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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요새 한참 내가 집중하는 조선 지식인 이야기와
언젠간 꼭 내가 가지고 싶은 서재에 대한
2가지(조선지식인, 서재) 모두 내가 요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머 그리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왠지 소장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는 책이다.
소장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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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내 서재 이름을 탐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김영진 선생은 수경실이란 서재 이름을 양도하든지, 새롭게 하나 지어달라며 들들 볶았다. 하는 수 없이 고민 끝에 '아하실'과 '초궁실' 이라는 이름을 지어 보여주었더니, 김영진 선생은 아하실을 골랐다. '아하'란 말은 다음 대련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방은 운치가 있으면 그만이지 어찌 꼭 넓어야 하며
꽃은 향기가 있으면 그만이지 많을 필요가 있겠는가
8p
담헌에 부친 뜻
홍대용은 담헌이라는 서재를 가지고 있었다. 반정균은 그 담헌에 기문을 썼는데, 여기에는 홍대용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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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균은 담헌의 '담'에는 청명과 허백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청명이란 몸가짐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허백이란 마음속이 텅 비어 깨끗하다는 의미다. 몸과 마음이 매우 깨끗하여 물욕에는 전혀 뜻이 없다는 의미다. 반정균은 홍대용이 바로 '담'의 의미를 제대로 터득한 진짜 선비임을 강조한 것이다. 바로 그러한 점이 처음 만난 청나라 지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들은 그 진정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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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진정성이란 학문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식인이란 라벨이 붙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은 한 국가와 사회의 대표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담'이란 사실을 홍대용은 말하고 있다.
43-46p
장혼의 이이엄
장혼은 <평생지> 라는 글에서 그런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꽃이 피면 바라보고 나무가 있으면 그 아래에서 쉰다. 과일이 열리면 따다 먹고 채소가 자라면 요리를 한다. 유유자적하는 삶이 어찌 자연의 아름다움뿐이겠는가? 혼자 있을 때에는 낡은 거문고를 어루만지거나 옛 책을 보며 그 사이에서 뒹굴뒹굴하면 그만이다. 흥이 나면 울타리 밖으로 걸어나가면 그만이다. 손님이 오면 술을 가져오게 하고 시를 읊음ㄴ 그만이다. 흥이 넘치면 휘파람 불고 노래하면 그만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우물물을 마시면 그만이다. 추위와 더위에 따라 옷을 입으면 그만이다. 해가 지면 집에서 쉬면 그만이다. 비 내리는 아침, 눈 오는 낮, 석양, 새벽달은 은거하는 사람의 기막힌 정취다. 이런 정취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어렵다. 말한다 하더라도 알아듣지 못할 뿐이다. 날마다 이렇게 즐기고 나머지를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다. 이렇게 하면 그만이다. 잘살고 못 살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천명을 따르면 그만이다. 그래서 내 집의 편액을 '이이(而已)'라 하였다.
115p
김한태의 자이열재 - 진정한 즐거움
박명에게 부탁했던 기문은 다음해 사행편에 김한태에게 배달되었다. 박명이 지은 기문을 보자.
조선사람 김경림(김한태)이 집 세 칸을 깨끗하게 지었다. 뜰에는 꽃과 약촐ㄹ 심었고 서재에는 책 100여 권을 쌓아놓았다. 시간이 나면 향을 피워놓고 그 속에서 시를 읊었다. 그리고는 '자이여랮' 란 편액을 걸었으니 그 뜻이 아름답다. 각자가 처한 환겨잉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그 사람을 즐겁게 만들지는 못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그 사람의 마음의 지향점과 서로 잘 맞물려야 천기가 통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억지로 하게 된다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괴로움만 더하게 된다. 그래서 즐거운 일은 오직 한두 사람의 마음이 맞는 친구들만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처자식과 함께해도 즐거움을 꺠닫지 못해 스스로 체득하지 못하면 참된 즐거움이 아니다. 다만 관직에 있는 사람은 혼자서만 즐거워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과 함께 즐길 생각을 해야 한다. 이미 관직에 나아가 국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반드시 국민들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혼자서만 즐겨서는 안 된다. 도흥경은 이런 사실을 알았기에 산속에 살면서도 흰 구름을 보고 즐거워하며 화려한 곳에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각자가 처한 시대와 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림은 나이가 아주 젊다. 게다가 이제 막 관직에 나아갔는데, 스스로 좋아서 그런 것이라면 참으로 잘된 일이다. 그 또한 '혼자 즐거워하는' 데로부터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꼐 즐거워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149p
아무리 작은 성공이라도 이루기는 어려운 것,
산 위의 흰 구름이 나는 그저 즐겁다.
-소옹-
153p
이정리의 실사구시재
실사구시란 말은 본래 <한서>의 <하간헌왕덕전>에서 유래한 말이다. 유덕은 한나라 경제 유계의 아들로 하간왕에 책봉되었는데, 죽은 뒤 헌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그래서 유덕을 하간헌왕이라고 부른다. 하간헌왕은 평생 책 모으기를 좋아했다. 그는 수많은 선진 시대의 서적들을 수집하여 정리했는데, 수집한 서적의 진위를 감별하는데 유의했다. 이를 위해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직접 닶사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따. 이런 그의 열정을 당시 학자들은 아주 높이 평가했고, <한서>를 편찬했던 반고는 전기를 지어 학문을 좋아했던 그의 공덕을 치켯웠다. 이 때 반고가 하간헌왕을 평가한 말이 '수학호고(수학호고) 실사구시(실사구시)' 다. "학문을 연구하고 옛것을 좋아했는데, 충분한 사실을 근거로 믿을 만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의미다.
200-201p
조면호의 자지자부지서옥
조그만 책상 위에는 돌 도장 12방과 붉은 인주를 담은 인주함이 놓여 있따. 차와 향도 필수품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짚으로 만든 자리와 다 해진 양탄자를 깔았다. 그리고 목침과 등받이도 가져다놓았다. 눈에 보일듯이 묘사된 조면호의 서재는 작지만 옛 풍취가 그대로 전해온다. 그 속에서는 시간을 희롱하는 백발의 노인이 누웠다 앉았다 반복한다. 그러는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즐거워한다. 조면호의 서재 '자지자부지서옥'의 모습이다.
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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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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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92/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