. 간디를 중심으로 진행된 평화 시위를 지배 체제가 위협적 폭력으로 느꼈을 만큼 간디는 대단히 폭력적이었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가 강요하는 부당한 기본 규칙을 벗어나느 것이다. 모두가 영어 교육을 주장할 때, 왜 영어를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모두가 사교육에 올인할 때, 왜 자녀를 그렇게까지 개미지옥으로 밀어넣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모두가 '예'라고 하는데 홀로 '아니로' 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사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독려하기보다 새로운 공동체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것을 강조해야 한다.
249p
에필로그 - 서로 계발하는 사회를 향하여
자기계발서의 변화하는 트렌드는 우리 사회의 급변하는 정황을 자기계발서를 소비하는 우리의 태도는 사회의 정황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우리는 자기계발서라는 매개물을 통해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와 만나고 있다. 이것은 시대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다.
자기계발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속화된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끔 만들고 있다. 우화는 가장 효과적인 이데올로기 선전 수단의 하나이다.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기술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생각해보라. 느닷없는 해고에 대해 비판과 저항을 포기하고, 신속하게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도록 노력하라고 설득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비단 스펜서 존슨이라는 한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부제만 보더라도 '대량 실업 시대의 자기 혁명'이다. 대량 실업의 원인은 개인의 윤리적 오류가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한 회사의 구조조정에 있지만, 구본형은 개인의 혁명으로 문제를 돌파하라고 한다. 사회의 문제를 개인에게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251-252p
ing~
253
254
255
258
259-261
----------------------------------------------------------------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 스티븐 코비에서 시골의사까지
이원석 저 | 필로소픽 | 2013년 12월
|
|
number: 399/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