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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함께 동거하였던 인도 남자친구에게 황당하게 차인 요리사가
고향으로 돌아와 달팽이 식당을 차려 다른 사람을 치유한다는
일본의 전형적인 레스토랑 힐링 소설.
마지막에 구마 아저씨와 썸씽이라도 있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ㅎㅎ 그런 건 없었다.
조용한 시골동네와 조용한 식당. 그리고 조용히 옆에서 도와주는 구마 아저씨.
시골 풍경 안에서, 힐링 음식이 느릿느릿 나오는 달팽이 식당.
실제 이런 곳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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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나는 일이서서 무화과나무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강가로 이동했다. 아까 거울도 보지 않고 머리를 잘랐으므로, 어떻게 됐는지 일단 확인하고 싶었다. 잡초가 난 흙 위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수면을 들여다보자, 머리카락이 짧아진 내 모습이 보였다.
인상은 제법 바뀌었지만 분명히 내 얼굴이다.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전에는 찰랑찰랑 긴 머리카락이 엉켰는데, 지금은 그냥 허공을 맴돈다.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계란 흰자를 머랭(달걀흰자에 설탕과 약간의 향료를 넣어 거품을 낸 뒤 오븐에서 구운 것: 주)으로 만든 것처럼 뭔가 기분이 상큼하다.
강물을 양손으로 떠서 마시니, 부드럽고 맑은 맛이 났다. 나는 젖은 손으로 한 번 더 머리카락을 다듬고 나서 일어섰다. 무화과 잎 사이로 내리쬐는 빛이 강바닥에 흩어졌다.
42p
나는 얼른 돌멩이를 사용하여 지면에 커다랗게 <달팽이 식당> 이라고 썼다. 그리고 '어때요?' 라고 투명한 매직으로 얼굴에 쓴 듯한 표정을 짓고 구마 씨를 바라보았다. 최근에는 일일이 필담 노트에 쓰지 않아도 구마 씨와는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
"나이스다."
구마 씨가 말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터키블루색 페인트로 칠해 준 어른용 전동 세발자전거 뒤의 바구니에 달려 있던 이름표에, 이번엔 하양 페인트로 '달팽이 식당' 이라고 써 주었다. 당당하고 힘 있는 글씨로.
나는 구마 씨가 쓴 무뚝뚝하지만 애정이 담긴 글씨를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그 어른용 전동 세발자전거를 이 순간부터 '달팽이호' 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는 얼른 시운전을 겸해 달팽이호를 타고서, 산골 조용한 마을을 한 바퀴 일주하는 여행을 떠났다.
63-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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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저/권남희 역 | 북폴리오 |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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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57/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