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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예전에 이름만 듣고는 역사소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소설은 아니고 역사서이다.
역사서 작가로 꽤 유명한 이덕일이라는 분이 지은 책인데,
정약용 일가가 어떤 일생을 살았는지 쭉 정리하고 있다.
정약용에 관심있는 1인이라면, 꼭 읽어보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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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정약용 형제들의 최초의 스승은 아버지 정재원이었다. 정재원은 학문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자식들에게 본을 보였다. 정재원은 매일 '새벽과 저녁 부모님 받들기에 게으르지 않고, 부모님 병환 시중에 옷과 띠를 풀지 않았다' 는 효자였다. 그는 자식들에게 모든 면에서 진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정약용은 부친이 들려 준 일화를 전하고 있다.
내(정재원)가 금강산에 놀러 갔을 때 어떤 고을에 이르러 그곳의 군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전이 손님이 왔다고 아뢰었는데 그는 가난한 친구였다. 군수는 콧날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으며 괴롭다고 하면서 문을 열었다. 손님이 들어오자 군수는 기뻐하며 관대하게 대접하면서 우스개와 농담을 거리낌없이 하니, 마치 가을 서리와 봄날의 볕이 잠깐 사이에 오가는 듯 했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난한 친구를 대하는 방법은 제일 좋은 것이 겉과 속이 함께 기뻐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겉과 속이 모두 담담한 것이며, 제일 나쁜 것이 마음속으로는 싫어하면서도 겉으로는 기쁜 체하는 것이다. - 압해정씨가승
정약용과 형제들 1 : 45p
정조는 두 조를 경쟁시키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먼저 끝내는 조에는 상을 주고, 나중에 끝내는 조에게는 벌을 주리라."
교정을 먼저 끝낸 조는 두시 조였다. 정조가 상벌을 내리려하자 이의준 등 육시 조에서 항의했다.
"육시가 두시에 비해 두 배나 많으니 신 등은 원통합니다."
이긴 두시 조에 정조가 환약을 상으로 내렸고, 진 육시 조에는 술을 벌로 내렸다. 정조는 육시 조에 이렇게 말했다.
"비록 벌주지만 환약보다 낫지 않은가?"
또 두시 조에는 이렇게 말했다.
"비록 약을 상으로 받았지만 벌보다야 낫지 않은가?"
둘이 다 이겼다는 뜻이었다. 정약용이 <자찬묘지명>에서 이를 두고 "아! 성대한 일이로다"라고 한 대로 아름다운 군신 사이였다.
정약용과 형제들 1 : 246-247p
때로 둘은 격식을 잊고 말장난을 하기도 했다.
정조가 먼저 "말이 마치(말의 이빨) 하나 둘이리" 라고 농을 걸었다. 대구를 하라는 것이었다. 정약용은 즉각 "닭의 깃이 게우(닭의깃) 열다섯이오" 라고 응수했다. 정조는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보리뿌리 맥근(보리뿌리) 맥근"이라고 다시 문제를 던졌고, 정약용은 "오동열매 동실(오동열매) 동실"이라고 응수했다. 정조가 다시 "아침까치 조작(아침까치) 조작"이라고 던지자 정약용은 "낮 송아지 오독(낮송아지) 오독" 이라고 바았다. 이런 대거리가 끝나면 서로 마주보고 웃는 수밖에 없었다.
정약용과 형제들 2 : 99p
다산의 경학사상은 이 점에서 성리학의 테두리를 뛰어넘는다. 정약용은 <자찬묘지명>에서 자신의 <맹자요의>를 설명하면서 성리학 천년 역사의 가장 핵심적인 본연지성을 분명하게 부인한다.
'본연지성은 원래 불서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 유교의 천명이나 성(性)과는 서로 빙탄이 되어 함께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자찬묘지명
성리학의 본연지성이 유교의 천명지성과는 물과 불처럼 상반되는 것으로 유교가 아니라 불교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산은 주희가 "성품은 인간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아 태어난 '이(理)'다"라고 정의한 것 역시 부정하며 '성이란 기호다' 라며 성이 하늘이 부여한 이(理)가 아니라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기호'라고 주장했다.
인간에게 성(性)은 기호이므로 선을 행할 수도, 악을 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일생동안 수많은 악인들을 만나면서 체득한 결론일 수도 있다. 정순왕후 김씨나 서용보,이기경,홍낙안 같은 인간들의 성품이 어찌 원래 순수할 수 있겠는가? 다산에게 선은 인간의 수순한 성품에 따라 자동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산이 <맹자요의>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은 선을 좋아하는 성품의 기호를 길러서 자신의 결단으로 선을 선택하고 실행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철학적 바탕 위에서 정약용은 자주지권 사상을 확립했다.
다산은 <맹자요의>에서 하늘이 인간에게 선을 행하고자 하면 선을 행할 수 있고, 악을 행하고자 하면 악을 행할 수 있는 결정권을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자주지권이라고 설명한다.
자주지권, 즉 자유의지에 따라 인간은 선을 행할 때 선을 행한 공을 이룰 수 있고, 악을 행할 때 악을 행한 죄를 짓는 것이므로 인간과 동물이 갈라지는 경계가 된다는 것이다.
정약용과 형제들 2 : 282-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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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이들이 꿈꾼 세상
이덕일 저 | 다산초당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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