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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데미안, 중고딩 시절 필독서로 읽었던 것 같지만,
어려워서 기억에 별로 남지 않는 책이다.
회사 독서동호회에서 선정된 책이어서,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다잡고 읽어보게 되었다.
데미안이 워낙 유명하여서,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하였지만,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사계절과 혜원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이 이해하기 쉽다고 하여서
사계절에서 나온 번역본을 구매하였다.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주말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번역의 차이인걸까? 성숙의 차이인걸까? @.@
그런데 중간중간 읽어보니 반기독교적인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가인과 아벨 이야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죄수들 이야기.
데미안은 가인의 표식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가인의 표식이 특정 부족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들이 허구로 표현한 거라고...
하지만 가인의 표식은 그런 관점보다는 사랑의 하나님 관점에서 보는게 맞다.
그리고, 십자가에 매달려 예수님께 회개한 죄수보다 회개하지 않은 죄수가
더 신뢰할만한 친구라고 데미안은 이야기한다. 이것도 참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게, 자기신념이 확고한 사람만이 과연 신뢰할만한 친구가 된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 자기신념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이라면, 그는 절대로 신뢰하며 친구삼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말이 안되는 반기독교적인 이야기가 자주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의가 있는 건, 바로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싱클레어가 자아를 찾는 과정이 비록 구질구질하긴 하지만...=.=)
마음이 소망으로 가득차면 쉽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데미안을 보면서, 나는 최근에 과연 마음이 소망으로 가득찬 적이 있었던가...
하는 고민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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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물론 이런저런 상상은 할 수 있겠지. 가령 꼭 북극에 가고 싶다는 꿈 같은 거 말이야. 하지만 그런 소망은 내 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려 내 마음이 정말 그 소망으로 가득 찰 때만 진정으로 원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어. 마음이 소망으로 가득 차면 네 마음속에서 명령하는 것을 시험해 봐. 그러면 마치 훌륭한 말을 앞에 매단 것처럼 네 의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안 되는 것도 있어. 예를 들어 우리 신부님이 앞으로 안경을 안 쓰고 다니게 하겠다는 생각이 그런 거야. 그런 일은 아무리 의지를 쏟아도 안 돼. 그냥 장난일 뿐이거든. 반면에 지난 가을처럼 내가 앞쪽 자리를 뒤로 옮겨야겠다고 확고한 의지를 가졌을 때는 순순히 잘 풀렸어. 그때까지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않던 애가 갑자기 등교하는 바람에 알파벳 순서로 나보다 앞에 있던 그 애에게 누군가 자리를 내주어야 했는데, 당연히 내가 그랬지. 내 의지는 항상 그런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
...
사실 처음에 자리를 바꾸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만 해도 난 내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몰랐어. 그냥 뒤쪽에 앉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그러니까 너한테로 가고 싶다는 의지를 그때까지는 의식하지 못했어. 어쨌든 네 의지도 그러는 나를 도와주고 함께 끌어 주었어. 그러다가 네 앞에 앉았을 때에야 비로소 내 소망이 반쯤 성취된 것을 알아차렸어. 내가 처음부터 원했던 게 바로 네 옆에 앉는 것임을 그제야 깨달은 거지."
"하지만 그때는 새로 온 애도 없었잖아?"
"그래, 없었어. 그때는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해 버렸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로 네 옆자리에 앉아 버린 거지. 나와 자리를 바꿀 수밖에 없게 된 네 짝꿍은 잠시 의아해하더니 그냥 내 뜻대로 해 줬어. 신부님도 뭔가 변화가 있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지만, 나와 관련해서 무슨 생각을 하려고 하면 번번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몰래 신부님을 괴롭혔어. 내 이름이 데미안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고,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아이가 저 뒤 'S'로 시작하는 줄에 앉아 있다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느끼고 계셨지만, 그게 의식으로까지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어. 그러는 신부님을 내 의지가 번번이 막아서고 방해했거든. 신부님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반복해서 느끼시고는 나를 바라보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어. 참으로 선량하신 분이지! 하지만 그걸 막는 방법도 있어.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 항상 신부님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거야. 웬만한 사람은 견디질 못해. 모두 불안해하지. 너도 누구한테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습적으로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봐. 그래도 그 사람이 불안해하지 않으면 포기해!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테니까. 절대로! 그런 일은 무척 드물어. 그게 통하지 않는 사람은 지금껏 딱 한 사람밖에 못 봤어."
85-86p
노발리스의 편지글과 잠언
125p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새는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135p
"해 줄 말이 없어, 크나우어. 이런 건 서로 도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나를 도와준 사람도 없었어. 그냥 너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 그런 다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해. 다른 해결책은 없어. 너 자신을 발견할 수 없으면 다른 영도 찾을 수 없어. 난 그렇게 생각해."
173p
그동안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두고 이런저런 추측을 자주 했고, 내가 맡을 수도 있을 역할들, 예를 들어 시인, 예언자, 화가 같은 존재로서의 역할을 꿈꾸어 보곤 했다. 그러나 모든게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는 글을 쓰고, 설교를 하고, 그림을 그리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 역할은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 우리 각자의 진정한 소명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사람은 시인이나 광인, 예언자, 혹은 범죄자로 삶을 끝맺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사명은 자신의 운명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마음대로 정한 그런 운명이 아니라 자기만의 진정한 운명을 찾아내어 자기 속에서 온전히 그리고 굳건히 살아 내는 것이다. 그 밖의 것은 모두 불완전한 반쪽이고, 빠져나가려는 시도이고, 대중의 이상으로 다시 도망치는 것이고, 순응이고, 또 자기 성찰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였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고, 지극히 하찮은 것이 될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로 던저진 존재였다. 저 깊은 근원에서 던져진 이 삶을 빠짐없이 살아 내고, 내 속에서 그 의지를 느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나의 소명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189-190p
단결은 원래 멋진 거야. 하지만 지금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는 것은 결코 단결이 아니야. 단결은 각자가 서로에 대해 알아 나가면서 새로 생겨나야 해. 그런 단결이라야 얼마간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지금의 단결은 한마디로 패거리 짓기일 뿐이야. 각자 같은 편에게 도망을 치는 거지. 왜냐고? 서로 다른 무리가 두려워서 그래. 그래서 높은 사람은 높은 사람들끼리,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끼리, 학자는 학자들끼리 뭉쳐. 그럼, 그들은 왜 두려워할까? 이유는 하나야.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지. 지금 이 사회는 자기 안의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그 사람들도 자기들의 삶의 규칙이 더는 맞지 않고, 자신들이 케케묵은 규범에 따라 살고 있으며, 종교든 도덕이든 그 어떤 것도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유럽은 백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오직 연구만 하고 공장만 지었어. 그래서 한 사람을 죽이는 데 몇 그램의 화약이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아도 신에게 어떻게 기도해야 하고, 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라. 대학생들이 자주 가는 술집들을 봐! 아니면 부자들이 들락거리는 유흥지를 봐! 절망적이지! 싱클레어, 그런 것들로는 절대 즐거움을 얻을 수 없어. 겁에 질려 단결한 사람들은 두려움과 적의로 똘똘 뭉쳐 있어. 아무도 타인을 믿지 못해. 그들은 이상도 아닌 이상에 매달리면서, 새로운 이상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져. 내 예감엔 조만간 충돌이 일어날 것 같아. 충돌이 생길 거야. 반드시! 내 말을 믿어."
200-201p
"태어나는 건 누구나 어려워요. 당신도 알잖아요?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이제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그렇게 어렵기만 했느냐고. 혹시 아름답지는 않았냐고.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이 있더냐고."
...
"그래요, 사람은 자기 꿈을 찾아야 해요. 그러면 길이 좀 쉬워지죠. 하지만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항상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어떤 한 꿈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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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헤르만 헤세 저/박종대 역 | 사계절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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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40/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