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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빨강머리 앤 책 출간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책이다.
빨강머리 앤이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태어나 생활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루시모드 몽고메리는 아니지만...마치 그 작가가 쓴 책인 것 처럼 느껴졌다.
빨강머리 앤 매니아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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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뜻밖의 이야기
"당신네 집에 몇 번 가보고 나서는 더 이상 거기 가는 걸 견딜 수가 없게 됐어요."
"왜요?"
"'왜' 라니요? 늘 끊이지 않는 그 애정 어린 행동들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신들이 껴안거나 만지는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차 젓는 일만 해도 셜리 씨의 눈은 당신이 가는 곳 구석구석 따라다녀요. 당신도 그래요. 그를 쳐다보고, 또 쳐다봐요. 그에게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그에게는 날개가 달렸어. 제시의 말이 틀림없어. 게다가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거야. 5학년까지 밖에 다니지 않았다지만, 제시는 시인이야.'
제시는 여전히 말하고 있었다.
"제럴드가 우리 결혼생활 12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나를 그렇게 봐 준적이 있었다면 아마 나도 그렇게까지 견디기 힘들지는 않았을 거에요."
18-19p
어쩔 수 없는 선택
"앤 말이다. 내가 그 애를 잘 지켜주마. 그 애한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 참으로 강한 영혼을 지닌 아이야. 난 그게 감탄스럽다. 내 자식들한테 화내는 것처럼 그 애한테 화내지는 않잖니. 겨우 다섯 살인데도 그 애가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것 같다고나 할까. 내가 얼마나 힘들게 싸우는지, 그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내 기분이 얼마나 고약한지 이해하는 것만 같아. 내가 고함을 지르는 것이나 가끔 네 엄마 때리는 걸 그 애가 싫어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 아이가 날 미워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구나. 일라이저."
"말씀하세요. 아빠."
"네가 간 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끔 헛간 문을 두드려도 된다고 그 애한테 말해줘라. 이런 허락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어. 그러니까 이건 너하고 나하고 앤만 아는 비밀이야."
108p
토머스 씨와 앤
"안녕, 앤."
토마스 씨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토머스 씨. 요즘 어떠세요?"
"글쎄다. 솔직히 말하면, 서로 두들겨 패는 아들놈들을 봐야 한다는 게 미칠 것 같아. 아마 전쟁터가 따로 없을 거다. 난 조용한게 좋거든. 그런데 넌 어째서 무덤덤하지?"
"아저씨가 술에 취해서 자주 화를 내고, 아줌마를 때렸을 떄보다 지금이 더 좋으니까요. 게다가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건 아주 평화로운 일이에요. 난 노아가 좋아요. 얘는 웃기게 생겼어요. 노아도 나를 잘 따라서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져요. 마음속으로는 어떤 척을 하면 엄청나게 나쁜 일들도 그렇게 지독한 것 같지 않거든요. 아저씨도 한번 해보세요."
그녀가 커다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초록색이었다. 토머스 씨는 앤을 바라보았따. 커다란 흔들의자에 너무나 차분하게 앉아서 그의 아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조그맣고 앙상한 주근깨투성이에 비쩍 마른, 이상하게 생긴 아이가 있었다. 이 모든 울음소리와 쿵쾅거림과 아우성 가운데서도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아이가. 그리고 일곱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철도회사의 일꾼인 덩치 크고 잘 생긴 남자는 이 아이와 좀 더 비슷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며 씩 웃었다. 이 아이는 얼마나 웃기는 꼬마인가.
"어떤 척을 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거냐?"
"음... 하고 있는 일을 멈추면 제일 쉬워요. 기저귀를 빨거나 부엌 마루를 청소하고 있을 때, 내가 고요하게 흐르는 강가의 커다란 성에서 아름다운 인형을 가지고 노는 공주라고 믿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5분 정도 일을 멈추고 정말 열심히 내가 그 공주인 척해요. 그러면 아주 금방 고요하게 흐르는 강이랑, 성의 창문이랑, 창에서 빛나는 촛불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요. 나는 어느새 그 성안의 방에서, 거대한 캐노피가 달린 침대에 앉아 인형들을 가지고 놀아요. 어린 여자애들은 아무리 공주라도 인형을 좋아하거든요. 내가 인형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그건 알아요. 캐노피 달린 침대에 대해서도 알아요. 일라이저 언니가 말해줬거든요. 침대 위쪽 주변에 멋진 브로케이드 커튼들이 묵직하게 달려 있는 거랬어요. 그래서 침대가 마치 자기만의 조그만 비밀의 집처럼 느껴지죠. 브로케이드라는 것도 일라이저 언니가 말해줘써요."
토머스 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는 건지 난 잘 모르겠구나."
"어렵지 않아요. 우선은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행동이나 갖고 싶은 거. 아니면 정말로 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요. 난 일라이저 언니랑 숲을 산책하는 게 좋았어요. 그걸 하고 있는 척하면, 갑자기 내 머릿속에 숲 속의 나무들과 들꽃, 조그만 점박이 무당벌레와 사랑스런 작은 두꺼비들이 보여요.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도 보이고, 내가 열심히 생각하면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아저씨는 아마 연습이 필요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나이가 많아서 안 될지도 모르겠어요."
128-130p
달걀 사러 가는 길
또 어떤 것들이 숨어 있을까? 발길을 옮기며 앤은 눈을 퍼서 들어올렸다. 더 이상은 지친 다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흰 눈이 실려 있는 가문비나무와 거대한 소나무 가지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녀의 머리 위로 다른 나무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아치 모양을 만들어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햇살은 밝게 빛나서 하얀 눈이 반짝거렸다.
앤은 나뭇가지에 앉은 진홍색 콩새를 보았고, 다른 나뭇가지에 앉은 파란색의 커다란 어치를 보았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 앤은 조그만 공터에서 단풍나무 껍질을 찾아 눈 속에 코를 디밀거나 자작나무 싹을 찾아 고개를 들어올리는 사슴을 살펴보았따. 앤은 걸음을 멈추고 아주 오랫동안 사슴을 바라보았다. 피곤한 것도 잊었다.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사슴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따. 학교나 존슨씨의 가게로 지나는 길에 더 많은 사슴을 보게 되리라. 하지만 이 녀석은 그녀가 본 '최초의 사슴' 이었고, 그래서 더 특별하게 각인될 것이다. 호리호리한 목과 주위를 살피는 커다랗고 부드러운 눈동자, 털가죽 위의 둥근 무늬들, 병풍처러 둘러싼 나무들을 바라면서 느낀 기끔의 깊이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173p
존슨 씨의 비밀
"그 다음에는 뭘 했니?"
"그 다음이라뇨?"
"토머스 부인이 네 생일이라고 말한 다음에 말이야."
"모르겠어요. 거의 일주일이나 지난 일인걸요. 아마 기저귀를 빨았을 거예요. 햇빛이 좋았던 날로 기억되니까요. 그러니까 빨래 말리기 좋은 날이었어요. 난 밖에다 내다 너는 게 좋아요. 바람 따라 빨랫줄이 춤추는 걸 보는게 좋거든요. 그건 사랑스러운 풍경이에요. 그 기저귀들이 댄서들이고, 나는 그들이 어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나 들어보려고 하는 척할 수 있어요. 내손이 빨랫줄에 더 쉽게 닿을 수 있게 해주려고 토머스 씨가 작은 선반을 만들어줬어요. 난 빨래를 내다 거는 게 참 좋아요. 하지만 그것들이 판자처럼 얼어붙어서 깔깔한 밧줄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을 때는 빨래 걷는 게 싫어요. 손가락이 시려서 당장에라도 떨어져버릴 것 같거든요."
"생일날 그런 일을 했단 말이니?"
"아마 그럴 걸요. 확실하게 기억은 안 나요. 때때로 어떤 사람들의 생일에는 멋진 일들이 일어난다는 건 알아요.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선물도 하나 있고... 어쩌면 두 개 있을지도 모르죠. 인형이나, 아니면 나의 이 끔찍한 머리를 거의 예뻐 보이게 만들어줄 아름다운 파란색 리본 같은 거면 좋을 거예요. 하지만 남이 몇 년 간 맡아 키워준 고아들은 특별한 대접을 기대할 순 없겠죠. 특히 '손수' 길러주었을 때는요. 이건 토머스 부인이 한 말인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어요. 우리 집에는 먹여 살릴 식구가 일곱 명이나 되고, 나는 가족이 아니니까요."
183-184p
새로운 목표
드디어 앤이 학교에 가는 첫날 아침이 밝았다. 공기 중에 봄을 약속하는 기운이 강하게 퍼져 있는 3월의 맑은 날이었다. 노바스코샤에는 봄이 늦게 오기 때문에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2월에도 햇살이 밝게 빛나고, 깜박 속을 정도로 따스하며, 금방이라도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아서 그곳 사정을 더 잘 아는 노바스코샤 토박이들조차 봄이 코앞에 와 있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
앤은 기쁨으로 빛나는 커다란 눈으로 토머스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너무 행복해서 당장 이 의자에서 떨어져 죽을 것 같은 기분이예요!"
순간, 토머스 부인은 그 빛나는 얼굴에서 사랑스러운 버사 셜리를 보았다. 동쪽의 태양이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비췄을 때, 그녀가 어떻게 보였는지를 기억한다. 토머스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놀랍게도 앤을 두 팔을 감고 힘껏 껴안았다. 그러고는 아침을 먹지 않은 것에 대해 호통 치는 대신, 잼 바른 커다란 빵을 샌드위치처럼 접어서 작은 종이봉지에 담아주었다.
...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동안 더 놀라운 것들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레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얼음이 깨지고, 조그만 시냇물이 바위들 위로 킬킬거리며 흘러갔다. 길가에는 헛간이 있는 작은 들판 한가운데에 밤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었다. 넓은 울타리 말뚝 위로 커다란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207-209p
쉬는 시간
"우리는 부츠랑 코트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어. 새이디가 내 손을 잡았어. 처음에는 그게 좋은지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그 애는 나한테 그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223p
탐험 여행
토머스 씨는 2주하고도 사흘이 지나도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토머스네 집의 모든 것이 평온하고 행복했다. 때때로 그는 뒷마당으로 공을 가지고 나와 아들들과 공 잡기 놀이를 했다. 한번은 식탁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아주 맛있었어. 조애너."
토머스 부인은 더 자주 웃었고, 머리도 예쁘게 묶기 시작했다. 수시로 동생들을 때리던 호러스의 습관도 잠잠해졌다. 어차피 그의 아버지도 거의 3주일 동안 누구에게 주먹질을 하지 않았다. 토머스 씨는 가끔 질달래 덤불 뒤로 내려와 앤과 함꼐 앉아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었다.
...
"케이티 모리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말이야. 눈이 세 개 달린 느낌이었어. 노아를 지켜보는 눈 하나, 수레 양옆으로 보이는 그 멋진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씩, 그러고 보니 눈이 거의 다섯 개는 필요했어. 앞쪽하고 위쪽도 봐야했거든. 두 마리 말을 지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 길을 따라 달리면서 이쪽저쪽으로 꼬리를 흔드려, 목 안에서 나오는 깊은 소리를 내면서. 평생 본 적이 없는 장소로 우리를 데려가고 있었으니까. 너무 행복해서 죽을 수도 있겠ㄷ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게다가 오른쪽, 왼쪽으로 볼만한 게 100가지는 됐어. 밑으로 휘익 날아 내려와 나무 맨 꼭대기에 올라앉는 거대한 새를 봤어. 토머스 씨가 뒤에 있는 우리한테 그게 '독수리' 라고 소리쳤어. 나도 <로열 리더> 어딘가에서 그런 새 그림을 본 것 같아. 자기가 새들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크고 당당해 보였어. 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어. 온통 하얗고 털이 북슬북슬한 양떼도 봤고, 수레가 덜그럭거리는데도 그 양들이 커다랗고 거칠게 울어대는 '메에에에'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딱 껴안고 싶어질 정도로 아주 온화해 보이는 동물이니까 목소리도 더 부드러울 것 같지 않니? 네가 그 애들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54p, 256p
발견의 기쁨
해먼드 부부의 집에서 보낸 처음 몇 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따. 하루하루가 피곤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 시간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날아가는 듯했다. 앤은 하루 중 학교로 가는 두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라서 활기차고 힘이 남아도는 느낌이었고, 혼자만의 생각과 꿈만을 좇을 수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몇몇 작은 들판들이 열어준 하늘을 하나하나 담아두었다. 들판의 모양새들, 가장자리에 늘어선 비쩍 마르고 작은 나무들,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 꼭대기에 자주 앉아 있는 독수리, 밭을 갈아엎은 어느 들판에 뻣뻣하게 엉켜 있는 옥수수 대들, 눈이 녹자마자 길옆으로 서둘러 흘러가는 조그만 개울.
그녀는 그것을 '낄낄대는 개울' 이라고 불렀다. 개울이 하고 있는 일이 낄낄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작은 막대기들을 던져서 그것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이파리 하나 없는 활엽수 가지에 작은 연녹색 잎들이 돋아나고, 목초지의 마른 풀 사이로 더 진한 초록빛들이 나타나는 날이 오기를 갈망했다.
402-403p
희망을 찾다
그녀는 침묵을 깨고 스펜서 부인을 돌아보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과거의 삶에서 꺼내 새로운 삶으로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릴리, 너도 나만큼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어. 행복해야 돼."
그런 다음 앤은 기차가 다음 역을 향해 달리는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있었따. 머릿속으로,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을 상상해보려고 노력했다. 초조하고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제까지의 힘들고 불확실했던 긴 여정이 끝나고, 앞으로는 그야말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조용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차가 느려지고 차장이 '브라이트 강입니다!' 라고 소리쳤을 때, 앤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일어났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쥐고 통로를 지나 기차 계단을 내려갔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서!
5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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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 100 YEARS OF ANNE
버지 윌슨 저/나선숙 역 | 세종서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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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87/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