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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예전에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을 읽고 재미었던 기억이 있어서,
저자의 다른 책을 뒤져보다가 나온 책.
에세이 글내용도 좋지만, 저자의 멋진 그림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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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산그늘에서 만난 음지식물의 자화상 - 박남준
산으로 떠난 시인은 혼자서 달을 보고 혼자서 별을 헤며 혼자서 글을 쓰고... 그렇게 작은 황톳집에서 재가승 같은 십년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모악산방의 삶을 시와 산문으로 펴냈습니다. 내가 읽어본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 라는 책에 그려진 그의 삶은 더 작고 더 가벼울 수도 없으리 만큼 단촐했습니다. 그의 글에서는 모악산의 풀 냄새가 났습니다. 언어 세공의 노력 같은 것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인공조미료 안 넣은 산나물 무침 같은 맛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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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가을 아침의 모악산방> : 푸르스름한 아침 안개 속에 새빨간 홍시들이 달린 시인의 산가. 시인은 십여 그루의 산감나무가 있는 그곳에서 풀 냄새 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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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에서 쉼 없이 흘러나오는 모악산 산음의 깊고 어두운 향기를 맡았습니다. 비로소 김용택 시인이 "남준이를 한 번씩 만나고 와야 영혼의 때가 씻겨나간다."고 했던 말을 알 것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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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도시를 떠나는 예술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산이나 바람이나 달빛을 노래하는 목가적 예술가들이 간단 없이 쫓겨나거나 내몰리는 시대에 이른 듯 합니다. 시와 같이 읽고 음미하는, 기다려야 하는 문학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그러한 시대를 만났습니다.
92-95p
권오철, <어린 왕자를 잊은 이를 위한 시>,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105p
생을 구원하는 이 고운 묵선 - 노은님
114p
운하의 푸른 물길 : 시내를 통과하는 물길 덕분에 '동양의 나폴리' 통영의 아름다움이 한층 깊어진다.
139p
백색에 빠진 도공의 혼 - 권대섭
바야흐로 색채의 시대입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온갖 자극적인 색채들이 눈을 찌르며 달려듭니다. 이 색채의 강렬함과 자극 속에서 바라보는 침묵의 조선 백자는 새삼 완상의 의미를 넘어 삶의 지혜마저 일깨워줍니다.
"저 신비한 백의 세계를 보십시오. 이것이 유백이고 저것이 설백입니다. 그리고 저것은... 청백입니다."
사옹원(왕실용 식기를 만든 곳) 분원이 있던 경기도 광주 일대, '도마리'와 '금사리'의 청화백자 항아리와 백자 접시 몇 개를 앞에 두고 분원 지킴이인 도예가 권대섭이 백색의 여러 경계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172p
세중옛돌박물관 -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
186p
문학의 숲에서 온 편지 - 이어령, 강인숙
레테의 강처럼 문학의 강을 건너오던 그 시절, 내 앞에 화사한 한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색채가 빈곤하더 ㄴ그 시절에 유난히 화사하던 장정의 책이어서 나는 화집처럼 그 책을 아꼈습니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라는 명상적인 에세이집이었습니다. 표지의 화사한 색채보다도 언어의 화사함이 더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을 햇볕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던 언어들은 가히 '마술적' 이었다고 기억됩니다.
190p
곽재구 <사평역에서>
213p
진해에서 피고 진 남도의 화인 - 유택렬
진해에는 벚꽃 말고도 설화처럼 숨겨진 이름이 있습니다.
흑백다방. 벚꽃놀이 인파에 섞여 둥둥 떠나니다가 그 흑백다방에 들러 커피향 속으로 녹아드는 모차르트의 <라크리모사> 한 곡 듣지 않고 휑하니 올라와버린다면, 당신은 진해를 제대로 만나고 온 것이 아닙니다.
흑백다방. 화가 유택렬과 피아니스트 유경아 부녀의 집. 생전에 이중섭과 윤이상과 청마와 미당과 김춘수 같은 예술가들이 드나들던 사랑방 같은 곳. 음악 감상실이자 연주회장이었고 화랑이자 소극장이 되어왔던 곳. 50년이 다 되도록 물처럼 고요하게 그 거리 그곳에 그 모습 그대로 있는 진해 문화의 등대.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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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모노레터 : 화첩기행 네 번째
김병종 저 | 효형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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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53/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