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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이 책은 중고등학교 때 필독도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제목만은 나에게 매우 익숙한 책~ 서른이 넘어서야 이제 처음 읽어본다.
화가 고갱의 삶에 대해서 서머싯 몸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든 소설이다.
실제 고갱의 삶과는 약간 다르지만, 실화같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가 타히티로 가서 살아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특히, 찰스 스트릭랜드가 마지막 죽기 전에 집 벽 전체에 그렸다는 멋진 그림... 실제로 있다면 정말 볼 만할 것 같다.
중간에 친구의 아내를 데려가 사는 장면은 살짝 짜증이 났다.
그 여자를 그렇게 사랑한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그림은 멋질 지 몰라도
사람 사이의 배려라는 없는...인간으로 이 소설에서 그려진다.
그런데 읽으면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과 찰스 스트릭랜드가
계속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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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찰스 스트릭랜드의 평판은 이제 위레가 자리매김한 방향으로 확고히 자리잡혔다고 볼 수 있다. 무명 화가가 이처럼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일은 미술사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힐 것이다.
9p
더크 스트로브는, 말하자면 뚱뚱보 토비 벨치 경의 몸뚱이에 로미오의 열정을 지닌 격이었다. 착하고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지만 늘 실수투성이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진짜 훌륭했지만 평범한 그림밖엔 그려내지 못했다. 감성은 유별나게 섬세하면서도 행동은 투박했다. 남의 일에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면서도 정작 자기 일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처럼 허다한 모순을 안겨주고선 이 사내로 하여금 당혹스럽고 냉엄한 세상에 맞서게 한 걸 보면, 조물주의 장난도 잔인하기만 하다.
164p
당신은 자신의 확신에 용기가 없군. 목숨이란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블란치 스트로브는 나한테 버림을 받아서 자살한 게 아냐. 어리석고 균형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랬지. 자 이제 그만하면 그 여자 이야기는 충분하오. 전혀 중요할 것 없는 사람이니까. 갑시다. 내 그림을 보여줄 테니.
205p
정말 아브라함이 인새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따.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
259-260p
스트릭랜드요? 그럼요, 잘 알고 말고요. 그가 말했다. 내가 워낙 체스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도 체스라면 사양하는 법이 없더군요. 나는 사업상 일 년에 서너 번은 여기에 옵니다. 그 사람이 파페에데에 나와 있을 떄는 이 집에 와서 한 판씩 붙었죠. 그런데 장가를 들고나서부터는. 캡틴 부뤼노는 여기서 잠시 말을 끊고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니까 결국 티아레가 얻어준 그 아이와 같이 가서 살림을 차린 후부터는 나더러 놀라오라고 하더군요. 결혼 잔치를 벌였을 때 나도 손님으로 왔죠. 그는 티아레를 쳐다보았고, 두 사람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런 다음에는 그 사람이 파페에데에 나오는 일은 뜸했어요. 일 년쯤 뒤엔가, 무슨 일로인지는 생각이 안 나는데 하여간 볼 일이 있어 우연히 그 근방에 가게 됐어요. 일을 마치고 가만히 생각하니, 여기까지 와서 스트릭랜드를 안 보고 가면 서운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가이 들더군요. 토박이들 한두 사람에게 그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거기서 오 킬로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하더라궁. 그래 찾아갔죠. 그때 찾아가서 내가 받은 인상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환초인데 야트막한 섬입니다. 가운데 초호가 있고 그 초호를 땅이 띠처럼 둘러싸고 있지요. 이 섬이 아름답다면 그건 바다와 하늘, 초호이 오만가지 빛깔, 그리고 우아안 야자수가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이랄까, 그런 것인데 스트릭랜드가 살던 곳에는 뭐랄까요, 에덴 동산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아, 정말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선생계서도 거길 보실 수만 있다면 참 좋을 겁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외진 곳에, 머리 위로는 푸른 하늘, 사방에는 울울창창 나무만 우거진 곳이죠. 그야말로 색채의 향연 같았어요. 그뿐인가요, 향긋하고 서늘한 바람은 또 어떻구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낙원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그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세상이나 그 사람이나 다 서로를 잊고 말입니다.
269-270p
얼마 있으니 토박이들은 잔뜩 하품을 하면서 자러 들어가버리고 스트릭랜드와 나만 남았죠. 그때 그 밤의 죽은 듯한 적막을 나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포토무에 있는 내 섬에서는 밤이 되어도 그처럼 완벽하게 고요하지는 않아요. 바닷가에서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이 바스락거리고, 오만가지 조그만 조개들이 한없이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게는 더 소란스럽게 기어다니구요. 이따금 초호에서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때로 상어가 나타날 때면 물고기들이 죽어라 달아나느라고 요란하게 물 튀기는 소리를 내기도 ㅐ요. 그뿐인가요. 무엇보다 시간처럼 한없이 바위에 부딪치는 둔중한 파도 소리가 있지요. 그런데 스트릭랜드가 사는 그곳에는 소리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밤에 피는 하얀 꽃들로 사방은 향긋한 내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 밤이었는지 영혼이 육체에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영혼이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두둥실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죽음이 조금도 무섭지 않고 사랑스러운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272-273p
의사의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나는 최근에 스트릭랜드에 관해 들은 얘기들이 내 마음속에 떠오르게 한 하나의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곳 외딴섬에 와서 고향에서처럼 혐오의 시선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동정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의 기행도 여기에서는 너그럽게 허용되었다. 토박이든 유럽인이든 이곳 사람들은 그를 괴짜로 보긴 했지만, 워낙 괴짜들을 많이 보아온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세상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것,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둥근 구멍에 못이나 마찬가지였따. 하지만 이곳에서는 별의별 구멍이 다 있어, 제 구멍을 찾지 못하는 못은 없었다. 여기서라고 해서 그가 더 점잖아졌다거나, 이ㄱ적인 성격과 무지막지한 성질이 더 줄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환경이 그에게 유리해졌을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만 살았더라면 그도 다른 사람보다 더 고약한 사람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에 와서야 그는 고향 사람들에게서는 기대도 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았던 것, 곧 동정을 얻었다.
275p
섬 생활에 신나는 일은 없어요. 바깥 세상하고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생각해 보십시오. 타히티까지 오는데만도 나흘이 걸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린 섬 생활이 행복해요. 어떤 일을 시도해서 그걸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 생활은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야심에 붙들 일도 없고, 자부심을 가진다고 해봐야 그건 우리 손으로 해낸 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런 자부심뿐이고요. 악의를 가질 일도 없고, 부러움으로 속상해 할 일도 없어요. 아, 정말이지. 선생, 사람들이 신성한 노동이다 뭐다 하는데 그건 헛말이에요. 하지만 내게는 그게 아주 절실한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279p
그런 이야기 끝에 나는 타히티에서 찰스 스트릭랜드에 관해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타와 어린애 이야기는 굳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되도록 정확하게 옮겨주었다. 나는 그의 슬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말을 마쳤다. 우리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로버트 스트릭랜드가 성냥을 그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느님의 연자매는 느리게 돌지만 가루는 아주 곱지요.
그가 말했다. 자못 감동스러운 말이었다.
스트릭랜드 부인과 로날드슨 부인은 약간 경건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내리깔았는데, 그 말이 성경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실은 로버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때 왠지 모르게 불현듯 아타가 낳은 스트릭랜드의 아들 생각이 났다. 다들 그 아들이 명랑하고 쾌활한 청년이라고들 했다. 무명 바지 하나만 달랑 걸치고 스쿠너 배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밤이 되어 배가 미풍을 받아 상쾌하게 달리기 시작하면, 뱃사람들은 상갑판으로 모여들고, 선장과 화물 감독은 갑판 의자에 주저앉아 한가로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데, 그가 색색거리는 아코디언의 반주에 맞추어 또 다른 젊은이와 함께 격력하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머리 위엔 푸른 하늘과 총총한 별들, 사방에는 막막한 태평양뿐이다.
307-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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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038
서머싯 몸 저/송무 역 | 민음사 | 200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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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78/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