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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우연히 애니 레너드의 물건이야기 라는 10여분짜리 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내용은 좀 암울하지만....)
책으로 사보게 되었다.
하나의 물건이 만들어지기 위해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결국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아무 생각없이 소비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고,
조금 낡아졌다고 그냥 생각없이 버리던 내 습관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많이 읽어서,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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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문제는 경제성장이야, 멍청아!
권력자들 즉 정부와 기업 인사들은 우리 경제의 목표가 논란의 여지 없이 GDP의 지속적인 증가라고, 즉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목표의 자리를 차지한 성장은 자신이 수단이 되어 기여해야 마땅한 진짜 목표들을 몰아내버렸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된 바로는, '성장 자체를 위한 성장' 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진짜 목표들을 너무나 자주 훼손한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도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17p
나는 물건의 사용을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물건을 좋아한다! 나는 우리가 물건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하고, 물건을 더 잘 관리하고, 물건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 하나하나에는 온갖 종류의 자원과 노동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는 물건들에 대해 가격표에 찍힌 숫자나 사회적으로 승인된 '소유권'의 자격을 훨씬 넘어서는, 진정한 가치를 알아야 한다. 물건들은 오래가야 하고, 장인의 자부심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그에 걸맞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20p
나는 가난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지친 채로 집에 돌아와서 TV 앞에 털퍼덕 주저앉는다. 그러면 광고들이 더 마음에 드는 나 자신이 되려면 새 물건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쇼핑을 하러 간다. 그리고 물건값을 벌기 위해 우리는 더더욱 많이 일해야 한다. '일하고-TV보고-돈 쓰는' 쳇바퀴다.
나는 사람들이 더 적은 시간 일하고, 더 긴 휴가를 보장받고, TV를 덜 보고, 친구나 이웃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물건에 에너지를 덜 낭비하는 사회를 존중한다.
21p
development 개발 또는 발전
직관적으로 우리는 '개발' 또는 '발전' 이란 뭔가가 더 좋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개발은 흔히 화석연료 집약적이고 독성물질이 가득하고 소비 주도적인 경제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대수명, 식자율, 삶의만족도 등이 높은 코스타리카의 작은 마을은, 환경파괴와 스트레스가 심각한 미국에 비해 '저개발'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정말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적은 인간과 환경의 후생이다. 새로운 인프라, 도시화, 자원의 소비 등이 이런 목적에 기여한다면 좋은 일이다. 그건 정말로 발전이고 개발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후생을 갉아먹기 시작한다면 발전이 아니라 파괴다. 어떤 진보들은, 특히 의료나 통신 분야에서의 진보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어떤 국가가 개발의 길을 갈 때 통상 수반되는 몇 가지 다른 현상들, 이를테면 신체에 축적되는 독성물질, 온실가스 배출 들은 절대로 발전이 아니다.
23p
잭 케루악 Jack Kerouac 소설, <달마행자들 The Dharma Bums>
37p
나무, 그들이 숲에 있어야 하는 이유
나무 - 희망
포리스트에식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정으로 발송되는 우편물은 연간 1,000억 건, 가구당 800건 이상이다. 이중 절반 가까이(44퍼센트)는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 여기에는 나무가 1억 그루 이상 들어가는데, 이는 로키산 국립공원 전체를 넉달에 한 번식 밀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광고 우편물 같은 경우 애초에 종이를 쓰지 않는 것이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이다.
광석, 미래 세대가 쓸 것을 남겨두기 위해
콜탄
휴대 전화기, MP3 플레이어, 리모컨, 플레이스테이션 등에 들어가는 분쟁 광물이 또 있다. 광업계 용어로 '콜탄 coltan' 이라고 하는 원석에서 추출되는 탄탈이 그 주인공이다.
...
정부군이나 반란군 할 것 없이 각종 군대가 콜탄 거래를 장악하기 위해 뛰어들어서는 종종 어린이와 전쟁포로들에게 일을 시켰고, 매춘과 불법 무기 거래를 야기했으며, 지역 여성들을 잔인하게 강간했다. 유엔은 2005년에만도 45,000건의 강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영국 의원이었던 오나 킹 Oona king은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유럽과 미국 어린이들이 거실에 앉아 가상의 외계인을 죽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콩코 어린이들은 탄광에 끌려가 죽는다. 콜탄 채굴은 콩고와 인근 국가들에서 반란세력과 정부군 모두에게 매우 수익성 있는 사업 노릇을 해왔다.
71p
광석 - 재활용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해결책은 전자제품의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늘려서, 요즘처럼 빨리 버리고 새로 살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콜탄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다른 광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72p
자원 채굴을 다시 생각하기
납이나 수은 같은 독성 금속은 땅속에 그냥 놔두고, 그것들이 쓰이지 않도록 공정과 제품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한 세기 전만 해도 납과 수은이 일반적으로 들어 있던 여러 제품에서 이제는 납과 수은이 많이 사라졌다. 납이 들어간 페인트와 가솔린, 수은이 들어간 온도계를 기억하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쉬울 거라는 말이 아니다. 소비재부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까지, 그리고 다이아몬드 박힌 금반지를 사랑의 궁극적 표현으로 여기는 문화적 규범까지 모조리 바꾸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우리의 지구, 그리고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는 지구상의 생명들... 따라서 우리는 해낼 수 있다!
84p
석탄
석탄 채굴의 모든 피해 중에서도 산의 정상을 폭파하는 정상 제거 방식(애팔래치아 산맥에서 널리 쓰인다)의 피해는 단연 최고라 할 만하다. 광산업체들은 지표에 더 이상 채굴할 광맥이 없고, 갱도를 이용하는 것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자 정상 제거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깊은 산속이라고 석탄이 그렇게 많이 매장돼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한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여기서 캐내는 석탄으로 광산업체는 겨우 사업을 유지할 정도의 이윤을 얻는다. 그만큼이나 이윤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유발하는 환경피해에 비용을 물지 않기 때문이다.
...
찾아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발전소 두 곳이 애팔래치아의 정상 제거 방식 채굴회사에서 석탄을 구매하고 있었다. 그 홈페이지에는 '전국 산 추모관'이 마련되어 있는데, 파괴된 470여 개의 산을 보여준다. 정상 제거와 대규모 환경파괴에 대한 정보를 보고 공포를 느낀 나는, 적어도 내 집에서 쓰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산이 파괴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있도록, 집에 태양열전지판을 설치했다.
84p
PVC(폴리염화비닐) 혹은 악성독성화합물
PVC를 알아내는, 종종 꽤 먼 곳에서도 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냄새다. 새 샤워커튼이나 자동차, 혹은 신발 매장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잘 아실 것이다. 그게 PVC다. 더 정확하게는, 거기서 기체 방출로 새나오고 있는 화학첨가물이다.
138p
생산과 관련된 핵심 질문들
겨우 다섯 가지 물건만 조사했는데도, 생산 과정에 대해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간단해 보이는 물건에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많은 재로, 기계, 부산물이 있으며, 그 생산 과정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그러니 집이나 자동차를 만들 때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습관을 들였다. 이 물건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모든 노력, 그리고 물건값을 버느라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 이것들을 다 들일만큼 그 물건이 가치가 있는가? 사지 않고 친구에게 빌릴 수는 없는가? 지난 추수감사절 저녁 준비를 할 때 나는 테버러에서 빵 굽는 팬을 빌렸다. 가구를 나를 때는 안드레아에게 픽업트럭을 빌렸고, 사다리는 닉에게 빌렸다. 그리고 나는 제인이 지난 1월 동부로 돌아갈 때 무지 따뜼한 오리털코트를 빌려줬따. 빌려주고 빌리는 것에는 환경적인 이점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점도 있다. 일단 재미있고, 공동체도 탄탄해진다.
141p
화장품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
놀라운 소식이 또 있다. '안전한 화장품 운동 Campain for Safe Cosmetics' 이 2010년 2월 나에게 보내준 카드에 씌어 있는 말을 빌리자면, "장미는 레드 red(붉은)고, 립스틱에는 레드 Lead(납)가 있다.". 2006년에 립스틱을 무작위로 표본 검사한 결과, 모든 가격대의 제품에서 FDA가 사탕과자에 허용한 것보다 2~4배 높은 수준의 납이 검출됐다. 발라서 먹고 다시 바르고 하는 제품에 납 같은 신경독을 넣어야만 하는 이유는 절대적으로 없다!
147p
공장 입지 지역 공동체
나는 가난하고 지식이 없고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 어떻게 소모품으로 취급받는지를 봐왔다. 하지만 이를 지구상에서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는 인도의 보팔 Bhopal 참사일 것이다. 호수와 모스크의 도시인 보팔이 요즘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학산업 재앙 지역에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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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2월 3일 늦은 밤, 미국계 초국적기업 유니온카바이드의 공장에서 유독가스인 메틸이소시아네이트 MIC가 새어나왔따. 이 가스는 즉각적으로 8,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사람들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참사와 관련된 피해로 숨졌기 때문에,패히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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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가 전해준 '그날 밤' 이야기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깜깜한 밤에 비명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잠에서 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가 눈, 코, 입을 태우듯이 찔렀다. ... 많은 사람이 구토와 기침을 하고, 거품과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가스가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채로 사람들은 그냥 뛰었다. 마을 사람 전체가 공포에 질려 도망을 가면서, 가족들은 헤어졌고, 넘어진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밟혀 숨졌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쓰러져 죽었다. 몇 시간 만에 수천 구의 시체가 거리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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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다음 날 아침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들이 마음을 후벼팠다. 많은 수가 어린이인 시신들이 거리에 줄줄이 눕혀져서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 어린 소녀가 묻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보려고 얼굴에 덮이는 흙을 치우고 있었따.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 사진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가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독을 넣어서 독을 내놓는' 생산 모델에 계속 의지하는 한, 이런 참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69-172p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공장들이 노동자들 모두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계들을 도입하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하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생산 과잉' 이라고 보르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소비를 증가시키거나('더 많은 물건'), 생산을 줄이거나('더 많은 여가'). 소비를 다룬 4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그 갈림길에서 미국의 기업과 정치 지도자들은 '더 많은 물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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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산업혁명과 현대의 화학은 우리에게 도움도 주었다. 나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많은 것에 감사한다. 냉장고, 난방이 되는 집, 의약품, 인터넷, 어디나 음악을 지니고 갈 수 있게 해주는 작은 기기... 나는 이런 것들 없이 살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들더러 이런 것들 없이 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종류의 진보와 또 다른 혁명을 이야기해야할 때다.
오늘날 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산 테크놀로지는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는 여전히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을 낭비하고 소비하는 공정을 사용한다. 자원을 공급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지구의 역량이 무한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지구의 능력을 훼손하는 경제활동을 여전히 찬양한다. 이제 우리는 생산 시스템을 다시 한 번 바꿀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훨씬 적은 물건을 훨씬 좋게 만드는 방식으로 말이다.
187-188p
공급망에서의 감량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오루크는 무료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굿가이드'를 만들었는데, 75,000가지 이상의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소비재 상품과 제조업체가 미치는 사회,환경,보건상의 영향을 검색할 수 있다.
204p
아마존 대 동네서점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좋아한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나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친절한 책방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는 동네 서점에 간다. 책을 다 읽으면,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빌려준다. 물론 권할 만한 책일 경우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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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인 내 딸은 책을 매우 빨리 읽기 때문에, 우리는 딸아이의 친구들을 불러서 '책 바꾸기 브런치' 를 자주 연다. 우리집 책장을 비우고, 새로운 책들을 공짜로 얻고,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브런치에서 남은 것(와플 말고 책)들은 인근 학교에 기증한다.
그리고 도서관이 있다! 어디에 살든, 내가 책을 찾는 장소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도서관이다. 이웃을 만나고, 공개 세미나에 참석하고, 공동체의 이슈를 토론하는 자리에 끼어들고, 때로는 생음악을 듣기 위해서도 나는 도서관에 간다. 아마존은 빠르고 편리하고 놀라운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런 종류의 삶의 질을 추가로 얹어주지는 못한다.
217p
아이티에서 얻은 깨달음
나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내가 만났던 아이티 농민이 해준 이야기는 음모론이 아니었다. 음모가 되려면 뭔가 비밀스럽게 진행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USAID 직원은 아이티 사람들을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의 남아도는 쌀을 처분할 시장이자 값싼 재봉 노동력으로, 그리고 어쩌다가 딘앤드델루카에 유기농 망고를 공급하는 노동력쯤으로 치부하는 대단한 계획을 좔좔 늘어놓고 있었다. 이는 비밀스러운 음모가 아니라 공공연하게 인정받고 정당화되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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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USAID 직원을 생각하고 화가 치밀었다. 그가 일하는 기관이 봉제공장 같은 수출 상품 공장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 그 나라의 농민들이 농업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사용했다면, 아이티 사람들이 지구 반 바퀴 너머의 호주에서 발생한 가뭄 때문에 굶주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국제 무역과 '개발' 기구들이 남긴 유산이다.
246-247p
지역적인 대안
버클리의 우리 동네 농민 시장은 내 집에서 한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 자그마하고 상품 구색도 소박하지만 전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고 유기농이다. 나는 농민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면 틀림없이 이웃을 만난다. 농민시장은 뭐랄까, 매우 유럽적인 느낌이다. 느긋하게 시장을 걸어 돌아다니고, 신선한 채소와 빵을 헝겊으로 된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은 내 하루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높여준다.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결코 이렇게 말하지 못하겠다.
250p
신선한 쇼핑
소비 문제에 대해 활동하는 비영리기구와 운동단체들도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단체가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의 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억압적 노동환경에서 생산한 초콜릿보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독한 성분이 들어있는 면제품을 유기농 면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어린이 장난감에서 PVC를 없애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소비의 '양'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어려운 질문을 꺼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스템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우리 사회에서 이것은 그리 환영받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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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물건(심지어 '근사한' 물건) 이 아니라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진실을 말이다.
263p,265p
더 많은 돈과 물건, 그러나 불행한 사람들
우리의 지역사회 공동체는 예전에 제공하던 기능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한다. 이제 미국인 중 4분의 1이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고립을 토로하는 사람이 훨씬 적었던 1985년 이래로 이 수치는 두 배가 되었다.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는 사람들뿐 아니라, 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없어졌다. 급한 일이 있을 때 아이를 돌봐줄 사람, 이사를 도와줄 사람, 공항까지 차를 태워 줄 사람, 아플 때 먹을 것을 가지고 와줄 사람, 집을 며칠 비우게 됐을 때 우편물을 챙기고 개를 산책시키고 화분에 물을 줄 사람, 그리고 야구나 소프트볼이나 포커를 함꼐 칠 사람이 필요할 때, 우리는 이제 마땅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일쑤다. 점점 더 우리는 그런 것들을 서로 돕기에는 너무 바쁘거나, 너무 고립되어 있거나, 둘 다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도움은 여전히 필요하므로 그 틈을 시장이 메운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를 고용해서 애완동물을 봐주고, 심각한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이삿짐을 날라주도록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아이를 돌보고 놀아주게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실제 상대방과 스포츠를 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구매할 수도 있다. '상품화' 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공공시설이나 이웃이나 친구들이 제공해주던 기능들이 이제는 개개인이 알아서 구매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즉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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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는 물질주의적 가치와 후생의 관계를 알아보는 조사를 했는데, "물질주의적 가치가 강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이 낮아지는 것에서부터 우울증, 걱정, 두통과 같은 물리적 고통, 인성장애, 자기중심 장애, 반사화적 행동 등에이르기까지 후생이 크게 침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67~269p
시간이냐, 물건이냐
실제로 오늘날 미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산업화된 나라 사람들보다 일을 많이 한다. 우리는 '일하고-TV보고-돈 쓰는' 쳇바퀴에 갇혀 있따. 직장에서 지쳐 떨어질 때까지 일하고 돌아와서는 TV 앞에 널브러진다. TV는 우리에게 쇼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는 고아고를 쏟아낸다. 그러면 우리는 쇼핑을 한다. 그러고는 돈을 지불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직장에서 지치도록 일하고.... 이런 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것은? 괴물 같은 집, 커다란 차, 점점 부실해져가는 육체적,정신적,환경적 건강, 그리고 많은 쓰레기와 이산화탄소.
279-280p
소비자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가 커피나 그밖의 소비재에 대해 어른스러우려면, 우리에게는 권리뿐 아니라 책임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세계는 매우 복잡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각각의 행위와 구매가 모종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땅을 황폐화시키지 않고, 물과 공기와 신체에 농약을 더 많이 넣지 않는 커피를 선호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
...
유치한 관점에서 생각하면, 나는 가장 좋고 싸고 빠른 커피를 원한다. 하지만 어른스러운 관점에서 생각하면, 나는 세상을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커피를 원한다.
힘 있고 자유로운 개인이 된다는 것은, 무한한 종류의 커피향과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자들과 환경을 착취하지 않고 존중하는 경제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여야 한다. 바버는 <소비되다>에서 이렇게 언급했따. "우리는 주어진 메뉴 안에서 선택할 권리가 자유의 본질이라고 착각하도록 하는 꼬임에 넘어갔따. 하지만 선택이 유발한 결과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엇이 메뉴에 올라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이고 진정한 자유다. 진정으로 힘 있는 사람은 어젠더를 만드는 사람이지, 주어진 것들 중에서 고르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진짜 자유를 행사하는 공간은 메뉴에 무엇이 올라갈 것인지를 정하고 어젠더를 설정하는 장소다.
299-300p
소비의 평등 실현하기
그렇다! 해결책의 큰 부분은 우리가 '일하고-TV보고-돈 쓰는' 쳇바퀴에서 벗어나 물건들을 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아직 전세계에는 소비를 더 늘려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소비수준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불과 한두 세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물질적 부를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조차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전세계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국민 대다수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나라가 많다.
310p
재분배와 존중
그게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나는 앨런 더닝이 보여준 시적인 비전을 좋아한다. "문화적으로 말해서, 과잉보다 충분함에 의해 살아가는 삶은 인간의 터전으로 우리를 되돌려준다. 가족, 공동체, 좋은 일, 좋은 삶의 옛 질서로, 숙련과 창조성과 창조에 대한 존경으로, 일볼을 볼 수 있고, 물가에서 물장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느리게 흘러가는 일상으로,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는 공동체로, 그리고 수세대의 추억을 간직한 나의 마을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물건을 덜 만들고 덜 쓰기 위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과 물건을 더 잘 나누기 위해, 그리고 이 귀중한 자원들을 훨씬 덜 낭비하기 위해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는 일이다.
316-317p
재활용의 문제점
우리의 목적은 "재활용은 더 하자" 가 아니라 "쓰레기를 덜 만들자" 여야한다. 잘못된 목적에 집중하면 엉뚱한 데 노력을 쏟는 꼴이 될 수 있다.
394p
진보를 다시 정의하기
오늘날 한 국가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재는 척도로 흔히 GDP가 쓰인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GDP는 삶을 개선하는 경제활동(대중교통에 대한 투자 등)과 삶을 악화시키는 경제활동(대규모 소각로의 건설 등)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삶을 더 달콤하게 만들어주지만 금전적인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활동(텃밭을 가꾸거나 이웃을 돕는 일 등) 은 완전히 무시한다.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새로운 척도가 필요하다. 인간의 환경의 건강, 행복, 친절, 평등, 긍정적인 사회관계망, 교육, 깨끗한 에너지, 시민적 참여 등과 같은 진짜 후생의 진보를 잴 수 있는 척도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이런 것들로 재야 한다. 금전적인 경제활동 수치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다.
GDP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지표들이 있다. 1980년대 후반에 '지속 가능 복지 지수 Index of Sustainable Economic Welfare' 가 개발되어, 지금은 '진정 진보 지수 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로 발전했다.
409-410p
변화와 희망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도저히 손댈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취하고-만들고-버리는' 시스템을 보면서, 그리고 기후변화와 자연자원 손실에 대한 끔찍한 통계들을 보면서 어떻게 계속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사람들은 늘 나에게 묻는다. 핵심을 말하자면, 나는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나의 흔들리지 않는 낙관주의는, 대안적인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많은 사람이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과는 매우 다른 길을 함꼐 갈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지구 전역에서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회 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들의 존재 자체, 그리고 그들이 추진하고 실행하는 실질적인 해결책들은, 절망과 좌절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다. 그들은 대안적인 세상을 실현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확신하게 해준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으로 충족시킬 방법이 있고, 우리의 물건을 유독물질과 낭비 없이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소비주의 문화를 공동체와 시민 참여 문화로 바꿀 실현 가능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2009년 중반에 영국의 웨일스에서 1주일 동안 여행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내가 보지 못해서 놀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광고를 거의 보지 못했다. 둘째, (이게 더 중요한데) 노숙자, 슬럼, 판자촌을 전혀 보지 못했따.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나를 안내해준 영국의 쓰레기 전문가 앨런 왓슨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는 사회 안전망이 강해서 미국처럼 가난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 얼마 후, 멀리 판잣집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보이길래 나는 "아, 저것이 당신네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군요?" 라고 물었다. 왓슨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건 캠핑카들이에요. 캐러밴 공원에 휴일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죠."
차에서 내릴 때마다 왓슨은 차 문을 잠글 필요가 없다고 나에게 상기시켜줘야 했따. 차에는 캠핑 장비가 가득했고 책 원고가 담긴 노트북까지 있었는데도 말이다. "안 좋은 일은 안 생겨요." 그가 장담했다. 그리고, 그가 옳았다.
나는 나의 딸에 대해 생각했다. '안 좋은 일은 안 생겨요' 의 세상에서 자란다면 얼마나 다른 경험일까?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힘껏, 우리의 아이들과 미래 세대에 그렇게 약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물건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면(나는 반드시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지금 시작하자.
419-420p
옮긴이의 글
시스템을 바꾸면 개인의 책임이 아닌 것에 개인의 책임을 묻느라 헛수고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블로그허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레너드는 이를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했다. 레너드는 딸이 음식을 낭비해서 속 터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늘 실랑이를 벌인 문제는, 딸이 시리얼을 먹을 떄 우유를 너무 많이 따라서는 다 못 먹고 버리는 것이었다. 왜 먹을만큼만 따르지 못하느냐고 어린 딸을 늘 타박하다가, 어느 날 뭔가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리얼 사발을 작은 것으로 바꿨다. 그것으로 문제는 해결됐다.
"이건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의 변화죠. 우리에게는 구조적인 제약이 분명히 있고, 그것은 사회적으로 풀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징징대고 불평하고, 부담 느끼고... 그런 것만 반복될 거예요." 이런 사례는 이 책에 숱하게 나온다. 이를테면, 어린이 샴푸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은지 일일이 알아보라고 엄마들을 타박하기보다는, 어린이샴푸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넣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4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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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 THE STORY OF STUFF: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저/김승진 역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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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273/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