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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이 책도 제목이 참 맘에 든다.
음식소설로 유명한 일본작가라고 한다.
음식과 추억에 대한 7가지 단편소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고픈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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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상어 지느러미 수프는 마치 초원에 내린 눈처럼 부드럽게 내 위를 채워갔다. 땅 위에 내린 순간 사르륵 모습을 감춰버리는 눈처럼 위에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갔다. 허무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기분 나쁜 일도 괴로운 일도 그때만큼은 전부 잊을 수 있다.
"어째서 이렇게 맛있는 걸까?"
숟가락 속의 수프를 천천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맛이 연한 게 절대 아니다. 진한 육수가 들어 있다. 그렇다. 담백했다.
"감기 걸리면 꼭 이 집에서 수프를 사줘서 기분 좋았어."
"럭셔리하네. 그렇지만 확실히 감기 걸렸을 때 다른 건 안 넘어가도 이 수프라면 잘 넘어갈 것 같아."
"맞아. 정말 부드럽지."
"평온한 맛이야."
수프를 먹으면 먹을수록 뜨거운 물주머니를 대고 있는 것처럼 따뜻해졌다. 손끝, 발끝까지 따뜻해져서 슬며시 잠들고 싶어졌다.
"아케미는 맛있는 걸 먹으면 정말 아이 같은 얼굴이 되네."
37-38p
안녕, 송이버섯
야마시타는 10년 이상 함께해 거의 공기 같은 존재다. 연애 감정이란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연하고 달콤한 설탕물 같은 것. 그걸 내 속에서 완전히 떨쳐내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
"따뜻할 때 드세요."
갑자기 눈앞에 등장한 것은 송이버섯 튀김이었다. 입에 넣으니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송이버섯 특유의 향이 가득 퍼졌다. 이별을 눈앞에 두고 송이버섯 따위 먹어봐야 맛도 향도 모르지 않을까 불안했다. 그러나 제대로 송이버섯 맛이 났다.
"역시 오길 잘했어."
너무 타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야마시타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들었지만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송이버섯 튀김 먹는 데 집중했다. 이 사람은 절대로 입에 음식물을 문 채 말을 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지만 내가 야마시타를 좋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다. 함께 나온, 살이 통통하고 굵은 은행은 절묘하게 볶아졌다.
시간 그 자체를 맛보라는 듯이 한 가지, 한가지 칠기에 담아서 천천히 나왔따. 흰 살 회는 산비둘기의 고부지메(생선살을 떠서 다시마로 말아두었다가 사용하는 생선회:주)라고 한다. 깊이 있는 맛이 났다. 나도 야마시타도 술이 술술 들어갔다. 살짝 구운 크기가 작은 송이버섯은 무를 갈아 넣은 간장에 찍어서 먹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우아한 맛이 입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물결쳤다.
내일이면 눈앞에 있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 것 같았다. 56-57p
코짱의 된장국
엄마는 된장국에 몹시 연연했다. 다른 건 몰라도 된장국만은 매일 아침 꼭 끓여드려야 한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한 뒤에도 몇 번이나 다짐을 했다.
"아마 그것 때문일거야."
아빠는 부드러우면서도 달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에 대한 추억을 얘기할 때, 아빠는 곧잘 그런 표정을 짓는다.
"아빠가 매일 된장국을 끓여달라고 엄마한테 프러포즈를 해서가 아닐까?"
아빠는 얼굴을 붉혔다. 엄마에 대한 얘기는 뭐든 해주던 아빠지만, 그 얘기만큼은 처음 듣는 내용이었따.
"그래서 엄마는 뭐라고 대답했어?"
아빠를 심문하듯이 물었다.
"그야 '예' 그랬지. '매일 된장국을 끓여줄 테니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해주세요' 하고."
"와우, 엄마가 정말 그런 말을 했어?"
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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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할머니의 빙수
02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03 안녕, 송이버섯
04 코짱의 된장국
05 그리운 하트콜로릿
06 폴크의 만찬
07 때아닌 계절에 기린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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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저/권남희 역 | 북폴리오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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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49/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