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글보기


number: 404/483 238 reads file : download  ( 31418 byte ) 2016-07-18 23:16:13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 알랭 드 보통
≫ 글쓴이 : 앤셜리 ≪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있다는 작가, 알랭 드 보통.

단지 여행의 출발점이라는 이유 하나로,
공항을 좋아하는 공항을 항상 희망하는(ㅡ.ㅡ)
내가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그가 런던의 히드로 공항으로부터 돈을 받고 쓴 글이다.
노골적으로 돈을 받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공항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공항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
contents

Ⅰ. 접근
Ⅱ. 출발
Ⅲ. 게이트 너머
Ⅳ. 도착

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
memo

혼돈과 불규칙성이 가득한 세계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로 보인다. 공항 터미널은 현대 문화의 상상력이 넘쳐나는 중심이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 -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신앙에서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호 관계성에서부터 여행을 로맨틱하게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 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 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공항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면 어떻겠느냐는 특별한 제안이 내게 왔을 때,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바닥이 나고 말았다.
16-17p

어떤 언어의 문학작품에도 룸서비스 메뉴만큼 시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을 돌풍이
아사마 산 위
돌들을 따라 불어간다
일본 에도 시대에 하이쿠 형식을 완숙 단계로 끌어올린 마쓰오 바쇼의이런 시구조차 소피텔의 케이터링 사업부 어딘가에서 일하는 익명의 장인이 지은 시구에 비하면 단조롭고 환기하는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햇볕에 말린 크렌베리를 곁들인 연한 채소,
삶은 배, 고르곤촐라 치즈
진판델 비네그레트 소스로 무친 설탕 절임 호두
25-27p

부자일수록 짐이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지위와 주로 다니는 여행지 덕분에 이제는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눈에 자주 띄는 경구를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43p

서비스가 단순한 능률에 머무느냐 아니면 마음으로 느껴지는 온기 수준으로 올라가느냔를 가르는 것은 있는지 엇ㅂ는지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약간의 호의이다. 사실 항공사가 성과급 체계를 아무리 교묘하게 짠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고객을 대할 때 반드시 이 약간의 호의를 추가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능력을 주입할 수는 있지만, 인간애를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54-55p

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네로 황제를 위하여 쓴 <분노에 관하여(On Anger)>라는 논문, 그 중에서도 특히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여, 존재에 풍토병처럼 따라다니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열쇠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여행계쇡이 늘 확실하게 이행되는 세계에 대한 믿음,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네카의 분석을 고려할 때, 이 항공사가 광고에서 택한 방향을 보면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 광고는 섬기고, 기쁨을 주고, 시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더욱더 자신만만하게 약속하고 있었다. 따라서 항공사처럼 재난에 취약한 산업에서는 더 많은 비명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57-59p

우리가 만반의 준비를 자춘 뒤,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비용르 헤아릴 수 없이 퍼부으며 세우는 거대한 객관적인 기획물 - 터미널, 활주로, 널찍한 몸통의 비행기 - 과 그 사용을 방해하는 주관적인 심리적 매듭은 고통스러운 대비를 이룬다.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문명의 모든 이점이 가정 내의 말다툼 한 번으로 얼마나 빠르게 쓸려나갈 수 있는 것인지.
76p

나의 수첩은 상실, 욕망, 기대의 일화들, 하늘로 날아는 여행자들의 영혼의 스냅 사진들로 점점 두꺼워졌다. 터미널이라는 살아 있는 혼돈의 실체에 비하면 책이란 얼마나 얌전하고 정적인 것이냐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는 힘들었지만...
83p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관한 우리의 논의를 그런 분위기에서 끝내는 것이 아쉬운 느낌이 들어, 나는 두 성직자에게 여행자가 비행기에 타서 이륙하기 전 마지막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생산적일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다. 목사는 그 점에서 확고했다. 그는 그때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하느님 쪽으로 생각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을 수 없으면 어쩌죠?" 내가 물고 늘어졌다.
목사는 입을 다물더니 그런 것을 목사에게 묻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조금 자유주의적인 신학에 기대고 있는 젊은 동료가 간결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래도 더 포괄적인 답을 해주었다. 나는 그 이후로 며칠동안 활주로로 나오는 비행기를 지켜볼 때마다 그 말을 다시 생각해보곤 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118-119p

보안구역 바로 너머에는 불운한 운명의 초음속 제트기의 이름을 딴 휴식공간이 있었는데, 이곳은 일등석 승객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 이곳은 공항에서, 아니 내 인생에서 내가 본 다른 어느 곳보다 멋졌는데, 그 멋진 면 때문에 나는 마음이 겸허해졌고 생각을 자극받았다.
...
"이 세상의 노고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 권력,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에서 그렇게 묻고 스스로 대답을 했다.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이다." 콩코드 룸을 만든 사람들은 이런 야망에 감동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대응했다.
...
나는 앞으로 빠른 시간 안에는 콩코드 룸에 다시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서글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슬픔을 희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구역에 꽤나 자주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증오를 기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브리오슈를 바닥에 깐 포르치니 버섯 한 접시를 앞에 두고, 이 라운지가 사실은 족벌 등용과 다양한 속임수 덕분에 자격도 없으면서 이곳에 들어올 권한을 얻게 된 독점적 지배자들의 은신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안타깝게도 내 눈에 띄는 증거들은 그 위로가 되는 명제를 뒷받침하기는커녕 모순만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주위에 있는 손님들은 부자의 상투적인 틀에 전혀 들어맞지 않았기 떄문이다. 사실 이들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이 아주 평범해 보였기 떄문이다 이들은 시골의 엄청난 땅을 상속한 나약한 상속자들이 아니라, 마이크로칩과 스프레드시트가 사람들 대신 일을 하게 하는 방법을 궁리해낸 보통 사람들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옷을 입고 맬컴 글래드웨링 쓴 책을 읽는 이들은 지능과 정력 덕분에 부자가 된 엘리트였다.
...
그럼에도 콩코드 룸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정화된 공기 속에는 뭔가 모르게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맴돌고 있었다. 항공사의 전통적인 세 가지 클래스는 사람들의 진정한 재능과 장점을 기준으로 한 사회의 삼분법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암묵적인 암시이다. 과거의 카스트 제도를 철폐하고 교육과 기회에 누구나 다가갈 수 있게 하려고 싸웠기 떄문에, 우리는 간난만이 아니라 부의 분배에도 진정한 정의의 요소를 도입한 능력주의 사회를 구축한 것처럼 보인다. 근대에는 빈곤이 가련한 것일 뿐 아니라, 응당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재능이 있고 숙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우아한 콩코드 룸에 들어갈 수 없느냐하는 문제는 모든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이 세계 공항의 과밀하고 혼잡한 공용 대합실의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는 난제이다.
119-128p

그럼에도 수화물과 재결합을 할 때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한 느낌이 찾아온다. 거추장스러운 것들로부터 벗어나 공중에서 몇 시간 동안 밑에 보이는 해안과 숲에서 자극을 받ㅇ며 희망찬 계획을 세우던 승객들은 수하물을 찾는 곳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벨트를 보면 자신의 존재와 관련된 물질적이고 부담스러운 모든 것을 떠올리게 된다. 수하물 찾는 곳과 비행기라는 대조적인 두 영역은 어떤 본질적인 이중성을 상징한다. 물질과 영혼, 무거움과 가벼움, 몸과 영혼의 이분법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이 방정식에서 음의 기호가 붙은 반은 모두 판데르란데의 절묘한 컨베이어 장치의 터널과 벨트를 따라 쉼 없이 움직이는, 거의 똑같은 검은색 샘소나이트 가방들의 흐름과 연결괴어 있다.
185p

--------------------------------------------------------------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저/정영목 역 | 청미래 | 2009년 12월 | 원제 : A Week at the Airport : A Heathrow Diary



name * password *



book
415 달라이 라마와 히치하이킹을 - 뤼도빅 위블레르 앤셜리 2016-10-03 426
414 쿼크, 카오스 그리고 기독교 : 과학과 종교에 관한 질문들 - 존 폴킹혼 앤셜리 2016-10-03 5637
413 존중 - 존 비비어 앤셜리 2016-07-20 412
412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 홍대용 선집 - 김아리 편역 앤셜리 2016-07-19 294
411 욕심을 잊으면 새들의 친구가 되네 : 이규보 선집 - 김하라 편역 앤셜리 2016-07-19 376
410 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 장샤오위안 앤셜리 2016-07-19 168
409 피플웨어 Program, Programming, Programmer - 톰 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 공저 앤셜리 2016-07-19 253
408 공간의 위로 : 삶을 바꾸는 나만의 집 - 소린 밸브스 앤셜리 2016-07-19 243
407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 우종학 앤셜리 2016-07-18 269
406 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 신동헌 앤셜리 2016-07-18 668
405 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 장영희 저, 김점선 그림 앤셜리 2016-07-18 441
404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 알랭 드 보통 앤셜리 2016-07-18 238
403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마스다 미리 앤셜리 2016-07-18 184
402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 :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주는 사진 특강 - 함철훈 앤셜리 2016-07-18 189

 prev | 6  | 7  | 8  | 9  | 10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