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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한국 전통 음식 김치. 이 김치만을 주제로 한 독특한 에세이집.
뒷부분 반절은 김치 만드는 법이지만,
나머지 앞부분, 동사로 보는 우리전통 김치문화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재밌었다.
가꾼다...다듬는다...씻는다...썬다...간다...절인다...담근다...삭힌다...갊는다...묻는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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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1. 가꾼다
개화기 한국에서 전도 활동을 했떤 기독교 선교사 게일이 한국 사람들 밭농사 짓는 것을 보고 '농사가 아니라 원예' 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유럽에서 밭농사는 밭 갈아서 씨앗 뿌리고, 다 자라면 거둬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부지런한 사람이 응어리진 흙덩이만 깨주면 그만인 것이다. 삼포식 농사라서 거름 줄 필요가 없고, 또 건조하고 추워서 병충해도 없다. 씨앗만 뿌리고 방치해두면 손 한번 쓴느 법 없이 절로 자라고, 다 자라면 거둬들이기만 하면 되는 그런 농사다. 곧 유럽의 농사에는 가꾼다는 개념이 없다. 있다 해도 미미하다. 이에 비해 우리 밭농사는 마치 아이 안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긁어주고 어르듯이 손을 많이 써야 한다. (61p)
작물을 재배한다는 동사로서 '가꾼다' 는 말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가꾼다는 말은 본래 몸을 매만지고 꾸미고 바르게 해, 단정하고 곱게 보이게 한다는 인간 동사다. 이 인간 동사를 채소에까지 연장해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며, 이에서 인간의 아류인 동물을 뛰어넘어 식물에까지 휴머니즘을 투영시키는 한국의 인간철학의 구현을 보는 것이다. (63p)
전가십조 (田家十條, 풋성귀 가꾸는 텃밭일) (63p)
2. 다듬는다
재료를 다듬는 순간부터 음식에 손맛이 들기 시작한다.
독일계 미국인 아내와 사는 친구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이 부인이 콩나물 다듬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콩나물 한 주먹을 가지런히 쥐더니 세게 튼 수돗물에 들이대 대가리에 씌워진 껍데기를 벗겼다. 그리고 콩나물을 도마에 얹어 뿌리를 일정하게 잘라내버리는 것이다. 곧 한 주먹의 콩나물이 1분 안에 다듬어졌다. 합리주의 지향의 서양 사람들은 작업 효율로 보더라도 노력이 적게 ㄷ는 이 방법을 능률적이라고 할 것이다. (67p)
4. 썬다
써는 것을 거부하는 우리 풍습은 동서 문화를 비교해보는 좋은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곧 서양 문화는 인공적일수록 가치를 발휘하고, 한국 문화는 자연적일수록 가치를 발휘한다는 차이가 썰기 문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는 LA갈비는 소 늑골의 형태를 파괴해서 가로로 자르는데, 우리 갈비는 갈비의 형태를 자연 그대로 보존해 세로로 자른다. 갈비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물의 가로 절단은 원형 파괴율이 높고, 세로 절단은 원형 보존율이 높다. 채소, 과일, 육류 등 모든 식품 재료의 결이 대체로 종적이기 때문이다. 오렌지나 네이블 오렌지 같은 귤류도 서양의 식탁에는 가로로 썰어 내는데 한국에서는 생긴 결대로인 세로로 낱낱이 떼어 먹는다. 우리 조상들이 무나 오이 김치는 세로로 자르고 배추김치는 가닥으로 잘라 먹는 것도 이 패러다임의 투영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급적 원형 파괴를 하지 않고 먹는다는 음식 철학에서, 파괴 행위인 '썬다' 는 동작이 기피되었음직하다. (79p)
8. 삭힌다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인의 생활 향상을 위한 '카리테 드 비이(생활의 질)' 정책을 펼 때, '특유한 맛을 내는 요리 한두가지를 가진 가정'을 이상적인 가정으로 내세웠다. 또 미국에서는 가장 견실한 중류 가정의 조건으로, '그 가정이 자랑하는 요리를 하나 이상 갖는 것'이 통념화돼 있기까지 하다. 바로 '삭힌다' 는 과정이 그 다양성과 개별성을 찾ㅇ조하는 마술인 것이다. (104p)
9. 갊는다
사람이 "뚝배기 밑 된장 맛 같아야 한다"는 옛말은 지금도 진리다. 양은냄비처럼 불기가 닿으면 채신머리없이 끓어대고, 불기만 멎으면 언제 끓었느냐는 듯이 멎고 식어버리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얄팍하고 표변하는 인간상을 서양 냄비에 빗대고 있으니, 성질이 반대인 오지그릇은 한국 음식의 동일성뿐만 아니라 한국적 인간의 동일성 또한 내포한다. (108p)
한말 조선에 왔다가 도자기에 반한 프랑스사람 에밀 마텔은, 눈길을 확 끌지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 페르시아 도기라면 눈길을 끌려고 노력하지 않는데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이 조선의 질그릇이라며, 질그릇을 예찬했다. 이처럼 질그릇은 음식 담는 용기일 뿐만 아니라 한국적 정신과 미가 담긴 그릇이기도 하다. (108p)
상추
쌈은 그 구조상 양반이 먹기에는 품위가 없어 보였던지, 예절책에 상추쌈 품위 있게 먹는 법에 대해 자주 나왔다. 이덕무의 <사소절> '사전' 에서는 상추를 싸 먹을 때 직접 손을 대면 안 된다 했다. 먼저 숟가락으로 밥을 떠 밥그릇 위에 놓고, 젓가락으로 상추 두세잎을 집어 밥을 싼 다음 입에 넣는다. 그리고 된장은 따로 떠먹는다 했다.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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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견문록: 자연이 키우고 우주가 담근 맛의 기록
김만조,이규태 공저 |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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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270/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