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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나무가 말하였네 두번째 책.
이 책도 나무와 관련된 시를 모아놓은 책이다.
나태주 님의 풀꽃 이란 시.
이 책을 리마인드 시켜준 차장님께서는 이 시가 너무 좋아서 외우신다고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
계속 곱씹어보면, 이 어구 자체도 어찌 이리 이쁠까...
평소에도 들판에 핀 풀꽃 하나하나가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는데,
이 시를 읽고나니, 그런 마음이 더욱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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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상나무
나무 앞에선 하늘도 땅도 사람도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린다. 남녘의 한라산에는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구름을 이고, 나무는 이 땅의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17p
느티나무
잘 자란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오백만 장의 잎이 달린다. 벌레에게 양분을 나눠주고 구멍 난 잎, 덜 자란 앙증맞은 이파리, 통통하게 물오른 잎사귀, 제가끔 서로 다른 잎이 겹겹이 쌓이고 엉키며 그늘을 지어낸다. 농담과 심천이 있는 흰 그늘이다. 가장 밝은 어둠에서 가장 어두운 밝음까지. 빛의 흐름이 춤춘다. 바람 따라 오백만 장의 잎이 살랑이며 짙은 그늘을 지었다가, 아내 흩어지며 옅은 그림자를 짓는다. 움직이는 빛을 품은 그림자다. 다른 모든 생명을 품어 안는 생명체의 너그러움이 싱그럽다. 가늣하게 스치는 산들바람 따라 새소리 스며든다. 나무 그늘은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의 쉼터다. 언제나 부딪히는 사람의 마음도 잦아드는 안식처다.
41p
은은한 향기는 귀로 들어야 한다는 옛 선비들의 '문향'의 지혜는 매화나무가 가르쳤다. 푸른 절개의 소나무를 경배하게 된 건 불혹의 나이를 넘긴 뒤였다.
45p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46p
쑥부쟁이 사랑
정일근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떄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모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52p
맥문동
아파트 단지의 화단에서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웠다. 한 사내가 봄부터 기울인 정성이 피어난 것이다. 사내는 햇살 들면 거름을 치고, 비 오면 물길을 냈다. 바람 불면 사내도 바람 되어 함께 흔들렸다. 허공에서 이룬 맥문동의 개화를 사내가 경비실 창문으로 그윽하게 바라본다. 꽃이 지어낸 찰나의 떨림 따라 사내의 눈망울도 흐뭇이 떨린다. 한 해 살림을 다 이뤘다는 안도다. 지상의 모든 꽃을 사랑하는 일이고, 온 가슴으로 그 찰나의 환희를 끌어안는 일이다. 아파트 단지가 보랏빛으로 타오른다.
73p
상수리나무
임금님 수라에 올릴 열매를 맺는 나무여서 '상수리나무'라는 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나무에 도토리가 열렸다. 상수리나무는 씨앗까지 남김없이 사람과 짐승에게 먹이로 내어주고 사라진다. 제 앞가림에 서투른 상수리나무가 자손을 키우려면 사람뿐 아니라, 다람쥐도 배불리 먹여야 한다. 다람쥐가 겨울 양식으로 갈무리했다가 남긴 도토리가 겨우 봄볕에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더 많이 베출수록 더 많은 자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상수리나무는 잘 안다. 상수리나무는 '숲의 왕'이라고 부르는 참나무 종류 가운데 우리와 가장 가까이 지낸 도토리나무다.
1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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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였네 2 : 나무에게 길을 묻다
고규홍 저 | 마음산책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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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43/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