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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네이버 독서 까페에서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서간문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영국의 건지섬이라는 곳에서, 전쟁 중에 생긴 재밌는 독서동호회 이야기이다.
배경은 전쟁이지만, 위트있는 글 덕분에 우울하지는 않다.
이 책을 보고나면, 독서 동호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며칠 전에 알아보니, 회사에 독서동호회가 최근에 없어졌다고 한다.
회사 독서 관련 KPI가 사라져서 그런 것 같은데, 서글프다.
내가 만들어볼까도 생각 중이다.
회사 지원 없이 모이는 독서 동호회를 생각 중인데...
(회사 지원 받으려면, 이래저래 회칙이라든지 인원수 제한이라든지 뭔가 복잡하다.)
감자껍질파이 클럽처럼 재밌는 동호회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만 모인 조그만 그런 동호회.
하나 만들어볼까? 우움... 계속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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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줄리엣이 도시에게, 1월 15일
그곳에서 찰스 램은 리 헌트를 도와 감방 천장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그려 넣었다고 해요. 그 다음에는 벽을 타고 오르는 장미 덩굴을 그렸고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찰스 램은 친구가 감옥에 있는 동안 리 헌트의 가족에게 돈을 주기도 했데요. 정작 자신은 지독하게 가난했으면서 말이죠. 그리고 헌트의 막내딸에게 주기도문을 거꾸로 읊는 법도 가르쳐줬다네요. 그런 사람에 대해서라면 모든 걸 알고 싶어지는 것도 당연해요.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22p
에번 램지가 줄리엣에게, 2월 28일
처음에는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6개월이면 독일군이 물러갈 거라 확신했어요. 그렇지만 그 기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급기야 남은 장작도 떨어졌지요. 고된 노동으로 음울한 낮을 보내고 지루함으로 컴컴한 밤을 지냈습니다. 모두가 영양부족으로 핼쓱해지고 이 상황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 하는 의문으로 침울해했습니다. 우리는 책과 친구들에게 매달렸습니다. 책과 친구는 다른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으니까요. 엘리자베스가 자주 읊던 시가 있습니다. 그 시를 전부 기억하지는 못합니다만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금껏 해온 것들이 그토록 사소한 일이란 말인가. 태양을 즐기고 봄의 빛을 느끼고 사랑을 하고 생각을 하고 일을 하고 진정한 우정을 쌓은 것이?' (19세기 영국 작가 매슈 아놀드의 두 번째 시집 <에트나 신의 엠페도클레스>에 수록된 시의 일부)
사소하지 않습니다. 저는 엘리자베스가 어디에 있건 이 구절을 마음에 새기고 있길 바랍니다.
101-102p
클라라 소시 부인이 줄리엣에게, 4월 8일
친애하는 애슈턴 양,
당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도 한때는 문학회 회원이었어요. 물론 아무도 당신에게 내 얘기를 하진 않았겠지만요. 나는 죽은 작가가 쓴 책은 읽지 않아요, 결코. 대신 내가 직접 쓴 작품을 읽지요. 나는 요리책을 쓴답니다. 감히 말하건대 제아무리 찰스 디킨스가 쓴 글이라 해도 내 책만큼 많은 눈물과 비애를 이끌어내진 못해요.
내가 선택한 글은 제대로 된 새끼돼지구이 조리법이었습니다. 새끼돼지의 몸통에 버터를 바른다. 육즙이 흘러내리게 두어 지글거리며 구워지게 한다, 이렇게 읽었지요. 내가 읽는 걸 들으면서 모두 돼지가 구워지는 냄새, 고기가 타닥타닥 익어가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느꼈을 거예요. 5단 케이크 조리법도(달걀이 열두 알이나 들어간답니다) 읽었습니다. 캐러멜을 입힌 과자, 초콜릿 럼볼, 크림을 곁들인 스펀지케이크에 대해서도, 질 좋은 하얀 밀가루로 만든 케이크 말입니다. 당시 우리가 사용하던 부스러진 곡물과 새 모이 따위로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그랬더니 글쎄 사람들이 견뎌내지 못하는 거예요. 나의 맛있는 조리법을 듣던 회원들은 거의 미칠 지경이 되더군요. 예의와는 담을 쌓고 사는 이솔라 프리비는 내가 자길 고문한다면서 내 소스 팬에 마법을 걸어버리겠다고 울부짖었어요. 윌 시스비는 내가 만든 체리 주빌레처럼 나도 타버릴 거라고 저주를 퍼부었고요. 그 다음엔 톰슨 스터빈스가 달려들어 욕을 해댔어요. 도시와 에번이 나선 후에야 나를 안전하게 떼어놓을 수 있었지요.
다음 날 에번이 전화를 걸어 문학회 회원들의 무례함을 사과했어요. 그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순무 수프(국물을 우려낼 뼛조각 하나 못 넣고 끓인) 또는 뜨거운 철판에 익혀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은 감자(감자를 구울 기름도 없었겠죠)로 저녁을 떄운 직후였다는 걸 기억해달라더군요. 그리고 관대하게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난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나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쏟아 부었어요. 그들 중 문학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내 요리책이 바로 문학이죠. 냄비 속의 순수시! 그들은 단지 통행금지나 다른 고약한 나치 규칙들 때문에 너무 따분해져서 저녁에 외출할 핑곗거리가 필요하던 참이었고,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게 독서였을 뿐이에요.
159-161p
아멜리아가 줄리엣에게, 4월 10일
어쩌면 슬픔에는 끝이 있지도 모르겠네요.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위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당신이 의자 위로 올라서서 부서진 건물 더미를 애써 외면한 채 반짝이는 햇빛을 받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답니다.
162p
줄리엣이 도시에게, 4월 11일
그녀가 교구 회보 4월호를 가져다주려고 당신 집으로 찾아간 모양이에요.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당신이 없었죠. 소젖을 짜는 것도 아니고 밭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농부가 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더래요. 그래서 헛간 앞마당으로 들어가봤는데 저런, 그녀가 뭘 봤게요? 바로 당신! 건초 더미에 누워 찰스 램의 책을 읽고 있었죠! 당신은 '그 주정뱅이한테 넋을 뺏겨' 그녀가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죠?
사람 피를 말리는 여자예요, 정말. 도대체 왜 그러는지 혹시 당신은 아나요? 내 생각엔 그녀의 세례식에 심술쟁이 요정이 다녀간 게 아닌가 싶네요.
애들레이드 애디슨이 어쨌거나 말거나, 건초에 누워 찰스 램을 읽는 당신 모습을 상상해보니 나는 무척 마음에 드는데요? 서포크에서 지낸 어린 시절이 함께 떠올랐거든요. 아버지가 농부셔서 내가 종종 농장 일을 도왔어요. 뭐 내가 한 일이라곤 차에서 뛰어내려 정문을 열고 다시 닫은 다음 차에 올라타고, 달걀을 모으고 밭에서 잡초를 뽑고, 마음 내키면 건초에 도리깨질을 한 게 전부였지만요.
헛간 위층의 건초 더미에 누워 소 방울을 옆에 둔 채 <비밀의 정원>을 읽은 기억이 나요. 한 시간 동안 책을 읽다가 방울을 흔들면 레모네이드 한 잔이 배달되었답니다. 우리 집 요리사던 허친스 아주머니가 결국 진저리를 치며 어머니에게 일러바치는 바람에 레모네이드 배달 서비스는 없어지고 말았죠. 하지만 건초 위에서 책을 읽는 일은 계속되었어요.
167-168p
줄리엣이 도시에게, 4월 18일
혹시 새로운 누군가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갑자기 어디를 가건 그 사람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알아챈 적이 있나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고 나와 친한 심플리스 목사님은 은총이라 하십니다. 목사님의 설명을 빌리면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180p
시드니가 소피에게, 7월 6일
소피, 네가 지난 겨울에 본 줄리엣은 심신이 너덜너덜해져서 기진맥진하고 창백한 모습이었지. 저자 강연회며 인터뷰 같은 것들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너는 짐작도 못 할 거야. 하지만 지금 줄리엣은 경주마처럼 팔팔하고 예전처럼 열정도 넘친다. 하도 충만한 상태라서 이젠 런던에서 살기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아직 깨닫지 못했겠지만. 바닷바람, 태양, 푸른 들판, 들꽃, 변화무쌍한 하늘과 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 사람들이 줄리엣을 도시 생활에서 끌어내는 것 같다.
294p
줄리엣이 시드니에게, 9월 8일
커피를 마신 후, 함께 그의 축사로 가서 돼지를 구경했어요. 어른 돼지는 사교성이 별로 없지만 새끼들은 그렇지 않아요. 도시의 새끼돼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놀면서 까부는 장난꾸러기랍니다. 매일 울타리 밑에 구멍을 파놓는데, 표면상으로는 도망치려고 그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도시가 그 구멍 메우는 걸 지켜보는 게 재미있어서예요. 도시가 울타리 쪽으로 접근할 때면 돼지들이 싱긋 웃는게 보인다니까요.
402-4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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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공저/신선해 역 | 이덴슬리벨(EAT&SLEEPWELL) |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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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34/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