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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인문학 - 정혜경
≫ 글쓴이 : 앤셜리 ≪

계속 읽어도 질리지 않는 주제, 우리 먹거리 인문학.
우리 그림이나 문학 등을 통해 우리 채소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풀어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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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율곡이이의 음식관
그가 예법에 따르는 것보다 더 중시한 것은 '탐식에 대한 경계'였다. 그는 <격몽요결>에서 "한가한 살마들을 모아놓고 바둑이나 장기 두기를 즐기며 종일토록 배불리 먹을 것을 다투는 데만 쓰는 것과 부귀를 부러워하고 빈천을 싫어하여 나쁜 옷 입고 거친 음식 먹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
율곡은 제자들에게 세상에 나가면 생강처럼 매서운 개성을 지니고 생강처럼 간을 맞추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실제로 나물을 캐러 산으로 들로 다니기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64~65p

전원사시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율곡 이이 선생의 작품으로 알려진 <전원사시가> 중에서 '봄편'의 일부분이다. 도라지, 고사리, 고비, 마름, 취 같은 채소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열된다. 나물을, 그리고 자연을 사랑한 시라고 생각된다.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졌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 좋은 고비나물 맛 좋은 머아리라
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 순 연한 것을
낱낱이 캐어 국 끓여 나물 무쳐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 번 마시나니
입 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
65-67p

한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추사의 명작 중 하나인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을 보자(그림 5). 소박하고, 욕심없고, 꾸밈없는 순수함으로 가득한 이 글(과 직접 쓴 글씨)에서 추사는 "최고로 좋은 반찬이란 두부, 오이, 생강과 나물이고, 최고로 훌륭한 모임이란 부부와 아들 딸과 손자"라고 했다. 최고로 까다로운 미식가였던 추사가 가장 좋아한 음식은 가장 소박한 채소인 것이다. 최고 미식의 끝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81p

우리 그림은 화실에서 바구니나 그릇에 담긴 과일이나 채소의 정물화와는 다르다. 서양의 정물화에서 과일이나 채소는 자연의 일부라기보다는 이미 인간의 먹을거리라는 인식으로 정지된 모습을 그렸다. 반면, 우리 그림은 생명을 가진 자연의 일부로 채소와 과일을 묘사했다. 같은 과일이나 채소를 소재로 그려도 이렇게 다른 마음과 시각이 담겨 있다.
82-83p

서설홍청
우리 옛 그림에는 종종 무가 등장한다. 현재 우리만큼 조상들도 무를 즐겨 먹었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도 붉은 빛이 아름다운 홍무(순무)를 그린 '서설홍청'이라는 그림이 유명하다. 서설홍청, 쥐가 홍무를 파먹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다.
조선 후기의 유명한 화가 심사정(171~1769)이 그린 '서설홍청'이 그중 유명한데, 거기에는 홍무뿐 아니라 그 시대에 주로 재배하여 먹었던 배추(지금의 결구배추와는 다른)도 등장한다. 배추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살아 있는 듯이 느껴진다. 그 옆에서 들쥐가 홍무를 파먹고 있다. 사실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는 이 또한 자연의 현상으로 받아들여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서양의 정물화가 정지된 모습의 그림이라면 우리의 정물화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87p

해남에는 윤선도의 고택이자 해남윤씨 종가인 녹우당이 있다. 초록색 비라는 뜻의 '녹우'는 바로 집 뒤 비자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들리는 '쏴~아' 하는 소리가 비 내리는 소리처럼 들려 지은 이름이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이 녹우당의 아름다움에 반해 여러 번 찾아가곤 했다.
89p

그림 13. 소치 허련의 채과도첩
94p

화전놀이
지금도 여수의 섬인 손죽도에서는 '화전' 행사가 이어진다고 들었다. 화전놀이가 유명했던 손죽도에서는, 참꽃(진달래)이 만개한 삼월 삼짇날 즈음이면 산등성이 꽃밭에서 꽃전을 부쳐 먹으며 춤과 노래를 불며 축제를 벌였다. 화전놀이를 경험한 노인들은 산등성이 화전에서 일주일 이상 밤낮을 쉬지 않고 화전놀이를 했다고 자랑할 정도이니 그 규모와 열정이 짐작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런 화전놀이터가 있던 지역 이름이 '지지미'다. 여수 지역에서는 화전을 부쳐서 먹는다고 '부쳐리'라고 하고 지져 먹는다는 뜻으로 '지지미'라고도 하는데, 꽃전의 다른 이름인 지지미가 가명이 된 것이다.
...
식탁이나 음식에 주로 장식용으로 꽃을 사용해왔지만, 꽃잎이 아름다운 음식으로 변화되는 이 화전이야말로 참으로 한국의 음식미학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들과 산에 아름답게 핀 꽃을 식탁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멋스러움과 여유에서 오는너그러운 생활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
101p, 105p

만화 식객 속 남새와 푸새
<식객> 7권의 '남새와 푸새' 편은 주인공 성찬이 직접 강원도 인제군 진동리 설피밭마을로 산채를 구하러 간 것으로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는 영어 발음을 위해 혀 수술을 시키려는 부모로부터 가출한 여덟 살짜리 꼬마를 등장시켜 우리 산나물을 소개한다. 가출한 꼬마는 성찬의 트럭을 타고 산나물을 구하러 간 집에서 또래 여자 아이를 만난다.
<식객>은 우선, 남새와 푸새의 차이부터 설명한다. 심어서 가꾼 채소가 남새, 산에서 저절로 나는 풀이 푸새다. 푸새는 봄 산의 정기를 받고 자라서 향기가 좋고 영양도 좋다. 남새 같은 도회지 꼬마와 푸새 같은 산골 아이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약초꾼ㄷㄹ이 지내는동굴에서 하루를 머문다. 캐온 산나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며 무서움을 달래는 두 아이. 아이러니하게도, 아토피로 고새하던 도시 아이에게 산 속의 하룻밤은 괴로움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최초의 밤이 된다. ...푸새는 남새보다 향도 좋고 강하다. 육식에 길들여진 도시 아이가 자연에서 하루를 지내고 푸새를 먹자 아토피 증세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도시 아이의 엄마는 선물로 받은 산나물이 귀찮기만 하다. "이런 걸 누가 먹어, 버려!" 하지만 결국 채소가 가진 힘을 인정하게 된다.
135-136p

장수인의 채소밥상
장수인의 밥상은 밥과 국, 나물, 김치를 기본으로 하는 소박한 밥상이었다. 계절에 따라 비교적 다양한 식푸을 섭취하고, 된장을 거의 매끼 섭취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겨울철에는 두부를 넣은 청국장을 자주 섭취했다. 계절채소는 주로 나물의 형태로, 시래기, 토란대, 말린 호박 등을 자주 섭취했다. 들깻가루를 많이 사용한 것도 특이했는데, 나물을 무칠 때 거의 들깻가루를 넣었다. 이는 채소 위주의 식사에 부족하기 쉬운 지방상 섭취를 도와주며 채소 음식의 영양가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장수마을 장수인의 거의 모든 집 마당이나 뒤뜰에는 텃밭이 있었다. 텃밭에는 싱싱해 보이는 상추, 깻잎, 아욱, 고추, 가지, 열무 등이 골고루 심어져 있었다.
357-3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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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인문학 : 나물민족이 이어온 삶 속의 채소, 역사 속의 채소
정혜경 저 | 따비 | 2017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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