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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일본 규슈에 있는 야쿠시마라는 섬 (우리나라 제주도 같은 섬이다.)
에 너무 가고 싶은데, 어린 애기를 데리고 갈 수는 없고 해서
요 섬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모두 빌려보는 중이다!
그 중 하나... 특이하게 소설 책에 요 섬이 배경으로 나온다.
왜 제목이 흑과 다의 환상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약간의 으스스한 환타지 스릴러인 듯 하면서도, 재미난 소설이다.
(마지막장에 제목에 대한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됨.)
야쿠시마라는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네명의 남녀 이야기.
모두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역시 일본소설 답게, 싸이코들이 많이 등장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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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아스라이 보이던 그림자도 사라지고, 마침내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청회색 수평선만 보였다.
이상하다. 평소 생활 속에서 보는 세계는 화면이 옛날 텔레비전 크기인데, 여행을 떠난 순간 극장 스크린 크기가 된다.
상 12p
섬 그림자가 전부 시야에 들어오고 해면에는 수없이 많은 작은 삼각형이 눈부시게 빛나는 지금 이 순간, 차가운 갑판 난간을 꽉 붙잡는 이 감촉이야말로 인생의 윤곽, 나라는 인간의 보잘것없는 기억에 새겨진 한 장면. 그리고 이제부터 펼쳐질 정경은... 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 73p
이번 여행의 테마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 테마가 없는 여행은 쓸쓸하다.
따라서 나는 다음 테마를 제안한다. 우선 비일상. 그리고 서브 테마는 '안락의자 탐정 기행.' 어른의 여행에 어울리는 테마다.
대자연 속에서 정신을 해방하고 녹슨 사고능력과 육감을 갈고 닦아, 평소 우리가 잊고 사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생각하자.
자, 그래서 인생의 수수계끼를 대모집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매일 지나다니는 길모퉁이에서 본 것, 바람결에 들은 소문, 수수께끼라면 뭐든지 오케이.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지참할 것. 여러분의 참가를 고대하겠습니다.
상 121p
"아하하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세쓰코가 갑자기 괴상한 소리로 웃는 바람에 흠칫 놀랐다.
"뭐냐. 기분 나쁘게."
"응, 어쩐지 기분이 좋아서 갑자기 막 웃고 싶어졌어."
고개를 돌려 노려보자, 세쓰코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주위 풍경을 두리번대고 있다.
"이상한 녀석."
그렇게 중얼거리기는 했어도, 세쓰코의 기분은 알 것 같았다. 지금 우리는 세속적인 이해관계와 무관한, 거리낄 것 없는 친구들과 근사한 곳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 사치스러움에 새삼 기쁨이 치밀어 올라 자연히 마음이 들뜬다.
행복한 순간은 이런 게 아닐까. 진학이나 취직, 결혼, 출산, 성공 같은 인생게임의 항목들이 일반적인 행복이겠지만, 참ㅇ로 행복한 순간은 이런 소소한 한순간일지도 모른다. 넷이서 나뭇잎 새로 반짝이는 햇빛 속을 걷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째째한 마음으로 이만큼 행복한 순간이 과거에 설마 없었겠느냐고 기억을 더듬어보자. 문득 뺨에 보드라운 빛과 바람이 느껴졌다.
상 203p
농밀한 공기가 정적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높다란 천장까지 선반마다 책이 꽉꽉 들어찬 오래된 도서관 안에 있는 느낌이다. 오랜 역사 속에 축적되어 온 인류의 지식에서 무수한 목소리를 느끼고 압도당한다. 마찬가지로 이곳에는 묵묵히 계속되어온 끝없는 사색 같은 것이 존재한다.
시야를 가로막는 숲, 그 너머에 이어지는 육중한 산의 예감에, 다시금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걸 깨닫고 신기하게 생각한다.
상 206p
이런 여행이 실현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대학시절의 친구, 고등학교 때의 친구, 옛 애인, 그런 멤버들과 여행할 기회는 어지간해서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어째서 나에게는 그 기회가 찾아왔을까?
이 여행은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혼자 있기보다도 누군가와 걷는 편이 이것저것 생각하기에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TPO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멤버와 여행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 대화를 하고 있어도 보통 때의 체계적인 대화와는 다른 근육을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 나에게도 아직 이런 근육이 남아 있었구나.
재미있는 여행이다. 어쩌면 나도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 15-16p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 '밤은 말이지, 우리한테 꿈을 그리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르쳐주니까 아주 큰 도움이 된단다.' 라고."
"오오, 멋진데. 좋은 선생님이군."
"그렇지? 어린 마음에도 좋은 답이라고 생각했어."
확실히 아름다운 대답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하 30p
새가 없다는 것이 정말로 이상하다. 다른 곳에서 이런 시간에 이런 풍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면 온갖 새소리가 아침을 장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고요한 침묵이 있을 뿐, 우리가 묵묵히 침목을 밟는 둔탁한 소리가 울릴 뿐이다. 이곳의 생태계는 어떤 방식으로 되어 있을까.
"... 참 조용하다."
똑같은 생각을 한 듯, 뒤에서 리에코가 중얼거린다.
"응. 이렇게 웅대한 풍경인데 이렇게 조용하다는 게 안 믿어지지."
무심코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심오한 고요를 마음껏 누려둬라. 날이면 날마다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키히코가 농담처럼 말했다.
하 179-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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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上, 下
온다 리쿠 저/권영주 역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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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23/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