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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앤셜리 ≪
신영복 선생님이 번역하셨다고 해서 더욱 관심가지게 되는 소설이다.
중국소설은 대지 이후로 처음 읽어보는데,
중국근대사를 조금 알고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난 모르고 읽어서 좀 아리송한 부분이 여기저기...)
중국문화대혁명과 그 속에서의 휴머니즘을 찾는 이야기...인데,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이런 소설이 나왔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중국 소설이라 그런건지, 독특한 문어체 대화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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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채석현장에 발파 담당자로 고용되어 자칫 생명을 잃을 뻔했던 그 순간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앞에 되살아났던 것이다. 뇌리에 갑자기 무서운 상념이 떠올랐다. '쑨위에를 만날 수 없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 무서운 상념이 놀라운 용기와 재치를 주었고 나는 폭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 도망칠 수 있었던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이 사건은 내 마음 속의 사랑이 결코 죽지 않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인간은 사랑할 힘만 있으면 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56p
나는 어린 시절에 늘 은하수나 별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할머니를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두 머리 위에 이슬 방울을 하나 얹고 있단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의 복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야."
75p
내 결론은, 한마디로 살아야겠다는 것이었어. 그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죽음을 생각한 적이 없지. 인생은 우리들에게 공정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우리들은 자기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으면 안 돼.
77p
"프롤레타리아 휴머니즘은 없는 것일까?" 나는 열기를 띠며 물었다.
...
"있고 말고. 쑨위에!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작을 잘 읽어 보라구. 되풀이해서 읽는 동안에 두 위인의 마음 속에는 '인간' 잉라는 두 글자가 크게 씌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그의 이론, 그의 실천은 모두 이 '인간'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 인간을 '인간'일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모든 현상과 그 원인을 소멸시키기 위한 것이었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들 자칭 마르크스주의자 중에는 그 수단만을 기억하고 그 목적은 망각하거나 간과해 버리는 자도 있지. 마치 혁명의 목적이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고 인간의 가정을 파괴하며 사람들을 갖가지 울타리로 서로 격리시키는 것이기나 한 것처럼 말이야. 우리들은 봉건적인 경제적 등급을 소멸시킨 반면, 많은 정치적 등급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말았어.
129p
"엄마는 너를 어떤 곳으로 데리고 가 주셨지? 만리장성에는 가 보았니?" 나는 소녀를 달래듯이 말했다.
"만일 가 보지 않았다면 언젠가 아저씨가 데리고 가 주지. 장성을 봐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니까."
'"무슨 뜻이에요?" 한한은 다시 흥미를 나타냈다.
"장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웅대하며 구불구불 한없이 뻗어 있단다. 우리들의 조상들이, 조국의 모습과 민족의 역사를, 그리고 우리들이 걸어온 걸일 장성의 형태로 만들어 놓은 거야. 장성 위에 서 보렴. 그럼 누군가의 이런 속삭임이 들려온단다. '너는 알고 있느냐? 장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영원히 완성은 없다. 중화의 아들들은 모두 장성을 위해서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너는 이미 쌓았는가?" 네가 그 말을 들으면 네 불행 따위는 잊어버리고 큰 목소리로 대답할 것이다. '난 쌓았어!' 나의 심혈을 기울여서 벽돌을 한 장 쌓아 올렸어.' 하고. 한한. 너는 그때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 고통이란 어떤 것인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 거야. 지금은 아직 진정으로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 왜냐하면 너는 아직 우리들의 공동의 어머니, 우리들의 조국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까. 안 그러니. 한한?"
135p
이런 생활은 이제 진저리가 난다. 쑨위에에게 나의 고통을 호소하고 그녀의 용서를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옛날처럼 그녀와 나란히 강가나 거리를 거닐며, 이상을 논하고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며, 신문에 실린 뉴스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고 사랑과 증오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편지를 읽고 싶다.
149p
뚱뚱보 왕을 위한 투서는 이제 겨우 초안을 잡기 시작했을 뿐이다. 지금은 물론 찢어 버려도 좋다. 쓸데 없는 참견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번에 인쇄한 편지지는 참으로 질이 좋다. 얇고, 매끈매끈하고, 튼튼하며, 게다가 투명하기까지 하다. 옛날에 쑨위에에게 편지를 썼을 때에도 이런 편지지를 사용했었다. 그녀는 이런 편지를 읽으면 글씨를 감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었지. 내 글씨는 아버지에게서 훈련받은 것이다.
150p
"허 선생님의 개성은 말이지, 인생이나 사물에 대해 독자적인 견해를 갖고 독특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말하지. 자기가 옳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목표는 열심히 추구해 마지 않아. 허 선생님은 인간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다. 인간의 가치를 중요시하시지. 강렬한 자존심과 자애와 자신감을 갖고 계시는 거야."
180p
"아줌마, 또 슬퍼하고 있어?" 후안후안은 쑨위에를 자주 보기 때문에 그녀가 늘 우울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쑨위에는 고개를 젓고는 후안후안에게 키스했다. 그러자, 후안후안은 갑자기 어른처럼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줌마, 내 말을 들어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요. 다른 사람은 상관하지 말고 자기 일만 잘 하면 되는 거예요. 나이 들어서 퇴직하면 공원에서 태극권이라도 하고 송이버섯이라도 사서 잘 구워 먹도록 해요. 알겠죠?"
208p
"생각해보니 재미있군. 학생 시절에는 이상을 말할 때는 언제나 가슴이 뛰었었는데. 이마에는 웃음이 있었고, 뺨과 눈은 빛나고 있었지. 그러나 지금은 이상을 말하는데도 이런 식이야. 어두운 얼굴로 착잡해할 뿐이잖아. 이건 이상의 가치가 낮아진 때문이라. 아미녀 우리가 타락한 때문일까."
275p
"아니, 계속해! 쉬 군,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 우리들의 가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말이지. 내 생각으로는 그럴듯한 인간이 되느냐,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 되느냐 하는 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은데."
277p
누구나 길을 잘못 들 수가 있는 것이다. 잘못 든 길은 다시 고쳐 걸을 수가 없다 하더라도 마음은 돌이킬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미 너무나 깊은 원한으로 얼룩져 있고 너무나 아픈 상처로 벌어져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해와 우애로서 이런 증오와 상처를 씻어내고 아물게 하는 것이다.
339p
인생이란 것은 과거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멋진 것은 아니다. 하물며 과거에 상상했던 것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다. 인생은 인생일 따름이다. 모순으로 가득 차고 끊임없이 흔들린다는 사실이 바로 인생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삼켜 버리기도 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드높이 단련시키기도 한다. 지금 나는 인생의 갖가지 고통에 직면에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인생의 가장 귀중한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367p
나는 열정이 불타고 난 뒤의 숯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를 따뜻이 데워 주고 내가 나아갈 길을 비춰 주기에 충분하다.
368p
씨리우
휴머니즘이라! 몇 번이나 비판을 했는데도 휴머니즘을 입에 올리고 싶어한다. 모든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모든 것은 평등하고, 한마디로 계급 투쟁은 삼가고... 듣기 좋은 말들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해치우지 않으면 이 쪽이 당하게 된다. 사람아 아, 사람아! 인간이란 모두 이렇다. 아침부터 밤까지 싸워도 나아지는 것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으면 더욱 악화된다!
388p
"그렇다면 당신이 큰 인물이 되지 못했던 것은 좌절이 없었기 때문이었군. 앞으로 실컷 좌절을 겪도록 기도하겠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길은 언제나 평탄할 거야. 당신 앞에는 영원히 활로가 열려 있어." 나는 정색해서 말해 주었다.
407p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도 행복이야?"
나도 웃으면서 말했다.
"커다란 행복이지. '행복 중의 행복' 이란 거야. 인간의 자존심과 인격은 언제 상처받게 될는지 모르는 것이지만 그럴 때에 얼굴 가죽이 두꺼우면 자존심과 인격을 지킬 수 있잖아. 지식인의 얼굴 가죽 같은 것은 얇은 법이야. '체면' 때문에 '긍지'를 버리는 일도 있어.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긍지' 쪽이 '체면' 쪽보다 중요한 거야. '긍지'가 인격과 존엄이라면 '체면'은 허영에 불과해. 갖가지 재난, 특히 이번의 10년의 동란 덕택에 거의 모든 지식인이 냉혹한 시련을 견뎌 냈어.그 시련의 성과 중의 하나가 얼굴 가죽이 두꺼워졌다는 거지. 덕택에, 비난을 당해서 체면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 같은 건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리고 그럼으로써야말로 사람들이 진리를 지킬 용기와 의지를 강인하게 할 수 있는 거지."
4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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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 호우잉 저/신영복 역 | 다섯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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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364/483
