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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그림책 이야기가 들어있지만, 어른을 위한 책.
그림책과 관련된 음악을 소개시켜주는 책인데,
음악 쪽은 너무 전문가적인 말들이 많아... 난해했다.
그림책 쪽 소개는 괜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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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기차역으로 여행가기
설령 마땅한 표가 없어 어디론가 떠날 수 없어도,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나른한 표정과 기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의 들뜬 표정을 바라보는 동안, 역사 밖 서울을 까맣게 잊게 된다. 비단 서울역에서만이 아니라 부산역이든, 함부르크역이든, 오사카역이든, 지구촌 어느 기차역에서든지 나는 지리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만다. 어떤 역사에서라도 내 마음은 홀가분해지고 공중부양을 하듯 몸은 가뿐해진다.
이 같은 낯선 감상에 젖기 위해서는 역사를 서성이며 다양한 사투리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것이 먼저다. 그런 다음에는 진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낯선 사람들 틈에 앉아 익명의 존재들과 눈인사를 나눠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레 일상의 무거운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기차역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공간이겠지만 나처럼 무작정 떠나려는 자에게는 일탈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이국적 낭만을 찾아 유럽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에게는 철도 여행을 권하고 싶다. 잘 닦인 아우토반을 달리며 아찔한 속도감을 즐겨보는 자동차 여행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행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공룡처럼 거대한 유럽의 기차역을 차근차근 둘러보며 '여행 중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놏치지 않기 바란다.
9-10p
<은하철도 999>의 놀라운 상상력은 20세기 초 일본 동화계의 혜성 같은 존재였던 비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에 큰 신세를 지고 있다. 여기에는 가난하고 외로운 소년 조반니가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 북두칠성에서 남십자성에 이르는 천상공간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겐지의 심상 스케치의 격인 이 동화에는 시간을 초월한 공간을 여행하는 기차와 기차역에서의 묘한 느낌들이 꿈처럼 황홀하면서도 은하수처럼 아련하게 표현되어 있다.
12p
<노란 기차> 프레드 베르나르 글, 프랑수아 로카 그림, 보림(2000)
기차여행은 이 음악과 함께
일상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 이 음반 한 장 달랑 들고 기차역으로 나가보자. 어딘가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기차가 있거들랑 주저하지 말고 표를 구해 기차에 오르자. 표를 구할 수 없다면 갓 볶은 커피 향이 퍼지는 역사 내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이라도 하면 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함께한다면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23p
<나의 사직동> 김서정, 한성옥 글, 한성옥 그림. 보림(2003)
음반명 1991 뮤지션 양희은 제작사 Mnet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건축가 김수근 이약ㅣ> 이민아 글, 오정택 그림, 샘터사(2006)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
우리 선조들은 무엇과 무엇 사이의, 혹은 두 개 혹은 여러 개 사이에서 열림을 지향했다. 공간의 배치에서도 열린 관계의 미덕을 구현했다. 우리 전통 건축물에서 보이는 대청마루나 누마루는 닫혀 있지 않다. 안방과 사랑방은 이들로 인해 자연스레 연결되어 마당을 향한다. 억지스런 경계가 없는 이 공간이야말로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ㅗ간계를 자연스레 이어주어 ㅡㄲㄶ임없이 대화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이야기의 무대다.
45p
음의 공간을 생각하다
좋은 공간은 좋은 소리를 낳게 해주고, 좋은 소리를 들으면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유감스럽게도 음악감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모의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생상의 <교향곡3번>과 같이 파이프 오르간까지 곁들여진 대편성곡일 경우, 제아무리 재생능력이 뛰어난 오디오시스템으로 듣는다 해도, 대성당에서 듣는 희열과 경이에는 절대 미치지 못한다. 주로 작고 소박한 내 방에서 음악을 듣는 나로서는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리면서 이 음악을 감상할 수밖에 없다.
52p
음반명 Buena Vista Social Club Presents
뮤지션 아브라함 페레르 제작사 Wea
철저히 혼자가 되는 시간을 위하여
참고로 이 곡에서 사용된 '혼'은 황토를 구워 만든 중국 고대 토기시대의 유물이자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원시적인 악기로, 우리나라에는 고려 예종 때 송나라로부터 들여왔다. 훈은 더는 투박해질 수 없을 정도로 벗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토기에 구멍 다섯 개를 뚫어 바람이 드나들 수 있게 만든 공명 악기다.
107p
<바람의 소리>에는 전통악기 훈 이외에도 서양의 전자악기인 시시사이저와 전자기타가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국악적 토대를 갖춘 고풍스러운 곡인데도 귀에 익숙하게 들린다. 명상이 뭐 별거겠는가? 꼭 좌선하고 면벽해야만 행할 수 있는 것이 '선'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내면이 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진아를 만날 수 있고, 그 연장선의 끝에서 우주와도 소통할 수 있다.
108-109p
<꽃이 핀다> 백지혜 글그림 보림(2007)
우아한 춤바람
'왈츠의 왕'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왈츠의 황제' 인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이들 부자가 만든 왈츠는 전 세계 왈츠의 교본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 그들의 왈츠는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아이스크림처럼 상큼하다. 물론 너무 자주 듣다 보면 달달한 음식에 질리듯 물리지만, 내가 어린 시절 그랬듯이 단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이들의 왈츠를 마냥 좋아할 것이다.
어린 시절 개나리같이 여린 내 손을 잡아주신 아버지의 큼직한 발등 위에 내 발을 올려놓고 함께 추전 왈츠. 아버지는 그때 요한 슈트라우스를 통해 나를 클래식에 입문시켰다. 이제 어깨가 쑤시고 팔 다리가 저리시다는 아버지의 발등 위에 내 발을 올리고 왈츠를 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남동생이 조카에게도 똑같이 왈츠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았다. '핑'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나의 봄날을 회상했다. 낡은 빅터 축음기, 아버지와 왈츠, 그리고 내 첫사랑 안톤은 내 봄날의 모든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나의 봄날은 저만치 가버렸다.
124p
음반명 This is the Vienna Boy's Choir 뮤지션 The Vienna Boy's Choir 제작자 EMI
파란시간의 행로
파란 시간을 아세요?
불을 켜기엔 아직 환하고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기엔 조금 어두운 시간
읽던 책을 펼쳐놓은 채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는 시간.
펼친 책장이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시간.
<파란 시간을 아세요?> 안 에르보 글그림, 베틀북(2003)
<에밀리>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비룡소(1998)
죽음의 집에 대한 이야기
바바라 쿠니는 1980년대부터 미국의 민속 그림을 연구하며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많은 그림책들을 남겼다. 칠순 나이에 그림에 도전한 할머니를 그린 <엠마>,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찾아다닌 여성을 다룬 <미스 럼피우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의 성장기인 <엘리너 루스벨트>, 그리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해티와 거친 파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151p
가사 없는 노래
기제킹은 프랑스 리옹에서 독일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활동한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을 하지 않는 연주자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사실은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로 머릿속으로 곡 해석을 마친 다음에나 피아노 앞에 앉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기제킹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옆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 한 마리가 연상된다.
186p
음반명 Songs without words 작곡 펠릭스 멘델스존
연주 발터 기제킹 제작 EMI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유쾌하고 기발하고 특이하고 재치 있는 그림책을 발견한 즐거움에 들떠, 이 그림책을 네 살짜리 조카에게도 선물해주었다. 이 그림책을 보기전까지 망태 할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조카다. 그런데 며칠 후 고집을 부리는 조카에게 "망태 할버지 온다"고 말하자 그 조그만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울음을 그치질 않아 내 처지가 난처했다. 조카의 흥분을 가라앉힌 올케가 나를 향해 하는 말인즉, 조카가 이 그림책을 무서워한단다. 내 선의의 선물이 어린 조카나 울리는 공포물이 되버렸으니.... 그러나 다행히도 무서워하면서도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를 매일 읽어달라며 조른다고 한다.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어린 아이조차 무섭다면서도 즐기는 이율배반의 심리는 무엇인지!
197-198p
근자 들어 그림책은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싶지만 미술관을 자주 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어줍니다. 또한 그림책은 그림이 언어와 만나 이야기를 꾸려가는 종합예술로서 미래지향적입니다. 소리 내어 감상하는 동안 그림책 본연의 소리는 음악이 되어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리게 됩니다.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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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마음의 그림자가 앉아 쉬는 곳
울적한 날엔 기차역에 나가 보세요
사라지는 골목길 _ 24
공간의 멋을 보여주다 혹은 들려주다
2. 우리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의미
순간을 수집하는 사람들
거리의 악사들
그림책에서 빗소리가 들려올 때
똥은 구리다고요?
3. 시간의 얼굴을 감상하는 법
바람난 춘심이
블루의 스펙트럼
에밀리에게 백합을
4. 내 것이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나는 너의 인형이 아니잖아
말로 다 못할 서러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네 이름은 빨강
5. 빛과 그림자, 글씨와 종이 그리고 책
어둠 속에서도 빛이 있으니, 미제레레
아이쿠 깜짝이야
책 잇 아웃!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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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음악을 만나다
김영욱 저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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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289/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