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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여행과 관련된 소설 어디 없나 뒤져보다가 발결한 책이다.
그런데, 형식은 소설 같은데... 책분류를 보면 에세이이다.
모두 다 사실인걸까?
행아라는 주인공이 여행을 가게 된 사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끝부분에 아일랜드 여행하는 장면도 살짝 나온다.
어쨌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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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여행담을 늘어놓을 때는 너무 오랫동안 나 혼자 떠들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체크를 해 봐야 한다. 내 것은 오직 나만이 그토론 좋아할 수 있는 거니까, 나는 끊임없이 계속 이야기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 세 가지, 사랑하는 조카, 헤어졌지만 잊지 못한 그 사람, 그리고 여행의 추억.
58p
여행지에서는 반드시 몇 번쯤 그런 행운들을 만난다.
아무 이유도 조건도 없는 친절들, 그래서 여행이 끝나면 늘 나는
조금 더 친절해지고, 지하철에서 영어만 들려와도
길이라도 가르쳐 주고 싶어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쁘지만,
막상 찾아가 만난 세상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사람들도 생각보다 다정하다.
66p
태호, 몽생미셀에서 보내는 편지
여기는 몽생미셀이야. 이미 말했지만, 아무튼 지금은 밤이야.
너는 여기를 한나절만 둘러보고 돌아갔다고 했지.
언젠가 너도 이곳의 밤을 볼 수 있기를 바랄게. 왜냐하면 여기는 밤이 제일 멋있거든. 처음 버스가 이곳으로 들어올 때 혼자서 속으로 우와 했었어.
정말 세상과 뚝 떨어져서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러다 노을이 지니까 더 멋있더니 밤이 되니까 또 완전히 달라졌어. 그 많던 관광객은 다들 물러갔어. 몽생미셀 앞바다의 썰물처럼. 상점들도 다 문을 닫았고 이곳은 지금 바다 속에 빠진 것처럼 조용해. 큰 도시의 호스텔처럼 새벽 내내 누군가가 들락거리는 번잡스러운 소리는 전혀 없어. 어디선가 덜 잠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아무 먼 곳에서 두 사람이 걸어가며 속삭이는 목소리와 그 발자국의 울림까지도 베개를 통해 내 귓속으로 전해 올 정도로, 그리고 아주 깜깜해. 어느 순간 수도원의 모든 조명이 꺼졌어. 아마도 누군가가 늘 같은 시간이 되면 종을 치고 또 조명을 끄고 하는 거겠지. 어쩐 일인지 이곳은 깜깜해질수록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어제 새벽에, 그러니까 너는 점심시간에 내가 전화했을 때 나는 그 깜깜함 속에서 일찍 잠이 들었다 깨어난 참이었어. 별 생각 없이 창문을 열고 하늘을 봤는데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어. 하늘에 별이 너무 많았어. 숨을 깊게 들이쉬면 그 숨 속에 별이 하나쯤은 딸려 들어올 것 같을 정도로. 설명을 잘 못하겠네. 네가 예전에 머리에 꽂고 다녔던 큐빅 머리핀 기억나? 통통한 하트 모양. 어울리지도 않는데 꿋꿋이 귀여운 척 꽂고 다니던 거. 아직도 있나 모르겠다만 그 머리핀 같았다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촘촘하고 총총하고, 순간 꿈을 꾸고 있나 싶기도.
88-89p
여행이 주는 것들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순간이 늘어난다는 것. 자식 생각을 하면 힘이 나는 부모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이 내내 히죽거리는 것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은 순간 여행으로 인해 힘이 나고 즐거워진다. 여행은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도, 여행이 끝난 후에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행복한 순간들을 선물해 준다.
127p
그 충격은 로마를 돌아다니는 내내 행아를 따라다녔다. 택시를 탈 때는 물론이고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바보처럼 당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됐다. 그러다 로말ㄹ 떠날 때가 돼서야 알았다. 의심하고 경계하느라 여행 자체를 몽땅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평범한 일상과 달리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은 대부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보낸 시간은 신기하리만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214-215p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채널 하나쯤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접해 본 미국 드라마를 만날 수가 있다. 예전엔 '프렌즈'가 그랬다면 요즘은 'CSI'가 대세인 듯. 워낙 편수가 많다 보니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일 테고 또 그만큼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이렇게 처음 간 나라에서도 너무나 쉽게 낯익은 미국 드라마를 만나게 되면 순간 와락 반갑다가 곧 조금 씁쓸해진다. 어쩜 전 세계가 다 미국 이야기만 듣고 보는 것 같아서, 어린 시절엔 참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야기들을 읽고 들었는데 말이다. 벨기에의 스머프, 스웨덴의 삐삐, 스위스의 하디디, 핀란드의 무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행아는 새라가 용의자로 몰린 어떤 남자의 입속에 면봉을 휘저어 DNA를 얻어내는 장면을 지켜본다.
254-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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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이미나 저 | 걷는나무 |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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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50/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