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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간송미술관에 있는 그림 중 36개를 뽑아 설명해주는 책.
독서동호회 모 차장님이 간송 전형필 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시는데..
마침 이 책이 최근에 나왔길래...한번 읽어보았다.
간송 미술관도 언제 한번 가보고 싶은데...아무때나 갈 수 있는 미술관이 아니므로...
예전에 오주석의 옛그림읽기 라는 책을 읽고
처음 우리 그림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는데..
이 책도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책이다.
요즘 서양화보다는 이런 우리 그림이 참 좋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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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신사임당 | 포도
우리가 아는 사임당의 이름에 가장 가까운 그림
02 이정 | 고죽
시련을 의지로 극복하고 탄생시킨 일세의 보물
03 이정 | 풍죽
세찬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절개
04 이정 | 문월도
은은한 달밤을 더욱 밝히는 맑은 정신
05 이징 | 고사한거, 강산청원
왕실과 사대부가 사랑한 궁중회화의 품격
06 조속 | 고매서작
세속의 명리를 버린 자유인의 자화상
07 김명국 | 수로예구
최소한의 획으로 끌어낸 마음속 선심
08 이명욱 | 어초문답
세상 이치를 논하는 현자들의 꾸밈없는 대화
09 윤두서 | 심산지록
현세구복적 상징 속에 숨겨진 애달픈 현실 인식
10 정선 | 청풍계
진경문화를 주도한 선비들의 자취가 스민 맑은 계곡
11 정선 | 목멱조돈
시와 그림으로 화답한 평생지기의 우정
12 정선 | 단발령망금강
30년간 그리고 또 그린 금강산의 아름다움
13 정선 | 풍악내산총람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겸재 진경산수의 본질
14 정선 | 서과투서
노대가의 눈에 비친 따스한 일상
15 변상벽 | 자웅장추
동물 그림에서 이루어 낸 또 하나의 진경
16 유덕장 | 설죽
천재의 그늘에서 마침내 벗어난 노력가의 성취
17 조영석 | 현이도
조선 후기 풍속화의 본격적인 시작
18 심사정 | 와룡암소집도
세상이 버린 불우한 화가의 화흥
19 심사정 | 삼일포
관념산수에 진경화풍을 더하다, 조선남종화의 탄생
20 심사정 | 촉잔도권
화가의 인생을 닮은 험하고 아름다운 길
21 이광사, 이영익 | 잉어
입신양명으로 시작하여 효성으로 마무리된 그림
22 윤용 | 협롱채춘
고된 인생 속에 문득 스쳐 오는 봄바람
23 강세황 | 죽석
담백한 문인의 심의를 담은 묵죽화의 새로운 경지
24 강세황 | 향원익청
멀어도 좋지만 가까이 봐도 맑은 연꽃 향기
25 김후신 | 대쾌도
풍속화의 본질을 꿰뚫은 즐거운 그림
26 김홍도 | 마상청앵
‘단원다움’의 진면목
27 김홍도 | 황묘농접
교감의 순간을 포착하는 섬세하고 따스한 필치
28 김홍도 | 염불서승
삶과 예술, 예술과 종교의 혼연일체
29 김득신 | 야묘도추
나른한 일상의 정적을 깨뜨리는 한바탕 소동
30 신윤복 | 미인도
화가의 가슴속 가득한 봄기운을 풀어내다
31 신윤복 | 이부탐춘
혜원이기에 가능했던 파격
32 김정희 | 고사소요
단순함과 평범함 속에 감춰 둔 비범함
33 김정희 | 적설만산
추사의 글씨를 닮은 강인한 묵란
34 조희룡 | 매화서옥
매화 사랑으로 표현한 격정적이고 자유로운 정신
35 장승업 | 삼인문년
천재가 살던 시대를 아쉬워하다
36 민영익 | 석죽
조선 최후의 문인화가가 남긴 비바람 속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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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풍죽 - 이정
거친 바위틈에 뿌리 내린 대나무 네 그루가 휘몰아치는 강풍을 맞고 있다. 뒤쪽 세 그루의 대나무는 바람을 이기지 못해 요동치지만, 전면 한복판에 자리한 대나무는 댓잎만 나부낄 뿐 튼실한 줄기는 탄력 있게 휘어지며 바람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고통스럽게 견디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바람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명하고 윤기 있는 댓잎에서는 오만하다고 느낄 만큼 고고하고 우우한 기품이 느껴진다.
47p
현이도 - 조영석
그러나 관아재는 달랐다. 그는 긞의 이치를 묻는 사람에게 "그림으로써 그림을 전하니 이것이 잘못된 것이다. 직접 대상을 마주하고 그 참된 모습을 그려야만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 고 설파했따. 이른바 '즉물사진' 론으로, 관아재 풍속화의 이론적 기반이다. 진경시대를 이끌던 율곡학파의 문인이며 겸재 정선과 서로 담장을 맞대고 30여 년을 이웃해 살면서 생각과 뜻을 같이했던 사대부 화가다운 발상이다.
...
한여름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우리네 정경이지만, 이를 그림의 소재로 인식하고 이토록 진솔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예는 관아재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담박하고 고아한 필선과 맑고 화사한 담채는 관아재 특유의 감각으로 세련된 무기가 느껴진다. 겨맺의 진경산수화와 더불어 민족적인 자부심이 넘쳐나던 진경시대가 피워 낸 또 하나의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이도란 그림의 명칭은 논어에서 공자가 "배불리 먹고 하루를 마치면서 마음을 쓰는 데가 없다면 딱한 일이다. 바둑과 장기가 있지 아니한가? 그것이라도 하는 것이 차라리 현명하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장기나 바둑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쓰는 곳이 없음을 책망하는 말이지만, 문인들이 취미나 여가를 질기는 전거로 자주 인용되었따. 어쩌면 관아재도 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그림을 즐겨 그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합리화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임금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영조의 명을 한사코 거부하고, 자신의 화첩 앞에 "남에게 보여 주는 자는 내 후손이 아니다" 라는 글을 남겼을 만큼 문인의식이 투철했던 그였기에 더욱 그렇다.
146~150p
와룡암 소집도 - 심사정
흥에 겨워 그린 빠른 붓질이지만, 짙고 옅은 먹의 번짐을 적절하게 섞어 써서 소나기가 퍼붓고 난 후의 흥건한 경치를 풍취 있게 묘사했다. 비 온 뒤 촉촉한 대기의 느낌뿐만 아니라, 숲 속의 솔향이 그림 전체에 가득하다. 아마도 운무가 피어나는 와룡암의 모습을 보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미불과 미우인이 그리던 습습한 강남산수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157p
화묘농접 - 김홍도
단원은 사실 묘사를 뛰어넘어 그 속에 깃든 정취까지 담아낸다. 그 정취는 감상자를 자연스럽게 그림 속으로 이끌어 그림 속 대상들과 교감하게 한다. 다시 변상벽과 비교하자면, 변상벽의 고양이는 '진짜 같다' 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지만, 만지고 데리고 놀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황묘농접의 고양이는 누구나 만지고 안아 주고픈 유혹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변상벽과는 다른 단원만의 장점이다.
...
이 그림은 누군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그려졌던 듯하다. 그런 내용을 따로 밝혀 놓치는 않았지만 그림의 내용이 그렇다. 먼저 고양이는 일흔 노인을 의미하고 나비는 여든 노인을 상징한다. 고양이 '묘' 자는 일흔 노인을 뜻하는 '모' 자와 중국 발음이 '마오'로 같고, 나비 '접' 자는 여든 노인을 뜻하는 '질'자와 중국 발음이 '디에'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고양이와 나비가 어우러진 그림을 묘접도가 아닌 모질도라 부르며 당수를 기웧나느 마음을 담아내곤 했다.
단원은 거기에 바위틈에 핀 패랭이꽃을 추가했다. 바위는 불변의 상징이고, 패랭이꽃은 꽃말이 청춘이다. 이쯤 되면 단원이 왜 바위와 패랭이꽃을 그렸는지 짐작이 된다. 그런데 단원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풀밭 가운데 제비꽃을 더했다. 사실 제비꽃은 초봄에 피고 패랭이꽃은 늦봄에 피니 이치상으로 맞지 않다. 단원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함께 그렸다. 제비꽃은 구부러진 꽃대의 모양새가 등긁개를 닮아 여의화라 불렸다. 흔히 효자손이라고 하는 등긁개는 예전에는 '뜻대로 된다' 는 의미인 여의로 불렸다. 가려운 곳을 자기 뜻대로 마음껏 긁을 수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모아양이다. 그러면 이 그림의 소재를 엮어서 다시 읽어보자.
"일흔 살 여든 살이 되도록 젊음을 변치 말고 장수하시고, 모든 일이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생신을 맞은 분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를 가진 그림인 셈이다. 누구를 위해서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단원이 무척이나 따르고 존숭하던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림 속 소재들이 지닌 함의도 그렇거니와 정성 들인 필치에서 단원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 전해진다.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림의 정취와 아름다움이 이토록 빼어나니,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각 소재들이 지닌 상징과 함의를 퍼즐처럼 맞춰 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옛 그림에 등장하는 많은 동식물들은 이런 식의 상징과 함의를 지닌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알면 그 그림의 용도와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몇 해전 이 황묘농접이 걸린 전시장에서 어느 관람자가 동료에게 고양이와 나비의 함의를 알려 주고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따로 공부를 하고 오신 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게 다였다는 것이다. 다른 그림도 죄다 그런 식으로 풀어내고 관람을 끝냈다. 동료들의 찬사에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지만, 차라리 그분이 사전에 그런 정보를 몰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정보는 그림을 읽는 작은 수단일 뿐이다. 알면 좋지만 결코 그림의 본질과 가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림을 모두 그런 식으로 읽는다면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린 저녁밥상을 보며 단백질 20퍼센트, 탄수화물 30퍼센트, 섬유질 30퍼센트라고 분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성분으로 구성된 밥상은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밥상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 있다. 그 밥상의 본질은 어머니만이 낼 수 있는 손맛이며, 나아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고양이와 나비로 모질도의 의미를 담아낸 화가는 여럿이지만, 그 그림들이 모두 같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단원은 단원만의 멋과 맛이 있고, 그가 살던 시대의 자취와 향기가 있따. 황묘농접에서 찾을 수 있는 단원의 멋과 향기에 대해 하나씩만 짚어보자. 장수를 축원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여러 소재들이 등장했다. 자칫 나열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단원은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 나비와 제비꽃을 배치하고, 패랭이의 꽃대도 비스듬히 뉘였따. 조화로움 속에 운율감이 느껴진다. 단원의 조형 감각이며 멋이다. 그림 전체에 감도는 따사롭고 평온한 느낌은 단원이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이 시대의 향기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맞는 말이고,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고 읽는 것이란 말도 일리가 있따. 하지만 아는 것만 보려 해서는 안 될 일이며, 머리로 읽느라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황묘농접은 단원이 남긴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이다. 머리로 읽기 전에 마음으로 느껴 보자. 어떤 사람도 들려주지 않았떤 멋과 맛이 그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226-231p
고사소요 - 김정희
추사는 타계하기 직전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 된다. 비록 허리춤에 말만큼 큰 황금인을 차고, 음식이 사방 한 길이나 차려지고 시첩이 수백 명 있따 하더라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림이 몇이나 될까."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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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 36 회화 :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담은 옛 그림의 아름다움
백인산 저 | 컬처그라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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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94/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