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글보기


number: 416/483 240 reads file : download  ( 36258 byte ) 2016-10-03 16:16:55   

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 글쓴이 : 앤셜리 ≪

가끔 머리를 식힐 때 읽곤 하는 일본 치유소설이다.

히다리 포목점과 관계된 2가지 이야기가 있다.
치마를 만드는 외로운 남자이야기.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 이야기.

고양이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히다리포목점 주인이 매우 인상적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동물이라고 해서 항상 그냥 반말로 부르곤 했는데
나이에 걸맞게 대접하여 불러주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
memo

어릴 때 재봉틀을 밟는 어머니 옆에서 필사적으로 모았던 너무나 아름다운 꽃무늬 옷감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어머니는 확실히 내가 좋아할 만한 꽃무늬 종류를 알고 있었다. "이거, 모리오의 서랍에 들어가겠지" 하고 기쁜 듯 내게 꽃무늬 옷감을 보여준다. 나는 좋아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는 옷감에 옷본을 놓고 선을 긋고, 선보다 조금 크게 옷감을 자른다. 그 작업은 늘 정확했다.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확실함이랄까. 그리고 어머니는 재단하고 남은 옷감 조각을 내게 주었다. 나는 꽃무늬 모양을 열심히 관찰한 후 옷감 뒤에 매직으로 조그맣게 '모리오' 라고 이름을 적고 재봉트 옆에 붙은 서랍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나는 어머니가 골라주는 꽃무늬가 좋았다.
29-30p

나는 사온 꽃무늬 옷감을 좁은 아파트 가득 펼치고 자로 치수를 쟀다. 그것만으로 방 전체가 꽃무늬에 푹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다. 재단을 끝내고 앞뒤를 맞춰 컬러풀한 시침바늘을 꽂았다. 나는 재봉틀 앞에 앉아 조금 긴장한 채 바늘을 옷감에 댔다. 그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바늘이 리드미컬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실이 옷감을 통과했다. 다다다다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스커트를 만들었다. 똑바로 재봉질이 되지 않으면 그때마다 실을 뜯고 다시 했다. 주의 깊고 조심스럽게, 나는 오로지 스커트를 만드는 데 온 정신을 집중했다.
나는 어머니의 발판 재봉틀을 마주하면서 그때까지 맛보지 못했던 평안함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다.
36p


"입을 거야."
"누가?"
"내가."
소녀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왜?"
내가 대답을 찾지 못해 망설이자 소녀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저기, 왜 남자인데 여자 스커트를 입어?"
소녀는 몸을 내밀고 내 대답을 기다렸다.
"왜 그럴까, 나도 잘 몰라. 잘 설명할 수 없어. 설명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것 같아."
"흐음."
소녀는 납득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잠시 조용히 생각한 후 뭔가 이해한 듯 낮게 말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구나."
나는 소녀의 눈을 보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54-55p

에우는 히다리 포목점의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그 외관과 마찬가지로 아주 낡았지만 다양한 문양의 옷감이 멋지게 그리고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고 새 옷감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무척 좋은 공기가 흘렀다. 좋은 공기. 그것은 에우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에우는 그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었고 반대로 나쁜 공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좀처럼 드문 일이지만 아는 사람이 같이 가자며 데려간 지하의 어두컴컴한 바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는 나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그다지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그 후 사흘 동안 두통이 계속된 적도 있었다. 좋은 공기 속에는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해도 나쁜 공기에 악영향을 받아 좋지 않은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에우는 그런 것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히다리 포목점에는 좋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97p

"우선은 그 고양이를 사대하고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내세요. 당신이 그게 가능하면 테스트 합격이고 아니면 불합격이에요. 합격하면 당신은 정식으로 고양이 상대가 됩니다."
"..."
"괜찮아요. 고양이를 제대로 관찰하면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뭐든."
"그런 건, 보통 주인이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고양이도 주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함께 사는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거죠. 그것은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주머니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다.
"확실히 그러네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반드시 최선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잠자코 있어도 서로를 아는 사이는 것도 지나치게 사이가 좋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지만 그만큼 관계없는 사람이라면 말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것을 듣는 것이 당신의 일입니다."
에우는 멍하니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반드시 고양이에게는 경어를 사용하세요. 고양이에게 아기 말을 써선 안 됩니다. 이따금 자신의 애완동물에게 콧소리를 내며 아기를 대하듯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착각입니다. 고양이는 인간보다 훨씬 빨리 나이를 먹는 존재입니다. 모두 듬직한 성인입니다. 아기가 아닙니다. 당신은 성인에게 아기 말을 사용합니까?"
"아니오."
"고양이들은 모두 자신을 아기처럼 대하는 인간을 꺼립니다. 그들을 바보 취급하고 깔봅니다. 이 일은 고양이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고양이가 깔보면 끝입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입장이 아니면 안 됩니다. 알겠죠."
"예."
"처음부터 잘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간을 들여 고양이와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만나자마자 몸을 만지는 것도 안 됩니다. 당신도 처음 만난 사람이 느닷없이 몸을 만지면 기분 나쁘겠죠.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무슨 일에나."
99-101p

이후 에우는 고양이 전문 상대가 되었다. 에우의 고양이에 대한 자세는 매우 성실했기 때문에 평판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우는 이 일이 좋았다. 물론 콧대 높은 고양이나 건방진 고양이, 제멋대로인 고양이도 있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말한 대로 기본적으로 고양이들은 모두 좋은 고양이고 처음부터 나쁜 고양이는존재하지 않았다. 에우는 인간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109p

요코 씨는 상대의 귓구멍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그 터널의 끝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귀지가 촉촉한지 바스락바스락 말라있는지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수십 개나 되는 귀이개 중에서 그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하나를 찾아내, 지인에게 특별 주문한 귀이개용 핀셋과 귀이개를 능숙하게 놀리면서 안쪽에 쌓여 있는 귀지를 파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요코 씨를 귀 파기의 천재라고 불렀다.
117p

낮잠을 자고 있는데 꿈 속에서 사장이 말을 걸어왔다.
"어이. 이봐. 어이."
에우는 꿈을 꾸면서도 이게 꿈속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장이 말을 걸어온 것에 놀라지 않았다. 사장은 꿈 속에서도 거만했다.
"요코 씨의 귀파기는 최고였어. 너도 나쁜 놈은 아니었지. 멍청하긴 하지만."
사장은 조금 낯부끄러운 듯 말했다. 에우는 고양이가 낯부끄러울 때는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고 묘한 기분으로 받아들였다.
느닷없이 사장이 말했다.
"낮잠은 푸르구나."
148p

벚꽃을 바라보면서 요코 씨는 처음으로 에우가 이 집으로 이사온 날을 떠올렸다.
에우는 양손에 짐을 든 채 캣 타워 위에 있는 사장에게 인사를 했다.
"당신이 사장입니까. 저는 에우입니다. 잘 부탁해요."
그렇게 말하고 에우는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장은 하품을 하고 캣 타워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머리를 에우의 발에 문질렀다. 요코 씨는 그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사장은 낯가림이 심한 고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틀림없는 사람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156p

-----------------------------------------------------------------
히다리 포목점
오기가미 나오코 저/민경욱 역 | 푸른숲 | 2012년 07월



name * password *



book
429 성경 - 요엘 앤셜리 2017-02-12 128
428 성경 - 요한일서 앤셜리 2017-01-27 138
427 그림의 힘 - 김선현 앤셜리 2017-01-27 280
426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애덤 스미스 원저 / 러셀 로버츠 저 앤셜리 2017-01-27 178
425 참 사랑은 그 어디에 - 마스미 토요토미 앤셜리 2017-01-27 153
424 성경 - 디도서 앤셜리 2016-10-17 147
423 성경 - 디모데후서 앤셜리 2016-10-17 148
422 성경 - 디모데전서 앤셜리 2016-10-17 130
421 에너지 혁명 2030 - 토니 세바 앤셜리 2016-10-03 434
420 날씨의 맛 :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를 느끼는 감수성의 역사 - 알랭 코르뱅 등저 앤셜리 2016-10-03 156
419 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앤셜리 2016-10-03 350
418 한국사에 감동하다 - 원유상 앤셜리 2016-10-03 468
417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김진희 앤셜리 2016-10-03 228
416 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앤셜리 2016-10-03 240

| 1  | 2  | 3  | 4  | 5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