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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 장샤오위안
≫ 글쓴이 : 앤셜리 ≪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책 내용보다는
책 디자이너가 본인이 디자인한 책을 소개하여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특이한 폰트에 책 옆면도 다소 특이하다.
고양이 무늬가 책옆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의 과학자가 일생동안 책과 함께해온 이야기가 책의 주 내용이다.
인문학자도 아닌 과학자가 좋아하는 책이야기라..
공과계열인 내게 참 공감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많은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던 문화혁명시기에도
숨어서 많은 책들을 읽었다는 저자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그동안 몰랐던 근대 중국사회에 대해 살짝 엿볼 수도 있는 책이다.

책 좋아하는 이과생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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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추천사
머리말

서재 이전
1. 눈 내리는 밤, 문을 닫고 금서를 읽다
책 읽기를 사랑하게 되다
소년, 『매화보』에 놀라고 매혹되다
장칭디 선생
대학 입시

2. 학생 시절
『서상기』
과학사
책 찾기 지도

서재 이후
3. 서재의 변천
레일 책장에서 마침내 책벌레가 되다
딸아이의 ‘어린 시절의 기억’
활자 중독증

4. ‘노대’와 ‘침실’의 사이
견습 무당
천문학
제2전공

5. 나의 서평 생활

6. 두 문화
두 문화
중국의 과학 문화
과학 소설의 세 겹 경계
연구 업적 평가 ?계획 학문 ?학술 과열

7. 서재의 생명
책과 사랑하다
손님의 서재

책과의 인연
8. 여행길에서도 마음은 책과 함께
서울에서 『삼국유사』를 찾아다니다
낯선 곳에서 책과 만난 인연
9. 그 사람, 그 책
거거
책벌레 L
저우옌

맺음말
감사의 말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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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책과 사랑하다
서재의 생명은 주인이 부여한다. 주인이 진심으로 책과 사랑해야 서재는 생명을 얻는다.
어떻게 해야 책과 사랑할 수 있을까? 책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 두 가지 예를 들고 싶다.
첫째, 다른 사람의 책을 대하는 태도를 본다. 자기 책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일은 자기 책이든 아니든 세상의 좋은 책을 모두 사랑하는 일이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는 친구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흠을 발견하면 나서서 책을 손보는 이가 있다.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책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걸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책 정리를 한다. 누군가 책을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는 걸 본다든가 책이 잘못될 가능성만 느껴도 그러지 못하도록 저지하거나 좋은 말로 말린다. 그들에게 좋은 책이 더럽혀지거나 부적절한 대우를 받는 것은 미인이 모욕을 당하는 것과 같아서, 아름다운 것을 아끼는 마음에 보호하려 드는 것이다.
둘째, 이건 친구가 내게 말해 준 실화다. ... "난 분명히 아내에게 책을 태우는 것은 날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책을 태워 버렸으니 우리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습니까?" 이 이야기의 결말은 몹시 처참하다. 그 서생은 울적해하다 오래 견디지 못하고 사랑하는 책의 뒤를 따르듯 병사했다. 책에 대한 그의 사랑이 지나치다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랑에는 쓸쓸한 아름다움이 있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애서가가 이 정도로 심각하게 책을 사랑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생명이 있는 서재의 또 다른 증표는 책의 변화다. 책의 변화에는 두 가지 분야가 있다.
첫 번째 분야는 책의 성분 변화다. 사람에게 소년, 청년, 장년, 노년이 있는 것처럼 서재의 책도 성장한다. 주인의 학문 영역과 흥미 및 취미의 변화에 따라 책의 성분도 계속 바뀐다. 그러므로 장서가 풍부한 학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가 남긴 책들은 같은 학문을 하는 다음 세대의 사람에게 가장 귀한 재산이 된다. 보통의 도서관과는 비할 바 없이 세심하게 선택된 책들이기 때문이다. 관련된 자료가 종류별로 모여 있는 장서는 학문의 후배에게 안내 역할을 하며, 나아가 장서 주인이 과거에 걸었던 노정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분야는 책 수량의 변화다. 책은 언제나 늘기 마련이다. 어떤 학자는 노년에 가까워지면서 장서의 앞날을 고민한다. 마치 자기가 더 이상 살펴 주지 못할 오랜 벗의 미래를 걱정해 보살펴 줄 사람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는 친구에게 조금씩 책을 선물하기도 하고 무더기를 나눠 여기 저기 기증해 장서의 수를 줄여 나간다. 학자라면 당연히 장서를 통째로 넘기는 편을 더 선호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장서를 알아줄 기구나 단체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주인의 학문은 시간에 따라 깊어지므로 이치대로라면 장서 또한 옛 책은 적어지고 새 책이 늘게 된다. 그러나 책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옛 책을 정리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서재에 책을 놓을 공간에 한계가 있어 포화 상태가 되면 옛 책을 버리는 것이 필연인데도 예전에 정성껏 모은 책들을 보면 괴롭다. 책 한 권 한 권에 인연이 있고 사연이 담긴다. 옛일을 떠올리게도 하고 옛사람의 깊은 정을 생각나게도 한다. 어떤 책인들 쉽게 떼어 낼 수 있겠는가? 책을 만지며 한숨을 쉬다 결국 계속 곁에 두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188-190

손님의 서재
서재에서 하는 대화와 거실에서 하는 대화는 다르다. 서재 쪽이 좀 더 사고를 고무시킨다. 난 서재에서 멍하니 있는 걸 좋아하지만 다른 방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193p

낯선 곳에서 책과 만나는 인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생기면 서점에 들러 책을 사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기도 한다. 이 점에서 나의 인식에는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1980년대 처음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는 중국인이 아직 그다지 풍요롭지 못했고 일개 서생인 내 주머니 사정은 더더욱 어려웠다. 해외의 서점에서 좋은 책을 만날 때면 몇 번이나 망설이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주머니 사정은 조금씩 나아졌다. 이즈음에는 외국에서 책을 사면서 나의 행동에 명분을 붙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외국에서 사는 책값은 대체로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다. 내 마음에 든 책이라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 점에서 난 기회비용을 고려한다. 만약 이 책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탓에 (혹은 장시간 국내에서 살 수 없는 탓에) 리스본 같은 이역만리까지 가서 책을 사야 한다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겠는가? 만약 국내에서 절대 살 수 없는 책이 있다면 외국을 나가지 ㅇ낳는 한 그것을 구하는 기회비용은 한도 없이 크다. 지금은 항공비도 누군가 대신 내 주었고, 난 이미 이 자리에 있으니 그 부분의 비용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책값이 조금 비싼들 '아까워할 이유가 어디에 있으랴!' 이렇게 생각하며 흔쾌하게 돈을 꺼내는 것이다.
이런 명분은 대단히 유용해서, 언제나 나의 아쉬움을 덜어 주는 동시에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전에는 돈이 없어서든 망설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든 갖가지 이유로 좋은 책을 손에 넣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났다가 귀국 후에 아쉬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용감하게 좋아하는 책을 사서 돌아오고, 집에서 찬찬히 감상하며 흥에 겨워하다 먼 외국에 나가 좋은 책을 구해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곤 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아쉬움과 기쁨의 간극만큼 큰 것이 있을까?
219-220

다음 생은 책 고양이로...
책은 요물이다.
올해는 반드시 책을 줄이자고 다짐했건만 줄이기는커녕 늘어난 책을 감당하지 못해 책장을 새로 들이게 되었다. 요즘은 다 읽은 책이나 더 읽지 않을 책을 팔 곳도 있어서 정리를 해 가며 신중하게 구입하는데도 그렇다. 자가 증식이라도 하는 건가, 세포 분열이라도 일으키는 건가 의심의 눈초리로 책을 노려볼 때도 있다.
책의 물성으로만 보면 글씨가 찍힌 종이를 묶으느 것뿐이다. 하지만 일단 책을 펼치고 그 글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앉은 자리에서 새로운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만든 또 다른 세계. 그것은 소설만이 아니라 수필이든 역사나 철학이나 과학이든 마찬가지다. 혹은 흥미진진하고 혹은 우습고 혹은 지루하고 혹은 슬픈, 오롯한 하나의 세계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길이 되어 주는 책에 한번 발을 들이면 되돌아 나오기 쉽지 않다. 책장에 꽂힌 책들 중 원하는 책을 골라 손에 쥐는 감각부터 종이의 결을 만지며 활자를 눈으로 좇는 기분, 한 장씩 넘어가는 책장 사이로 느껴지는 두근거림.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만감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다.
번역을 위해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며 저자 장샤오위안이 만든 책벌레의 세상으로 들어갔을 때의 즐거움이 지금도 기억난다. 나는 중국 현대사에서 판에 박힌 듯 뻔하고 큰 맥락이 아닌 개개인의 역사가 궁금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문화대혁명 시기를 보내고 개혁개방을 거쳐 지금의 중국을 살고 있는 책벌레의 이야기라니, 딱 읽고 싶은 이야기였다.
24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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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저/이경민 역 | 유유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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