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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406/483 669 reads file : download  ( 39969 byte ) 2016-07-18 23:35:42   

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 신동헌
≫ 글쓴이 : 앤셜리 ≪

남자들의 로망, 자동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이다.
신랑님께서 좋아할 것 같아서 신랑님 읽으라고 사주었는데,
책에 있는 이런저런 자동차 사진들이 볼만하고,
내용들도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아서 나도 읽어보았다.

읽은지 1년이 넘은 지금은 기억남는게 별로 없지만,
차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지루하지 않은 책이었고,
책내용이 생각보다 재밌었다는 느낌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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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여는 글 인생에서 자동차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제1부 자동차, 톡 까놓고 말해서
명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국산 차의 성능에 대한 단상
자동차 색깔론
못생겼는데 예쁜 자동차들
나는 한국 차가 싫어요
자동차는 인테리어로 고르자
애증의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제2부 명차란 이런 것
완벽함도 진화할 수 있다
포르쉐 바이러스
로드스터에 낭만을 더하면
서울에서 컨버터블 즐기기
작지만 꿀리지 않는 해치백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예술품
포르쉐 디젤 매직
캐딜락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제3부 슈퍼카 훔쳐 타기
1억 7000만 원짜리 차를 타면 인생이 바뀔까
높은 절벽 위의 난 같은 존재, 페라리 F430 스쿠데리아
640마력짜리 괴물,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포르쉐는 대형 세단에 무슨 짓을 했나
아우디 R8, 슈퍼카 대열에 합류하다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포르쉐, 카이엔 GTS

제4부 세상을 만나게 해 준 내 인생의 자동차
벤틀리의 위대한 유산
메르세데스 벤츠의 성지 순례기
세팡 서킷에서 체험한 주말 레이서의 세계
눈보라 휘날리며 외친 그 이름, 볼보
아우디와 함께 핀란드 설원을 달리다
아프리카에서 낭만을 경험하다
24시간의 오르가슴,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가슴으로 느낀 F1

제5부 즐겁게, 멋지게, 그리고 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운전, 이것만은 제대로 하자
경제적인 운전이란
자동차 길들이기는 여자친구 대하듯
엔진 오일 가격과 교환 주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튜닝의 끝은 어디일까
완벽한 운전을 위한 완벽한 자세
주차의 달인이 되는 법

제6부 자동차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내 첫 번째 자동차를 추억하며
아내를 위한 자동차 고르기
월급쟁이도 탈 수 있는 수입 차
내 가슴속의 스피드 레이서
여자를 사로잡는 남자의 차
생애 마지막 차를 고른다면

더 읽을거리
* 자동차 유형별 특징
* 자동차 외관의 부분별 명칭
* F1 머신 둘러보기
* 엔진 기통별 특징
* 굴림 방식의 종류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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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여는 글
이처럼 자시이 소유한 자동차, 그리고 그 자동차를 사용하는 생활방식들이 보여 주는 것은 으외로 많다. 겉모습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또는 겉모습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고려하는 것처럼, 자동차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ㅏ신이 탈 차를 고르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차를 타도 품위 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고급 독일 차에서 내리는데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자신의 차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기 떄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자동차를 좀 더 이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포츠카를 타야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퇴근용 패밀리 세단이라도 충분하다. 자동차를 단순히 '집과 직장을 오가는 데 쓰는 물건' 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을 이용하는 만큼의 시간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출근길에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스티어링 휠을 꺾는 동작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고,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회사로 가는 시간을 즐거운 시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 퇴근길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까페가 되기도 하며,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게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 해설서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매우 주관적'인 잣대로써 내려간 에세이다. 자동차란 누가 운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그뿐 아니라 같은 차라고 해도 그 차를 소유한 사람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주관'을 강조한다. 어설프게 객관적이고자 하는 것보다는 완벽한 주관을 드러내는 편이 오히려 읽는 이의 판단과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관적이라고는 해도 아마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왜 자동차라는 물건에 남자들이 그렇게 환호하는지, 똑같이 바퀴 네 개 달린 자동차인데 괘 그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는 어떤 자동차가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누구나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동차는 결코 어려운 물건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사람보다 더 자주 볼 수 있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를 더 이해하고 나면 인생도 즐거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감히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얻은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서 상당 부분을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9-10p

1억 7000만 원짜리 차를 타면 인생이 바뀔까
납작한 슈퍼카가 웅장한 배기음을 울리며 지나가면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쳇, 부모 잘 만나 좋겠다."
나는 그 패배자적인 시각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자라면 슈퍼카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휘파람을 불어야 한다. 어차피 슈퍼카라는 건 동경하라고 존재하는 탈것이지, 누구나 쉽게 타라고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다. 애초에 쉽게 탈 수 있었다면 슈퍼카도 아니었겠지.
세상사라는 게 어디 평등한 적이 있었나. 유사 이래 인간은 서로 경쟁하고 비교당하고 비교하며 살아왔다. 남이 멋진 자동차를 탄다고 그걸 배 아프게 생각할 인간이라면,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말을 탈 수 있었던 수백 년 전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배 계층이 아닌 일반인이 자기 의지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건 인류 역사에서 겨우 1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정말 많이 평등해진 것이다.
143-144p

내가 처음으로 슈퍼카를 직접 본 것은 90년대 초 대학 신입생 때 신촌에서였다. 친구들과 함께 시답잖은 농을 주고받으며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심상치 않은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처음 들어보는 굉음, 공기의 진동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낮고 검은 그림자가 휙 하고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건 포르쉐 911이었다. 어찌나 빨랐는지 제대로 모양을 볼 수도 없었지만 그 실루엣은 내가 자동차 잡지에서 아마 수만 번은 쳐다봤을 그 차였다. 아아아, 그 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자동차가 그런 소리를 내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당시 나의 드림카였던 스쿠프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포르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 열심히 돈을 모아 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자 내 꿈은 왠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청담동 거리에 나가면 페라리와 포르쉐 정도는 100퍼센트 볼 수 있다. 벤틀리도 이제 자주 눈에 띈다. 람보르기니도 한참 인기를 끌어서 더 이상 탄성을 자아내기는 힘들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벤틀리와 함께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슈퍼카에 열광하던 어린 시절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혼자 웃음짓곤 한다. 물론 지금 내가 슈퍼카에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슈퍼카 구입 작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몇 년 전 친한 형들과 함께 마흔이 되기 전에 슈퍼카를 한 대씩 뽑자고 약속을 했다. 처음에는 꼭 정규 딜러에게 가서 한껏 거드름을 피운 후 신차로 뽑자고 약속했었는데, 형들 중 한명이 마흔에 거의 다가가면서 중고차면 뭐 어떠냐며 방향을 틀었다. 그 형은 결국 마흔이 되기 직전에 검은색 중고 포르쉐 911 터보를 뽑았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니만큼 예전처럼 차 자위에 몰려 앉아 밤을 새울 수는 없었고, 지난 추억들을 곱씹으며 서로의 가정으로 돌아갔다.
누가 말했던가. 꿈은 이루기 전까지가 가장 아름답다고. 우리 마슈모(마흔 전에 슈퍼카 사기 모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봉착했다. 첫 선수가 슈퍼카 구입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이후의 카 라이프가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던 것이다. 차는 수동이 제격이라면서 큰소리치더니 클러치 조작을 잘못해서 클러치를 홀랑 태워 먹은 것이 시작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새 클러치로 바꾸자 트랜스미션이 고장 났다. 포르쉐는 역시 공랭이 진짜라며 마지막 해 생산분 공랭식 엔진을 사더니만 엔진은 기침을 계속할 뿐 3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 주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동력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카를 막상 구입했더니 차 값만큼의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왠지 현실적이어서 슬픈 기분이 들었다. 젠지아, 부자들이 슈퍼카를 주말에만 타는 이유가 있었구나. 알고 보니 병행 수입으로 들여온 신형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도 수리가 어렵다는 둥,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못 고친다는 둥 소문이 많았다. 최신형 슈퍼카를 두 대나 갖고 있는 한 지인은 정규 딜러가 없으니 튜닝 숍에 가야 했고, 튜닝 숍에서 경정비만 할 수는 없으니 또 이것저것 달게 되어 생활이 완전히 자동차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슈퍼카 대신 대형 세단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속 좁은 사람들의 시기하는 눈 말고도 슈퍼카를 타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많았던 것이다.
176-179p

자동차 공장이라기보다는 수공예 공방을 연상시키는 벤트릴 공장은 오랜 전통과 최신 설비와 함께 어우러진 특이한 분위기였다. 수십명은 족히 되었음직한 가죽공예, 목공예 장인과 도구들이 공장 안에 가득했지만 조명은 뉴욕의 세련된 레스토랑처럼 밝았고, 배경음악으로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Boom Boom Pow'가 흐르고 있었다. 우선 자동차 공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로봇은 만날 수 없었다. 대부분의 과정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데, 컨베이어 방식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움직이는 속도가 워낙 느려 거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만약 대량생산으로 돈을 버는 토요타나 현대자동차의 공장 책임자가 이 광경을 봤다면 혈압이 올라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에 서른 대가 채 안 되는 벤틀리를 생산한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벤틀리의 목공예 장인이 무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멀쩡한 원목을 통째로 버리는 모습도, 행여나 상처를 입을까 봐 울타리도 치지 않은 넓은 벌판에서 방목한 소의 가죽만 사용하는 것도 미친 짓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원가 절감을 위해 나사 개수를 줄이고, 용접을 조금이라도 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벤틀리는 인건비와 원자재 효율보다는 장인의 손길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차를 원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차다.
198-201p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경험. 그리고 우리는 사구에 도달했다. 영화나 파리다카르 랠리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곳에 실제로 와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도잉 몰려왔다.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모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렸다. 때로는 모래에 파묻히기도 하고, 때로는 모래를 뒤집어쓰기도 했지만 자동차로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동물들과 함꼐 초원을 달리고, 사자의 구역에 들어가 샴페인을 마시고, 사구에서 드리프트를 즐기는 여행이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나미비아 멀티 데이 투어는 BMW가 매년 4~6월, 9~10월에 마련하는 여행 프로그램으로 BMW오너가 아니라도 참가할 수 있다. 비행기 삯을 제외하고 600만원이라는 비용이 처음에는 비싸 보였지만, 한 번 경험한 후에는 정말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여행 프로그램에 2회 이상 참가하는 사람의 빈도가 높다는 걸 보면 만족도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만족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 구성, 하루하루 자극의 강도가 높아지는 절묘한 이벤트는 그 어떤 전문 여행사가 꾸민 것보다 만족스러웠다. 대자연 속에서 즐기는 드라이빙, 아프리카가 아니면 기대할 수 없는 새로운 생명체와의 만남,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기쁨, 이 영행은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됐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자마자 적금을 하나 더 들었다. 아들 녀석이 면허를 따면 이곳에 함께 올 작정이다. 이 여행이 내 인생의 가치관을 바꿨듯이, 아들의 앞날을 다져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254-255p

가슴으로 느낀 F1
꽤 많은 해외 레이스를 봐 왔지만 F1은 처음이었다.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F1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다니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기가 열리네 마네, 서킷이 완성되네 마네, 숙박시설이 부족하네 마네 말들도 많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 F1의 개최 시스템이나 룰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족적이고 가장 제멋대로인 F1은 여론을 벼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겠다고 결정하면 진행하는 것이고, 경기가 진행된다는 건 모든 부분에서의 퀄리티를 F1에서 인정한다는 의미다. 트랙의 최종 인증을 받는 타이밍이 늦어진 건 사실이지만, 허가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이미 나는 걱정을 내려놨다. 남은 건 즐기는 일뿐.
서울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쉬엄쉬엄 달리니 네 시간 조금 넘게 걸려 영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공사 중인 도로도 있고 내비게이션에는 서킷까지 가는 도로가 나와 있지 않았다. 갓 지은 서킷의 처녀 레이스. 게다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F1현장이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제대로 즐기느냐에 따라 오늘의 가슴 떨리는 경험을 손자에게 자랑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주차장은 진창길이었고 표지판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공사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것이다. 표지판 없는 거야 물어서 가면 되고, 차 더러워지는 거야 세차 맡길 때 만 원 더 주겠다고 하면 된다. 나는 화장실이 없어 기저귀를 차야 된다고 해도 F1이 열리는 것만으로 좋았다.
가슴 두근거리며 서킷 내부로 들어가자 날카로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20000rpm 가까이 돌아가는 엔진의 소리는 귀청을 찌르는 동시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피스톤 운동이 만들어 내는 교성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서둘러 차를 주차하고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
미친 듯 기뻐하는 페라리 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서울에서 나를 부러워하고 있던 친구의 문자가 날아왔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정규 방송을 위해 중계가 끊겼다고. F1의 샴페인 세러모니를 생략하다니. 대단한 대한민국 F1 주관 방송사다. F1에 관심이 없는 건 그들에게 방영권을 빼앗긴 게 억울해서 갖은 훼방을 놓고 트집을 잡던 경쟁 방송국의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
F1 팬이 다른 스포츠와 다른 점은 배가 아프다고 해서 옆쪽으로 샴페인 병을 던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응원하던 미하엘 슈마허도 얼마 전까지는 페라리 팀의 퍼스트 드라이버였으니까. 역시 F1은 어른들의 스포츠다.
가장 구석에 있는 패덕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오는데만 약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경험 중 하나를 마친 후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10월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득 이런 질문을 받았던 게 생각났다.
"F1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거죠?"
한참을 공들여 설명하긴 했는데, 아마도 그는 결국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들이 달리는데, 그게 왜 인기가 있냐고?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별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이유가 더 궁금하다. 벌써부터 다음해 10월이 더 기다려진다.
267-275p

경제적인 운전이란
'효율적인 운전'이라고 하면 뭔가 되게 재미없고 식상하게 느껴진다. 나도 그랬다. 빽빽하게 밀린 차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느니 차라리 기름 값을 좀 더 쓰더라도 팍팍 밟아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내에서도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 가속하곤 했다. 마치 모터사이클을 타듯 재빨리 가속해서 차량의 흐름을 앞서 가면, 차량의 대열 속에 끼어서 애꿎은 기름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더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BMW 드라이버 트레이닝 센터의 교관은 액셀러레이터를 얼마나 밟아서 속도를 얼마나 올리느냐는 일반 도로에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그다지 줄이지 못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속도를 내는 것보다 '줄이지 않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차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지 않다고 가정하고 운전하는 것이다.
285-286p

얼마 전에 100퍼센트 합성유로 갈아 줬으니 소모품 걱정은 없다고 자부하는 당신. 타이어는 언제 바꿔는가? 친구 녀석 하나가 "5년이나 탔는데도 아직 타이어 홈이 멀쩡해." 라고 하기에 뒤통수를 한 대 때려준 적이 있다. 녀석은 국내 최대의 자동차 회사 영업사원이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타이어에 무관심한지 알 수 있다. 자동차 타이어는 대개 4만 킬로미터 또는 4년을 수명으로 친다.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갈아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명이 지난 타이어는 내부의 고무성분이 모두 산화하여 제대로 된 그립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말랑말랑하던 타이어도 오래 되면 점점 딱딱해지기 때문에 수명이 지나면 더 이상 닳지도 않는다. 5년이나 탔는데 멀쩡한 타이어는 10년이 지나도 닳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금이 가 있고 표면이 거치거칠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순식간에 미끄러져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소모품은 무척 많다. 자동차의 엔진과 실내에 신성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에어 클리너 필터와 에어컨 필터, 엔진을 구동하는 각종 벨트류, 시야를 확보하고 다른 차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릴 헤드라이트와 방향 지시등, 브레이크등 전구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쩌면 에너백이나 ABS보다도 운전자의 생명을 더욱 확실하게 지켜 주는 것은 수많은 소모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거리에서 브레이크등이 고장 난 차와 연기를 뿜어내며 갓길에 서 있는 차를 얼마나 많이 만나는가. 제대로 된 워셔액 대신 주유소에서 공짜로 주는 정체불명의 파란색 '물'을 넣고 있는 사람은 과연 자신의 애마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302-303p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뭔가를 구입할 때 '꽃혀서' 산다. 파워레인저 로봇을 사는 사내아이들이 변형 메커니즘의 정교함이나 오래 갖고 놀 수 있는 견고함을 볼 리가 없는 것처럼, 카메라를 고르는 사내들도 렌즈의 초점 성능이나 보디의 조작 편의성보다는 "사나이는 니콘", "나는 캐논 슈터" 같은 감성적인 문구에 혹해서 지갑을 열곤 한다. 뭔가를 구입할 때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위이이이잉' 하는 컴퓨터 연산이 작동하는게 아니라 '아아아아아아앙' 하는 맹목적인 사랑의 화학 작용이 일어날 뿐이다.
반면 여자들은 대부분 꽂혀서 지르지 않는다. 남자들이 볼 떄는 전혀 비쌀 이유가 없어 보이는 천만 원짜리 에르메스 가방이나 자동차 탈 때는 거추장쓰럽고 대중교통에는 안 어울리는 모피조차도 뭔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지른다.
3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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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신동헌 저 | 세미콜론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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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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