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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우리가 자주 먹는 한국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민속학과 교수님이다.
설렁탕, 육개장, 삼계탕, 잡채...등등.
언제부터 이런 음식을 먹게 되었나...참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궁금증이 풀렸다.
이 책을 통해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는데,
멍멍탕이 육개장의 원조(?) 라는 사실.
그리고 삼계탕은 우리의 전통음식은 아니고....
근대에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것.
우리음식의 역사를 알게 되어서 참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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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제물포의 다이부쓰호텔과 중화루
남성이 다수를 이루는 인천의 중국인들은 집단생활을 하면서 식생활 문제는 그들 중 몇 사람이 음식점을 운영하여 해결했다. 곧 중국인을 상대로 한 식당이 중국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식당은 주로 가정집 한 모퉁이나 상점 한쪽을 빌려 겨우 식탁만 서너 개 갖춘 정도였다. 여기서 주로 판매했던 음식 역시 지극히 간단한 것들이었다. 자오쯔와 젠빙 등 빨리 먹을 수 있으면서도 끼니가 되는 음식으로, 그들의 고향인 중국 화북 지역 음식을 많이 팔았따. 자오쯔는 한국에서 호떡이라 부르는 음식이다. 호떡은 '오랑캐가 먹는 떡' 이라는 뜻으로, 청나라를 두고 북방의 오랑캐라고 여긴 조선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이처럼 한반도에 중국인이 유입되면서 중국 음식점이 자리를 잡아가자 조선인도 점차 그 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따. 중국 음식의 유행은 한국 음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중국 화북 지역에서 20세기 중반 이후 쇠퇴하여 사라졌던 짜장면이 한반도에서는 1950년대 이후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심지어 1980년대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국인이 가장 맛있게 먹는 음식으로 꼽히기도 했다.
35-36p
많이 드십시오!
조선 사람들의 쌀밥 중시 경향은 유교의 조상 제사 의례로 더욱 강화되었다. 살아생전에 잡수시던 그대로 제사상을 차리는 격식은 중국의 주희가 편찬했따고 알려진 <가례>에서도 강조된 바이다. 주희가 살았던 송나라 때 중국의 한족들은 곡물로 지은 밥과 함께 밀가루로 만든 만두나 국수인 면을 주식으로 먹었다. 주자의 <가례>에서도 조상 제사에 올리는 중요한 제물로 주식은 반과 함께 갱 혹은 탕, 그리고 미식(쌀로 만든 음식)과 면식(밀가루 음식)을 꼽았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밀농사가 잘되지 않아 면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밀은 파종 시기에 따라 봄밀과 겨울밀로 나뉘는데, 기후상 한반도에서는 주로 겨울밀을 재배했따. 음력 6월이 되어야 수확할 수 있는 겨울밀은 가을에 수확되는 봄밀에 비해 수확량이나 품질이 좋지 않았다. 19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밀의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서는 주식으로 먹을 곡식으로 밀농사보다 벼농사가 훨씬 더 많이 이루어졌다. 결국 면보다도는 밥을 위주로 제사상을 차렸고, 밥 중에서는 쌀밥을 으뜸으로 쳤다. 아무리 군음식을 많이 먹었더라도 곡물로 지은 밥, 그중에서도 쌀밥을 먹어야 식사를 했다고 느끼는 생각은 이런 배경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여기에 '탕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제사상의 국이 한국인의 식습관에 또 다른 기여를 했다. 아무래 메(밥)와 다른 제물이 많다고 해도 탕국이 없으면 제사를 모실 수 업었다. 밥과 국, 그리고 수저는 제사상의 기본 차림이다. 이런 관습으로 인해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밥과 국을 으뜸에 두었따. 더욱이 반찬이라야 ㅏㅉㄴ지나 김치 혹은 나물뿐이니 밥과 국을 함께 먹어야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밥이 적으면 아예 밥을 국에 말아서 양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국밥은 반찬으로 짠지만 있어도 숟가락 하나 들고 게 눈 감추듯 금세 먹을 수 있는 끼니거리였따. 늦은 밤 기제사를 모시고 난 뒤 음복을 할 무렵이면 갑자기 식구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이들의 배를 채우는 데 비빔밥과 국밥은 안성맞춤이었다.
서민의 한끼, 설렁탕
양반 뿐 아니라 최신 유행을 좇았떤 1920년대 모던보이와 모던걸 역시 설렁탕집 출입을 그다지 유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중국인들이 식당에 직접 가지 않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모습을 보고서 설렁탕도 똑같은 방식으로 배달시켜 집에서 먹었다. 이런 풍경은 앞에서 소개한 '괄세 못할 경성 설넝탕'이란 기사와 함께 <별건곤>의 같은 호에 실린 '무지의 고통과 설넝탕 신세, 신구 가정생활의 장점과 단점' 이란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좀 심한 말이라고 할는지 모르겠으나 신가정을 이루는 사람은 하루에 설넝탕 두 그릇을 먹는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 청춘부부가 새로 만나서 달콤한 꿈을 꾸고 돈푼이나 넉넉할 적에는 양식집이나 폴락거리고 드나들지만 어떤 돈이 무제한하고 그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하야만 제공될 리가 있겠습니까. 돈은 넉넉지 못한 데다가 아침에 늦잠을 자고 나니 속은 쓰리지만은 찬물에 손 넣기가 싫으니까 손쉽게 설넝탕을 주문한답니다. 먹고 나서 얼골에 분ㅉ쭉이나 부치고 나면 자연이 새로 세시가 되니까 그적에는 손을 마주잡고 구경터나 공원 같은 데로 산보를 다니다가 저녁 늦게나 집에를 들어가게 되니까 어느 틈에 밥을 지어 먹을 수 없고 또 손쉽게 설넝탕을 사다 먹는답니다. 그래서 하루에 설넝탕 두 그릇이라는 것인데 이것도 물론 신가정의 부류에 속하는 자이랍니다.'
83p
개장의 변이, 육개장
쇠고기를 좋아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육(肉)'이라고 하면 쇠고기를 칭하는 것으로 여겼다. 여기에 '개장'이 붙었으니, 쇠고기로 개장처럼 만든 음식이란 뜻이 이미 육개장이란 이름 안에 담겨 있다. 또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육개장이 탄생한 이유가 개장을 기피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102p
개장에서 육개장으로
개장을 만들듯이 살코기를 손으로 찢어야만 육개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개장은 근대 이후 '미개'문화의 대명사가 되어 조선총독부에서 좋지 않은 음식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결국 1940년대 이후가 되면 이름도 '보신탕'으로 바뀌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육개장은 자신의 탄생 비밀을 이름 속에 그대로 간직하고 파를 둥실둥실 품은 채, 어떤 구박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개고기는 불법이고, 쇠고기는 합버이라는 근대적 인식으로 인해서 오로지 육개장만이 공적인 영역에서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장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씁쓸한 일임에 분명하다.
111-112p
근대가 만들어낸 음식, 삼계탕
1942년판 <조선요리제법>에는 닭국과 함께 '백숙'이란 음식이 나온다. 조리법은 1921년판과 거의 같지만, 마지막 부분에 물을 열 보시기쯤 붓고 끓여 한 보시기쯤 되면 짜서 먹는다는 내용이 덧붙어 있다. 저자 방신영은 고기는 고기대로 먹지만 먼저 국물을 짜서 약처럼 먹기를 권했다. 백숙은 한자로 '白熟' 이라고 적는다. 여기서 한자 '白'에는 '그저'라는 뜻이 담겨 있다. 곧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지 않고 그냥 익혀서 내는 음식을 가리킨다. 국물이 있든 없든 상관업싱 간을 별도로 하지 않았으니, 1942년판에서 닭국을 백숙이라 불렀을 것이다.
...
이처럼 수삼유통이 확산되고 닭고기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영계백숙을 판매하던 식당들이 삼계탕이란 이름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서울 세검정유원지나 뚝섬유원지로 피서를 간 사람들은 삼계탕을 사먹으면서 더위를 식혔따. 1973년에는 국내의 한 식품회사가 삼계탕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동남아로 수출했다. 결국 20세기 이후 줄기차게 진행된 국가의 양계업 진흥과 인삼 재배의 확산으로 1970년대 이후 삼계탕은 전문 음식점의 메뉴가 되었다. 요즘도 삼복이 되면 삼계탕 전문점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삼계탕은 여전히 보양음식으로 환영받고 있다.
146,151p
한정식의 기본요리, 탕평채
<송남잡지>에서는 이미 탕평채란 음식을 한양의 가게에서 팔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만약 조재삼의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송인명이 탕평사업을 주동하기 이전부터 탕평채란 음식이 있었으며 탕평책은 탕평채에서 이름을 빌려온 것이지, 결코 영조의 탕평책으로 인해서 탕평채란 음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여러 가지 재료를 골고루 섞었다는 의미에서 탕평채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더 많다. 실제로 '탕평'이란 말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글에 자주 나온다. 사색당파가 심각한 정치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던 조선 중기 이전에 탕평이란 말은 주로 '난을 평정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영정조 시기에 와서야 비로소 사색당파와 관련된 글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의 '탕탕평평'의 '탕평'이 등장했다.
209p
한중일 3국의 합작품, 당면잡채
<음식디미방>에서는 온갖 재료를 밀가루로 만든 즙에 무친 뒤 붉은색을 들였다. 이에 비해 <규곤요람,음식록>에서는 갖은 재료를 볶은 다음에 겨자즙으로 무쳤다. 두 책에 나온 잡채는 재료나 맛이 확연히 다르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잡채와도 많이 다르다. 특히 당면이 들어간 잡채는 결코 조선시대 조리서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먹고 있는 잡채를 '당면잡채'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당면잡채에는 또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당면은 이름만으로도 중국이 원산지임을 알 수 있는 음식이다. 그렇다고 당나라 때의 음식은 아니다. 만주족이 아닌 한족의 음식란 의미에서 '호'가 아니라 '당'이 붙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당면이라 부르지만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당면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당면을 '펀탸오' 혹은 '펀쓰'라고 부른다. 당면은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 곧 녹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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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탸오가 조선으로 들어온 시기는 19세기 말이었다. 조선으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펀탸오를 퍼뜨려서, 조선 사람들은 그것을 당면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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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선의 잡채 조리법 역시 방신영의 것과 마찬가지로 당면이 들어갔다. 특히 잡채의 간을 맞추는 부분에서 방신영은 단지 간장이라고 적은 데 비해, 송금선은 일본장이라고 적었다. 여기에서 일본장은 곧 일본간장을 가리킨다. 송금선은 여러 가지 재료에 양념을 한 다음에 조선간장과 일본간장을 반반씩 하여 간을 맞추든지, 아니면 일본간장만으로 간을 맞추면 좋다고 했다. 조선간장과 일본간장은 맛이 다르다. 보통 '왜간장'이라고도 불렸던 일본간장은 메이지유신 이후 끊임없는 개량 끝에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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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이래 지금까지 생일,돌,회갑과 같은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당면잡채는 20세기 전반기 제국 일본에 편입되었던 중국의 동북 지역과 한반도에 살았던 조선인,중국인,일본인의 합작품이다.
281-282,286,289p
요리옥 사람들, 기생과 보이
요리옥 보이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예-' 소리를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에 기 이기사를 쓴 글쓴이는 좋은 제안을 내놓는다. 바로 아들로 하여금 요리옥 보이를 한번 시켜보라는 제안이다. "아들의 장래를 위하여 방탕을 미연에 금하게 하려면 요릿집 '뽀이'를 서너 달씩 붙여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일 듯하외다." 아들에게 요리옥 보이를 시키면 "우습고 비열하고 간교한 모든 인생의 추악한 반면"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저자의 생각은 반전임에 틀림없다.
296-297p
하돈탄 - 복어를 탄식하다
천지는 매우 크다
하늘이 내려준 물건 성기지 않고 빽뺵하네.
조물주도 무엇을 하자는 건지
독어를 물속에 머물게 했네.
비늘 돋친 충의 족속 삼백여섯인데
너와 같은 무리는 없었거늘
음탕하고 악한 기운이 모인 것인가?
독기가 쌓인 것인가?
그 이는 억세고 날카로우며
화가 난 배는 둥글고 부르며
비늘도 없고 또 아가미도 없고
몸뚱이에는 가시가 총총 돋쳤네.
하돈에 혹하는 자들은
그 맛이 가장 좋다고 ㅅ스로 말하네.
비린내 가시도록 솥에 푹 삶아서
후춧가루 타고 다시 참기름 치면
물과 땅에서 나는 맛있는 것 가운데
방어와 소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게 되지.
사람들은 모두 보고 기뻐하기만 하네.
오로지 나만 그것을 보고 근심할 뿐이네.
아! 슬프도다. 세상 사람들이여.
목구멍 윤낸다고 기뻐들 마소.
무서워 떨리니 불행이 이보다 크겠는가.
두려우니 그 해가 어찌 걱정이 안 되겠는가.
인생이란 천지 사이에서
돌연히 흐르는 물과 같으니
오호! 백년도 못 사는 몸
잘 죽어도 오히려 서글플 텐데
어쩌자고 독물을 마구 삼켜서
가슴에 뾰쪽한 쇠촉을 묻으려 드나ㅏ.
비록 잠깐의 기쁨이야 얻겠지만
결국 한순간에 목숨을 잃게 된다네.
옆 사람은 머뭇거리며 혹은 말리는데도
제 몸 생각 어이 그리 잘못되었나.
비유하면 소인을 사랑하는 것 같으니
부드럽게 꾀어내는 말을 즐겁게 여기고
엿처럼 달콤한 말만 헛되이 기뻐하여
자신을 망친다는 걸 모르네.
고기 잡는 어부들 내 말 좀 듣게.
행여 하돈에게 낚시 던지질 마소.
그 물건도 삶을 얻고
사람 목숨도 길어질 수 있으니.
아! 슬프도다. 세상 사람들이여.
부디 돌이켜 생각해주길 바라네.
돈어를 소인에 견주었으니
어찌 눈길을 그곳에 돌릴 수 있겠나.
나는 세상 사람을 조심시키기 위해서
시를 지어 노래처럼 읇조리도록 하네.
387-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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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주영하 저 | 휴머니스트 | 201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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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419/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